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한 늑대 0100 갤러리 11
마샬 아리스만 그림, 크리스토프 갈라즈 글, 차미례 옮김 / 마루벌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어느 외딴 숲 한 쪽에 위치한 농가에서 엄마, 아빠와 살고 있는 애니라는 소녀는 교수님으로부터 바이올린을 배운다. 아이는 악보를 볼 줄 몰랐으나 바이올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을 좋아한다. 어느 날 이야기를 해달라는 애니에게 엄마는 늑대가 할머니와 소녀를 잡아먹었다는 '빨간 모자' 이야기책을 보여준다.

- 맨 마지막에, 엄마는 늑대가 책 속의 소녀를 잡아먹었다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를 잡아먹기 전에, 소녀의 할머니도 잡아먹었다고 했습니다. 애니는 그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늑대는 사회성을 가진 영리한 동물임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의 편견에 의해 멸종의 위기에 직면해 있는 동물이다. 옛이야기 책에 묘사된 늑대의 모습은 대게 약자를 괴롭히고 잡아먹는 나쁜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전에 늑대와 관련된 글을 찾아 본 적이 있는데 중세시대에 늑대가 마법사와 관련이 있는 동물이라는 미신, '늑대인간' 같은 속설들 때문에 나쁜 동물, 죽여야 할 동물로 인식되어 무수한 늑대들이 학살되었다고 한다. 이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으로 인해 희생된 한 예일 뿐이다.

빨간 모자 이야기를 들은 다음 날, 애니는 바이올린을 들고 들판을 지나 오솔길로 접어들어 숲 속으로 향한다. 산책을 하려고 했는지 어떤 목적이 있어서 갔는지는 나와 있지 않다.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말처럼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까? 어두워질 무렵 심심해진 애니는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회색의 무언가가'를 보지만 지친 탓에 그 곳에서 잠이 든다. 자신을 찾으러 온 경찰관이 늑대를 보지 못했냐고 묻고서야 그것이 늑대인가 싶었을 테지만 애니는 그저 '늑대가 음악을 좋아하나 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그러나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어른들에게는 늑대는 사냥해서 없애야 할 존재였던 것이다.

총성이 들린 후 몰려 온 사람들이 죽어 있는 동물을 현관 바닥에 내던진다. 두 눈에 무엇인가가 흐르고 있는, 슬퍼 보이는 동물을.... 애니는 자신의 곁을 서성였을 늑대보다 사람들이 사방을 비추어대며 헤집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세월이 흘러 더 이상 작은 소녀가 아닌 애니는 여전히 농가에 살면서 매일 그 곳으로 산보를 간다. 그녀에게는 오래 전의 그 모습이 여전히 살아 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가 슬프다고 말하였지만 나는 '슬픔'보다 '잔인함'이라는 단어가 가슴을 할퀸다.

-애니는 그 발톱과 그 배, 등에 난 털과 그 머리가 눈에 선합니다. 두 눈에서 흘러 내리던 그 무엇까지. 그 잔인함, 그 슬픔, 그 감미로움, 그 외로움.

동물들은 감정이 없을까? 동물들은 음악이 전해주는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할까? 동물들도 우울증에 걸리면 자살을 하고, 식물도 음악을 틀어주면 성장이 촉진되는 등의 반응을 보인다. 오직 인간만이 감정을 지닌 존재로 그러한 특권을 누릴 줄 안다는 착각 속에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동물들도 고통을 느끼고, 슬퍼할 줄 아는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것을 인간은 그동안 너무나 모른 척하고 살아왔다.

'편견'으로 희생되는 것은 늑대 같은 동물들만이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편견을 안고 사람이나 사물을 대하고, 때로는 편견의 대상에게 어떤 해가 갈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고 새로운 편견을 만들어 내는데 동조하기도 한다. 아무런 편견을 지니지 않은 아이들이라 할지라도 자라면서 부모, 친구, 사회, 활자 또는 영상 매체 등을 통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그릇된 정보나 사람들의 말속에 심어진 편견도 받아들이게 된다. 내가 이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아이에게도 똑같은 편견을 가질 것을 강요해서야 되겠는가! 우리 아이들이 공정하고 다각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으려면 우리 어른들부터 세상의 편견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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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3-05 1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도 희생되는 동물중의 한 종이죠....슬픔보다는 잔인함이 더 먼저 생각난다는 글귀가 기억에 남습니다. 동화보다 더 멋지고 힘있는 서평이군요^^

아영엄마 2005-03-05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커서 아이들의 책을 읽고서야 늑대를 '나쁜 동물'로 규정지은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답니다. 가끔 인간이 잔인한 종족이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