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이의 추석 이야기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2
이억배 지음 / 길벗어린이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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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속의 추석은 큰 집에 가서 바람 술술 통하는 대청마루에 둘러 앉아 송편을 빚으면서 시작되었다.   떡이 커다란 가마솥 안에서 김이 올라 익기를 기다리며 장작으로 불을 때는 아궁이 옆을 지나다니곤 했던 기억도 난다. 새벽부터 일어나 분주한 움직임 뒤에 조용히 차례를 지내고 상을 물린 후에 엄마에게 챙겨주신 맛있는 생밤 몇 알을 뽀드득 뽀드득~ 씹어 먹으면 그 맛이 어찌나 좋던지.. 그 습관은 지금도 남아 차례상을 물리면 꼭 밤 하나를 깨물어 먹으면서 아이에게도 하나씩 나누어 주곤 한다.

 이 책은 마치 7,80년대의 풍경을 담은듯 조금은 촌스러워 보인다.^^  고향할 준비로 바쁜 동네 풍경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면 아침 일찍이서인지, 명절 전날이라 그런지 가게문들이 다 닫혀 있고, 슈퍼에 "추석 연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어 드디어 추석귀경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길다랗게 줄을 선 사람들.. 길다랗게 줄을 선 차들...

 차에서 몇 시간씩 보내는 것도 상당한 고역인데(대소변도 남몰래 해결해야 하고, 허기를 면하기 위해 차 안에서 컵라면이나 도시락을 먹기도 해야 하는 등) 그림 속의 사람들은 지쳤으면서도 다들 밝은 표정이다. 그렇게 힘들게 찾아간 고향에서 자기들을 반기는 가족 친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회포를 푸는 모습이 참 정겹다.  차례도 지내고 명절 음식도 먹고, 동네 사람들이 모두 어우러져 추석에 맞는 전통 놀이도 하는 걸 보니 솔이는 추석을 잘 보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 아이들은 명절에 할아버지 집에 가면 집안에서 사촌 동생이랑 노는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그 옛날 추석은 조상의 넋을 기리고 넉넉한 음식과 함께 온 가족이나 동네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어우러지는 날이었다. 그러나 현대로 들어서면서 추석의 의미도, 기쁨도, 재미도 퇴색해 가는 듯 하다. 그렇긴 해도 여전히 추석, 설 때면 점포마다 근사하게 포장한 선물셋트들이 진열되고, 고향에 갈 때 들고 갈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리고 고속도로에는 고향으로 떠나는 차들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게 되고... 솔이네가 집으로 돌아오는 풍경은 떠나던 아침의 풍경과 거의 똑같지만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 아이에게 어떤것이 달라졌나 찾아 보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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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09 19: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0 0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4-09-10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4-09-10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책인데 아이가 이 책 가져올 때마다 좀 부담스러워요. 읽어줄 글은 얼마 안 되어도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책이라... ^^ 이제 곧 송편을 먹게 되겠군요. 세월 참 빠르죠?

아영엄마 2004-09-1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없는 이 안님..아이들 책치고 쉽게 홀라당 읽고 넘어가는 책이 별로 있나요.. 읽어 주다 보면 이 얘기하고 저 얘기하고.. 곧 송편 빗으러 가야 하는 날이 오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