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해오라기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53
퀸틴 블레이크 그림, 존 요먼 글, 김경미 옮김 / 마루벌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TV나 영화 등을 시청하다 보면 가끔 등장인물들이 서로 본심과 다른 말을 해서 일이 꼬이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이참, 왜 마음에도 없는 저런 말을 해가지고 일을 그르치는 거야! 그리고 상대가 그런 말 한다고 그 사람 본심도 못 알아보고 가버리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등장인물들이 바보 같고 한심하게 여겨지면서 답답한 마음에 그런 상황을 설정한 작가를 나무라기도 하지만, 살다보면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자기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이 입에서 나와서 당황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에 심한 상처를 받고 그 일로 완고하게 마음을 닫아버리거나 사과의 말을 들어도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에 냉담하게 반응하면서 속으로는 그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저하고 결혼해 주시겠습니까?"
딱히 서로 가까이 지내거나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작스레 이런 말을 들으면 당황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학은 외롭다고 느낀 후(외로움을 느끼는 시기가 결혼을 결심할 시기일까? ^^*)에 해오라기를 인생의 동반자로 맞이하기로 마음먹지만 스스로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황에서 해오라기를 찾아간 것이 잘못이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도 좀 나누어 가면서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거치지도 않고 다짜고짜 결혼하자고 하면 상대도 당황하지 않겠는가... 물론 그런 상황이 닥쳤다고 심사숙고하지도 않고 되는대로 말을 내뱉은, 특히 학의 외모에 대해 흉을 본 해오라기의 처사 또한 심한 것이었고... 결국 그들은 서로 마음의 상처만 입고 자신의 본심을 제대로 전하지도 못한 채 소득 없는 왕래만 이어지게 된 것이다.

 학과 해오라기가 자신의 진심을 시의적절하게 제대로 표현했더라면 그렇게 왔다리~ 갔다리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에궁~...  하긴 말로야 쉬운 일인 듯싶지만 실제로 그러기란 쉽지가 않다는 것 또한 안다. 상황을 알고 있는 제 삼자의 입장에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상대방의 의견이나 말을 받아들이면 될 것을 무엇 때문에 저렇게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고 후회를 하나 싶지만 당사자들로서는 한번 상처 입은 자존심을 굽히고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하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다. 말이란 것은 많은 것을 전해주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로 전달될 때도 있으며, 그 말 속에 숨겨진 진실, 상대방의 본심을 알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그림책은 학과 해오라기의 경우를 통해 사소한 일로도 오해와 반목이 시작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받는 상처와 후회의 감정들, 해소되지 않은 결말을 통해 어떻게 하면 이 둘의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로부터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큰 아이가 이 책에서 그림 그린 사람의 이름, "퀜틴 블레이크"을 보더니 아는 척을 하는데, 아이가 좋아하는 로알드 달의 작품에 이 사람이 삽화를 많이 그려서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지금까지 보아 온 동화책의 삽화들은 흑백인데 비해 이 그림책에서는 색이 입혀진 그림들이라 그의 화풍이 더 잘 느껴지는데, 학과 해오라기가 반목하는 난감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새들의 표정이 너무 생생해서 웃음이 나온다. 청혼을 받고 놀라는 해오라기의 표정이나 거절당한 채 힘없이 돌아가는 학의 모습이라니... 아이들은 특히 학이 사과의 의미에서 선물로 개구리를 물고 가면서 와들와들~ 떠는 장면을 가장 재미있게 여긴다. 그나저나 학과 해오라기는 아직도 왔다리 갔다리하고 있을까? 아니면 지금쯤 어느 한 쪽이 대범함을 발휘해서 다른 한 쪽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자기 진심을 고백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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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4-1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절당한 채 힘없이 돌아가는 학의 모습이 보고 싶군요.
저의 아픈 과거가 생각나서......
추천하고 갑니다.^^

hanicare 2005-04-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그림책이네요.궁금해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