나는 결코 내가 완벽하다고 주장한 적이 없었다. 권력이 있고, 그것을 사용하기를 즐기는 사람을 대할 때면 나는 다른 사람으로 돌변한다. 더 천하고 비열한 사람으로.-34쪽
나는 완벽하지 않다. 나는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긴다. 동족 인류에게 애정을 갖기보다는 수학에 흥미를 가지는 편이 내게는 더 쉽다. 그렇지만 나는 삶에서 일정한 무언가를 닻처럼 내리고 있다. 그걸 방향 감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여자의 직관이라고 해도 된다. 뭐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기초 위에 서 있고, 더이상 나아가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내 삶을 아주 잘 꾸려나가지 못했을 수도 있다.그렇지만 나는 항상 절대 공간을, 적어도 한번에 한 손가락으로도 붙들고 있다.-67쪽
널리 알려진 생각으로는 아이들의 마음은 열려 있고, 진정한 내적 자아는 밖으로 저절로 스며나온다고 한다. 그런 말은 죄다 틀렸다. 아이보다 더 비밀스러운 사람은 없으며, 아이보다 더 절실하게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도 없다. 그것은 항상 아이들을 깡통따개로 따서 안에 뭐가 들어 있나 보면서 그 안을 더 쓸모 있는 잼으로 바꿔줘야 하는 게 아닌가 궁금해하는 세상에 대한 대응이었다.-74쪽
그 다음에 평화가 온다. 내가 레코드를 올려놓았을 때 찾아온 것이다. 그 다음 나는 자리에 앉아서 운다. 어떤 특정한 물건이나 사람 때문에 우는 게 아니다. 내가 살아온 삶으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창조해낸 것이었고 나는 내 인생이 달라지기를 원치 않는다. 기돈 크레머가 연주하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나는 운다.-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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