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벨 이마주 60
D.K. 래이 그림, 존 W. 피터슨 글, 김서정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4년 4월
평점 :
절판


 둘째 아이의 유치원 음악발표회가 있어 참석했는데 영, 유아반 공연 프로그램중에 수화로 dream이라는 노래를 부르는 코너가 있었다. 아이들이 입으로 노래도 부르고 작은 손으로는 노랫말을 수화로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지고 눈물이 차올랐었다. 아이들은 수화를 배우며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수화라는 언어 형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리라...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과 생활하면서 생긴 일들이나 장애인을 가족으로 둔 이의 고통, 아픔 등에 관한 동화가 아닐까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막상 책을 보니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 책은
 언니가 장애인이 아닌 한 가족으로서의 동생의 평범함과 특별함을 시적인 문장으로 표현해 내고 있다. 자신과 동생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번갈아 가며 들려 주는 이야기 속에서 잘 드러내 주고 있을 따름이다. 피아노를 칠 줄 알지만 노래는 부르지 못하는, 흔들리는 풀잎의 미세한 떨림도 볼 줄 알지만 벨 소리를 듣지 못하는 동생... 언니에게 동생은 춤도 출 줄 알고, 놀기를 좋아하고, 장난도 칠 줄 아는 평범한 아이이다. 그리고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점이 남들과 다른 동생을 불쌍하게 여긴다거나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대신에 일반인들이 잘 알아채지 못하는 미세한 움직임이나 진동도 느낄 줄 아는지라 언니가 동생을 부를 때 발로 바닥을 구르거나 먼 발치에서 몸을 크게 흔들어 보이거나 곁으로 다가가 팔을 만지기도 한다. 그것을 보면 꼭 소리를 통해서만 누군가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 선글라스를 끼고 말을 하자 동생이 안경을 벗게 했다는 장면을 보면 사람의 눈도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눈으로 상대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면 사람들이 연민이나 혐오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을, 그리고 그 시선에 실린 소리 없는 배척을 장애인들이 느낄지 못할 리가 없다.  책의 내용 중에 소리를 못 들으면 동생의 귀가 아프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사람들이 이해해 주지 않을 때 마음이 아프다"고 대답하는 언니의 말이 가장 가슴에 남는다. 살아오면서 혹여 내가 장애를 지닌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까...  

 

실은 나는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데 그래도 다른 한 쪽 귀로 세상의 소리를 접할 수 있으니 정상인의 범주에 들긴 하지만 나름대로 불편한 것이 많다. 그래서 가끔 아이들에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하겠냐, 불쌍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 이 책을 보면서 나의 이런 말들이 아이들에게 장애에 대한 편견을 키워 준 것 같아 반성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아이뿐만 아니라 이미 편견을 안고 사는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4-12-19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로군요.. 리뷰도 감동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