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에 연어가 올라오고 있어요
성기백 지음 / 보림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회귀 본능... 알에서 깨어나 하천에서 어린시절을 보내고 먼 바다로 떠나는 연어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기억해 두었다가 성장해서 알을 낳을 때가 되면 그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물고기이다. 예전에 연어떼가 회귀하는 모습을 TV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본 기억이 나는데 물결을 거슬러 상류로 올라가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왜 그토록 힘든 길을 가려하는지 의아했었다. 가는 길도 험난하거니와 목적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많은 물고기들이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 기다리던 곰이나 새들에 의해 알을 낳으려던 목적도 이루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였다. 더구나 그들은 태어난 고향 하천에 도착하여 산란장을 만들고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고 나면 힘든 여정과 산란장을 만드는 일을 반복하느라 체력을 소진한 탓일까, 다시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왜, 왜 연어들은 죽음을 의미하는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토록 애쓰는 것일까? 

 크게 관심이 없었던 탓에 나는 연어는 외국에서나 볼 수 있는 물고기인줄 알았다. 이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도-다른 나라에 비해 소수이긴 하나- 연어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된 셈이다. 저자는 연어가 무리지어 상류로 올라오는 장관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고 한다. 야, 정말 그런 광경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경외심마저 생길 것 같다. 학부때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 그들이 머무는 저수지 근처에 간 적이 있다. 저녁 무렵이면 장관이 연출될 거란 교수님의 조언에 석양이 찾아올 무렵까지 그 곳에 머무르다가 TV나 사진으로나 보던 장관을 목격할 수 있었다. 떼 지어 날아올라 대형을 이루고 이리 저리 비행하는 철새(오리, 기러기 등) 무리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정말 가슴이 벅찰 지경이었었다. 아마 연어 떼를 보게 된다면 나 또한 저자가 느낀 감동을 누리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책에 실린 그림을 보면 연어의 생김새가 상당히 사납게 느껴진다. 바다에 있을 때는 은빛이었다가 번식기가 되면 혼인색이 나타나고-수컷이 더 화려함- 수컷은 특히나 더 턱이 길어지고 주둥이 끝부분이 구부러지면서 이빨도 날카롭게 발달한단다. 다른 수컷을 물리치고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그리하여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물려주기 위해 외양마저 변화시키는 종족번식의 본능이라니~.  연어가 우리나라에서 일만 킬로미터 가까이 떨어져 있는 머나먼 북태평양에서 자신이 태어난 하천을 찾아 회귀하는 것도 놀랍지만 하천으로 돌아온 연어는 배설물을 통해 알의 수정률이 떨어질까 봐 먹이도 먹지 않는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그렇게 힘들게 알을 낳고 새끼가 태어나는 것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하다니... 그리고 다른 동물들의 먹이가 됨으로써 미래의 자신의 새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역할까지 한다니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 그러나 이토록 헌신하는 연어가 생존율 0.07%로 어미 한 마리가 3,000개의 알을 낳아도 단 두 마리의 자식만 남길 수 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자연 개발과 오염에 따라 우리나라에는 연어가 찾아들만한 곳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전에 수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도 났는데 도로나 댐 건설로 생태계가 파괴되어 그 지역의 생물들이 멸종되는 사례는 외국의 사례에서 굳이 찾을 필요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연어 회귀율이 낮은 요인 중에 하나가 연어의 회유 경로에 일본 열도가 자리 잡고 있어서, 돌아오는 길에 일본 사람들에 의해 상당수가 잡히기 때문이라는 글을 읽고 화가 났다. 기껏 힘들게 인공수정 시키고 키워서 무사히 우리 하천으로 돌아오길 기원하며 방류시켰는데 남 좋은 일 시킨 격이 되다니! 우리나라 연어들에게 '대한민국 물고기니까 잡지 마시오!'라는 표식이라도 붙여주고 싶어진다. 그리고 그 때문에 동해안을 떠난 새끼 연어의 이동이 조사된 적이 없어 일본 자료를 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 속상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연어의 생태에 대해 조금 알게 되고, 그들이 회귀하는 이유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들의 회귀는 가슴을 울린다. 생사의 고비를 넘겨가며 그토록 험난한 길을 거슬러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세대를 이어갈 알을 낳고 조용히 죽어가는 연어들의 희생적인 일생은 자식을 둔 엄마인 내게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하천으로 찾아드는 연어의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고향으로, 자신이 태어난 고향 하천으로 가기 위해 힘차게 뛰어오르는 그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보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오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어른이 되어 찾아오는 귀한 손님"인 연어를 맞이하기 위해 우리들이 해야 할 일은 그들이 살아 갈 자연을 깨끗이 보존하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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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5-27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yk05291 2008-05-28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책을 쓴 작가 성기백입니다. 좋은 평을 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시간되면 연구소 구경 오세요. 연어가 올라오는 가을에...

아영엄마 2008-05-29 13:16   좋아요 0 | URL
지금 보니 리뷰를 너무 길게 쓴 감이 있네요. (^^)> 저도 연어 올라오는 광경을 아이들과 직접 볼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