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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안나이트 3
신일숙 글, 그림 / 달궁 / 2004년 4월
평점 :
품절
아라비안 나이트... 천일야화.... 천부적인 이야기꾼인 세헤라자드와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마력에 푹 빠져서 하룻밤을 보낸 처녀는 처형대로 보낸다는 것을 잊어버린 왕! 성인이 된 후에 접하게 된 아라비안나이트는 솔직히 좀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어릴 때 알고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를 일컷는 '아라비안나이트'가 아니었다. 남녀간의 애정, 불륜-특히 여자의-과 살인 등이 각 이야기마다 포진하고 있는 아라비안나이트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만화로 나왔다고 했을 때 과연 그러한 점들을 어떤 식으로 순화시켰을지 우려가 되면서도 궁금했었다. 무엇보다 이 만화를 '신일숙'이라는 만화가가 그렸다는 것이 내게는 가장 강한 매력으로 느껴졌다. 그녀가 그린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내용도 흥미진진했으며 무엇보다 그 만화 그림 솜씨에 반해버렸던지라 완간되기를 얼마나 오래 기다렸던가....
아라비안나이트 완역본을 다 보진 않았지만 원전의 내용을 충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한 것을 알 수 있다. 솔직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인데 성인 버전의 세부적인 것들은 최대한 휘리릭~ 넘겨버려야 되지 않겠는가...^^; 남녀가 입을 맞추는 장면이나 아슬아슬한 옷을 걸친 여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나올 때면 어린이나 청소년이 이런 걸 봐도 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내가 너무 고지식해서 그런 것이리라.. (요즘은 우리나라 TV에서도 입맞추는 장면이 무시로 나온다는..^^*) 그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역시 남녀간의 애정지사가 상당부분 관련된 이야기들이라 되도록이면 높은 연령대의 청소년이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이슬람 문화 자체가 여성을 낮추어 보는지라 남성 중심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아라비안나이트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란 것도 현대에 두루 통용될만한 것은 아니지 싶다.
만화책이니 우선 그림에 대해 언급하자면, 신일숙님의 그림답게 아름답고 섬세하며,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색채를 선보이고 있어서 나무랄데 없이 마음에 든다. 예전처럼 또 따라 그려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이 만화책의 특징으로, 책의 양 쪽 가운데 부분에 얼마간의 공간을 두어 <책 속의 책>이라는 부제 아래 이슬람 문화와 관련된 짤막한 글을 실어 놓았다. 그런데 고난과 모험이 깃든 이야기에 빠져 있다 보면 <책 속의 책>은 아무래도 조목조목 읽어보기는 힘들 것 같다. 만화를 다 본 다음에 시간날 때마다 몇 개씩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 처음에는 왜 보기 어렵게 중간 쪽에 두었다 하는 생각에 바깥쪽에 두는 것이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그러면 또 만화 내용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 같고, 아랫쪽에 두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또 책 속에는 <무함마드에게서 편지가 왔어요!>라는 코너도 있고, 양 쪽 지면을 할애해서 이슬람과 관련된 정보를 담은 부분도 있다. 아, 덕분에 아랍 사람들의 이름이 왜 그렇게 긴 줄도 알게 되었다.^^ 그나저나 언제쯤 4권이 나올까... 아이들이 마법천자문 다음 권이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듯이 나도 아라비안나이트가 나오길 손꼽아 기다리게 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