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수의 오리 -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6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26
한정아 지음, 박의식 그림 / 마루벌 / 2001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이 편을 갈라 서로를 죽이고 죽는 전쟁! 얼마나 무거운 주제인가... 거기에다 그림을 보면 검고 두툼한 갑옷을 일률적으로 걸친 군사들이 길다란 창을 들고 칼을 허리춤에 찬 모습이 위압감을 더해 준다. 군사들의 표정도 날카롭기 그지없다. 대치중인 백제군과 신라군이 비옥한 들판인 ‘금물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에게 돌진하는 모습은 휘날리는 깃발과 달리는 말의 모습을 통해 매우 역동적으로 다가온다.  마침내 전투가 벌어지기 일보 직전!! 그러나… 그러나 들판엔 그들을 가로막는 것이 있었으니... 알을 품고 있는 오리 한 마리!  다른 새들은 군사들의 고함 소리에 놀라 다 날아가 버렸는데, 오리는 자기 목숨보다 중요한 알을 두고 떠날 수 없었기에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앉아 있었던 것이다. 생명존중 사상을 지닌 화랑, 모현랑에 의해 제기된 ‘살아 있는 생명을 함부로 해칠 수는 없습니다…’라는 글을 보면서 이 전쟁을 치르는 사람으로서는 모순된 발언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은 사람들간의 다툼으로 인해 야기된 싸움일 뿐 동물들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존재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여겨지기는 한다.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던 그림책을 갑자기 재미있게 만들어 주는 대목이 있으니 이 부분에 시선 집중~  아이가 책을 재미없어 할 때 내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그 책을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엄마의 몫이 아닌가 싶다.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이 부분을 읽어주기 시작하면 깔깔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오리를 덤불에서 쫓아내기 위해 백제 군사가 매우 우스운 행동을 한다. 이 부분을 놓치지 마시길... 내가 ‘꽥꽥! 꽉꽉~ 날 따라와 보랑께~ 일루 와!!…’ 등등 갖은 사투리를 섞어가며 오리 흉내를 내는 순간 아이는 흥겨워지고, 오리 흉내를 내며 아이를 간지럼이라도 태우는 날에는 웃느라 배가 아프다고 할 지경이다. 근엄하기 그지없는 장군을 웃긴 그 모습으로 바로 우리 아이들을 웃겨 준다면 이 책은 아이의 애독서가 될 것이다. 물론 엄마가 재미있게 읽어주는 책으로~.

 엄마 오리가 전쟁을 목전에 둔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평화. 군사들이 어느새 적군임을 잊고 서로가 이웃 사람임을, 한 고향 사람인 것에 반가워 하는 동안 서서히 전쟁의 기운은 물러나고 있었던 것이다. 아기 오리의 탄생을 함께 기뻐하며 ‘한 발자국씩 물러나는 법’을 배운 신라군과 백제군. 그들은 애초에 한 민족이었고, 이웃이었지 않는가. 전쟁은 참혹하다. 그러나 조금씩 양보한다면 평화는 찾아온다. 탐욕에 의한 전쟁은 죽음과 함께 오지만 양보와 타혐이 가져다 주는 평화는 기쁨과 함께 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좋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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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12-31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그림책 몇년 전 처음 봤을때, 참 좋다는 느낌 받았어요. 그림도 그렇고 여유로운 웃음 한 자락 던져주는 내용이 흐뭇하더군요. 심각한 이야기를 웃으며 가볍게 들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것 같았어요. 아영엄마, 꾸준히 한가지일에 열심인 분을 보면 존경스럽죠. 님이 그래요. 전 올해 하반기에 서재일에 좀 뜸했네요. 올해 남은 건 스케이트와 수필인 거 같아요. 어린이독서지도일은 계속 하고있구요. 님, 새해에도 건강하고 알차게 꾸리시기 바래요. 좋은일 많이 만드시구요. 혜영이 아영이도 지금처럼 이쁘고 건강하게 잘 자라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