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은 짝 - 소천아동문학상 수상작, 3학년 2학기 읽기 수록도서 시읽는 가족 5
손동연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참 좋은 짝>은 외출할 때 내가 들고 다니는 작은 가방에게 참 좋은 짝이다. 오늘도 아이와 어느 책을 들고 나갈지 실랑이를 벌이다가 각자 가방에 넣었던 책 두 권은 너무 무겁다는 이유로 다시 꺼내지고, 그렇다고 책 한 권 안 들고 나설 수는 없어 책꽂이를 살피다가 이 동시집을 골라 가방에 넣었다. 봄꽃 같은 노란색 표지는 손으로 한 번 스치면 노란 물이 들 것 같이 화사해서 손이 더 자주 간다. 표지만 쳐다보아도 그 속에서 오글오글 거리는 재미난 동시들이 생각나 살짝 웃음 짓게 만드는 책이다.
 
 어른이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 시를 쓰면 동시가 될까? 시인이 그런 마음으로 썼으니 나도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보면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즐거이 한 편 한 편 읽어본다. 아이가 책을 보다 이런 저런 걱정을 하니 엄마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 주는<걱정하지 마>를 보니 '우리들을 짓누르는 걱정거리에도 이렇게 명쾌하고도 간단한 해결책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로 돌아가 있는 지금은 모든 걱정거리를 잠시 그냥 탁~ 덮어두어야 할까 보다. 제목에도 쓰인 '참 좋은 짝'이란 표현을 쓴 <짝>은 우리가 반대말로 생각하는 '엄마'와 '아빠', '남'과 '북'등을 서로에게 좋은 짝으로 맺어주고 있다. 요즘은 '반대말'이라는 표현대신에 '맞서는 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던데 그 말보다 더 멋지게 어울리는 것이 '짝'이구나! 모두 모두 짝이 되면 싸울 일도 없겠네~.

<봄 들판에서>와 <꿀>은 봄기운을 물씬 풍기는 노란 바탕의 화사한 그림을 배경으로 나비와 보물(쪽지)을 연계시켜 나비들이 왜 '우리'를 만나러 왔는지, 무얼 찾느라 바쁜지를 알려주고 있다. 작은 아이가 볼 때마다  그림 속의 나비가 너무 귀엽다고 한다. 시만 댕그라니 있는 것보다 그림이 어우러져 있으니 시가 더욱 살아나는 것 같아 참 좋다. 그리고 제 2 부에는 세상과 자연을 헤아리는 마음이 스며 있는 동시들(<봄에는 온통>, <별도 가끔 자리를 바꾸면 얼마나 신날까>, <까치밥>등)을 모여 있다. 

 제 3 부 "교실보다 더 큰 교실"에서는 이제 갓 입학한 새내기들의 모습(<입학>, <1학년 가방>, <줄서기>등),이나 학교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을 담은 동시들을 선보이고 있다. <토요일>은 3학년만 되어도 공부보다는 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신나게 놀 수 있는 날을 기대하는 마음을, 1학년은 친구들과 놀고 싶어 월요일이 기다려지는 마음을 잘 표현하고 있다. 이 시와 함께 아이가 읽을 때마다 노래를 불러내며 낄낄거리게 만드는 동시로 <여름 개학>이 있다.

.../ 음악 책을 뛰쳐나온/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나..../ 

아이는 이 부분에서 늘 신나게 노래 몇 소절을 부른 다음에야 동시의 마지막 부분을 읽는다. 여름 방학을 하
면 자연이 더 큰 교실을 열어 주듯이 동시는 아이에게 더 큰 동심의 세상을 열어주는 것 같다.

 <우리말 우리글>은 외국어, 외래어가 범람하고 그것에 익숙해져버린 우리에게 한자이름이나 영어가 아닌 참 우리말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주고 있다. 은하수가 아닌 미리내, '클로버'가 아닌 '토끼풀'이라고 부르는 것을 언제부터 잊어버렸던가! 그러고 보니 '라일락'을 우리말로 '수수꽃다리'라고 부른다니, 이는 나도 잘 몰랐던 것이다. 국어책을 펴들고 열심히 한글을 줍는 1학년 아이들(<우리글 한글>)처럼 나도 다시 스물여덟 그루의 한글나무 밑에 가보아야겠다.

 제 5 부 "동물들이 와글와글"에는 여러 동물들이 나와서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부분이다. 기린은 목이 길~어서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될 것 같다고 하는 것처럼 동물의 신체적인 특성을 짚어낸 시도 있고, <충치 뽑는 날>이나 <나무늘보>처럼 동물을 빌어 아이의 심정 표현한 시도 있다. 그 중에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시는<구리 구리 구리>이다. 수수께끼를 내는 것 마냥 씌어진 이 동시는 구리로 끝나는 것을 맞추는 놀이를 하는 것 같은데 끝 문제를 못 풀면 '??구리'라고 놀림을 당할 수도 있다. 이젠 답을 다 알아도 서로에게 문제를 내고 맞추는 놀이는 여전히 즐겁기만 하다. 동네 아이들이 놀러오면 문제를 낸다면 이 시집들 꺼내가기도 한다. ^^

구리는 구린데 논에서 나는 구리는?(개구리)/..... /이 문제를 못 풀면 너는 너는 무슨 구리? (??구리)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가 가끔 일기장에 일기글 대신 동시를 쓰곤 하는데 지나치게 글자수를 맞추거나 끼어 맞춘 듯한 반복적인 문구를 사용하곤 해서 고쳤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교과서에 본 동시의 영향도 있는 듯...) 다른 이들이 쓴 동시를 많이 보면 동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지 싶어서 얼마 전부터 여러 동시집을 접해주고 있는데 이 책을 본 아이는 '자유롭고 재미있어서' 좋다는 평을 한다. 자유로운 동시 세상을 향해 눈을 뜨게 해 주다니, 우리 아이가 참 좋은 동시 친구를 만난 것 같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딧불,, 2005-02-01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구절 참 좋네요. 저도 참 동감합니다.
형식만 갖Ÿ다고 다 동시는 아니지요...
형식이 다르다고 동시가 아닌 것도 아니구요...
우리 나라는 정말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곳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