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으로 만든 사람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4
아니카 에스테를 지음, 원미선 옮김, 율리아 구코바 그림 / 비룡소 / 2000년 8월
평점 :
절판


 많은 이들이 청혼했으나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어 직접 만들기로 한 공주님...아몬드, 설탕, 밀가루로 온세상에 알려질 정도로 아름다운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이를 빚는 이의 정성과 소망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공주는 설탕으로 만든 사람을 훔쳐 간 여왕으로부터 그를 되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공주는 사랑하는 사람을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는 여성이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인 "구렁덩덩 새(신)선비"를 보면 이 책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고난을 겪으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애쓰는 여성상이 담겨 있다. 
 
 보통 신발도 아니고 무쇠신발이, 그것도 세 켤레가 닳을 만큼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걸어서 찾아가는 끈기와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공주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그녀는 달님, 해님, 별님으로부터 받은 물건으로 여왕의 시선을 끌어 사랑하는 이를 구할 기회를 가진다. 이를 두고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구한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무쇠신발이 닳을만큼 머나먼 길을 끊임없이 걸어서 찾아간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겨도 되지 않겠는가.
 
 내용도 그렇거니와 그림들이 환상적이고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어서 매우 색다르게 느껴진다.  머리 한 쪽에 푸르스름한, 나비의 날개같은 것을 달고 사람의 형태를 드러내는 모습이나, 사람의 얼굴만 잔뜩 그려진 장면 등은 일러스터의 초현실주의적인 면을 잘 드러내주고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아이의 시선을 끌었떤 그림은 설탕으로 만든 사람과 공주가 성을 빠져 나가는 장면이다. 말을 덮고 있는 흑백의 선으로 이루어진 천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여겨지는 모양이다. 이 때에도 앞 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푸른 나비의 날개가 설탕으로 만든 사람의 머리에 달려 있다. 마지막 문장이 두 사람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더라는 옛이야기의 상투적인 문구로 끝을 맺고 있긴 하지만 다른 옛이야기나 명작동화의 여성과는 다른 이미지를 느낄 수 있어서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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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08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에 드는 신랑감이 없어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는 공주의 그 발상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정말 그럴 수 있으면 좋겠죠?ㅎㅎ
이런 책도 있었군요.^^

반딧불,, 2005-03-08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맘에 들었어요.
어떤 면에서는 약간 그리스신화 맛도 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