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코와 황금날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5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하고, 비슷한 조건을 지닌 사람들 또한 많을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라는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 각자가 서로 다른 무엇인가를 지니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과연 무엇일까? <티코와 황금 날개>는 사람들 속에서 나를 그들과 다르다고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 무엇인지 깨닫게 하고,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티코는 다른 새들과 달리 날개가 없다. 문득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고통과 슬픔을 지녀야 했던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가 생각났는데, 다행이 친구 새들은 티코를 따돌리거나 놀리지 않고 그를 위해 가장 부드럽고 단 열매를 가져다주는 등의 애정을 베풀어 준다. 친구들의 보살핌은 받는 티코가 마냥 기뻐하고 행복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남들과 다른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품고, 절망하고, 좌절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도 ‘날개가 생긴다면, 그래서 저 넓은 하늘을 마음껏 날 수 있다면…….‘ 이런 간절한 소망을 지니고 날개를 펄럭이며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하는 멋진 모습도 상상해 볼 것이다.

우리가 미래를 생각하고 계획하고 꿈꿀 때를 생각해 보자. 지금보다 더 나은 삶, 이왕이면 현재의 모습보다 더 멋진 모습이 되어 있기를 소망할 것이다. 티코가 소망하는 것은 황금빛이 나는 날개이다. 어느 누구보다 멋진 날개를 달고 멀리, 그리고 높이 날아 보고 싶은 것이다. 아마 친구들에게 근사하게 변한 자신의 모습을 자랑도 하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소원을 들어주는 새가 나타나서 황금 날개 한 쌍을 갖고 싶어 하는 티코의 소망을 이루어 주고 사라진다. 드디어 소원을 이루었으니 이제 티코에게는 행복한 미래만 펼쳐지는 것일까?
우리들은 가끔 돈만 있으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올 것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부자들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번쩍번쩍 빛나는 황금이 삶의 행복을 보장해 주는 필수불가결의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버릴 때 우리는 지금 내 곁에 머물고 있는 소중한 행복도 함께 잊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날개가 없어 접해보지 못했던 세상을 마침내 마음껏 누비고 다닐 수 있게 되어 기쁘고 행복한 것도 잠시, 친구들에게 찾아 간 티코에게 쏟아진 것은 칭찬과 부러움의 말들이 아니었다. 날개가 없을 때에는 그처럼 배려하고 잘 돌봐 주던 친구들이 왜 티코가 멋진 황금 날개를 달자 달라져 버린 것일까? 그들과 다른 날개, 그들보다 더 멋진 날개를 지녔기 때문에? 만약 내가 친구 새라면 과연 황금 날개를 탄 멋진 티코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까? 솔직히 친하게 지내던 사이라 할지라도 어느 날 갑자기 그 사람이 월등하게 변한다면 나 역시 마음 한 구석에 질시하는 마음이 생길 것 같다. 그 마음이 강해져서 엇나가게 되면 괜한 일에 트집을 잡거나, 나를 낮추어 보는가 싶어 자격지심에 화를 내는 일도 생길 것이다. 티코에게 차가운 말을 남기고 떠난 새들을 나무랄 수는 있으나 이해하지 못할 행동은 아니라고 여겨지는 것은 나에게도 그런 심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리라.

티코는 가난한 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나누어 주었던 행복한 왕자처럼 자신이 만난 가난한 이들에게 자신의 황금 날개깃을 하나씩 뽑아서 나누어 준다. 자신이 지닌 것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는 행위는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다. 책을 보면서 황금 날개를 소망했던 티코로서도 자신의 꿈이었던 황금 깃털을 뽑아 주려는 마음을 가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나 자신이 나눔에 인색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그로 인해 기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함께 행복을 누리는 이치를 알고는 있으면서도 실천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티코는 나눔이 가져다주는 커다란 기쁨을 알기에 마지막 황금 깃털까지도 망설임 없이 뽑아 줄 수 있었으리라. 황금 깃털은 모두 사라지고 그 자리는 검은색 깃털로 채워졌지만, 그래서 여느 새들과 같은 모습이 되어 친구들의 환영을 받지만 이제 티코는 하나의 깨달음을 가슴에 품고 있다.

- 우리 모두는 조금씩 달라.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추억과 서로 다른 황금빛 꿈을 가지고 있으니까.

같은 모습을 지닌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각자가 마음속에 품은 꿈과 살아 온 날에 대한 소중한 추억은 다를 것이다. 또한 그것들은 각자의 삶에 소중한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을 것이다. 황금 깃털로 가난한 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티코만 좋은 추억과 황금빛 꿈을 지닌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다른 새들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만의 황금빛 꿈을 지녔을 것이며 다른 추억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행복에 잠긴 티코를 보면서 나 자신을 남들과 다른 사람으로 규정지어 주는 나만의 꿈과 추억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아이가 지닌 자기만의 꿈을 소중히 생각하고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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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5-03-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티코 화이팅~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