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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ㅣ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명확한 기억이 나는 때는 20대 중반이다. 장차 시댁이 될 남편의 본 집에 놀러 갔다가 <끝없는 이야기>란 책을 발견하고는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뭐, 그 전에 읽었을지도 모르나 아무튼 이 이야기를 읽었음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날이 그 때라는 이야기다. 30대 중반이 되어, 이 책을 다시 읽을 기회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 때나 지금이나 책을 읽을 때면 책 속으로, 이야기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ㅂㅂㅂ(주인공 이름의 약자~^^)'이 부럽기만 하다. 책을 읽으면서 바스티안 발타자르 북스, 아트레유와 행운의 용 푸후르, 고압 사막에서 만난 다채로운 죽음 그라오그라만.. 그들을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갑고 기뻤다.
끝이 없는 환상 세계가 무(無)에 잠식당해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그 세계로 와서 여제에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엔 나도 바스티안처럼 상상력이 넘쳐났고, 친구들에게 내가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기를 좋아했었다. 지금은 나 역시 상상 속의 이야기보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골몰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일까, 이런 동화책들이 끊임없이 나를 유혹하는 것은 내가 지어낸 이야기가 실제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에 다시 가보고 싶은 커다란 향수와 욕망이 내 안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나는 여제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줄 수 있을까?
바스티안은 자신에게 환상세계를 창조할 능력-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아~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러나 무엇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 또한 명심해야 할지니-이 있음을 알게 되지만 점차 자신의 진정한 소원과는 멀어지는 길을 간다. 자신의 기억을 하나하나 잃어버리는 것조차 개의치 않고... 환상 세계에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창조해 낼 수 있기는 하나 현실에 존재하는 나를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자신의 진정한 소원을 통해 현실로 돌아온 바스티안이 책을 훔쳤음을 고백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책방 주인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환상 세계로 갈 수 있지만 영원히 거기서 머무는 사람들이 있지. 또 환상 세계로 가서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몇 있단다. 너처럼. 그리고 그 사람들이 두 세계를 건강하게 만들지."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두 세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