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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불꽃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4년 9월
평점 :
품절
누군가를 죽이고 싶도록 미워해 본 적이 있는가... 살아가다 보면 한두 번쯤은 그런 마음이 들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평생 억누르면서 살아가지만 어떤 이는 실제로 이를 표출하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에 의하면 '강제종료' 즉, 살인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죽이기로 마음먹었을 때 즉흥적인 살인이 아닌 계획적인 살인을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이 범인으로 지목되어 잡히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살인의 방법이나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남기지 않기 위한 뒷처리까지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써야 할터인데 현대로 접어들면서 과학의 발달로 범죄 수사에도 과학적인 방법이 많이 도입되어 완전범죄를 실행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안다.
이 책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끊임없이 추리를 해보게 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독자는 이미 범인이 누구인지를, 그리고 범인이 어떤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지 고스란히 지켜보게 된다. <푸른 불꽃>은 슈이치라는 한 남학생이 자신의 가족, 그들의 단란한 삶 속으로 파고 들어와 끝없이 고통을 주는 기생충같은 존재인 양아버지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그리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계획을 실행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한 번의 살인이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뻔히 지켜보면서 살인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그의 고통스러움과 절박함에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 다만 가족을 사랑하고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저지른 양아버지의 살인에는 공감이 가나 자신(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친구까지 죽인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알코올에 절은 양아버지를 '강제 종료'시키기 위해 슈이치는 인터넷 등을 뒤져가며 계속해서 완전범죄가 될만한 방법을 모색하는데 그 과정을 수행하기까지 냉정한 면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명을 끊는 일이 쉽지는 않기에 그 역시 미처 예상치 못했던 실수를 하여 결국 흔적을 남기고 만다. 라이터를 켜 보면 뚜렷하게 구분되는 두가지 색을 지닌 불꽃이 일어난다. 윗쪽으로 솟구치는 주황색 계열의 불꽃과 그 아래쪽의 푸른색 계열의 불꽃. 이 두 계열의 불꽃 중에서 서늘한 느낌을 주는 푸른색 불꽃이 더 높은 온도를 지닌 것을 아시는지... 푸른 불꽃은 완전연소가 이루어질 때 나타나는 색이라고 한다. 슈이치는 푸른 불꽃처럼 자기 자신을 완전히 소신시켰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