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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꺼내 주세요
유혜전 글 그림 / 한림출판사 / 2002년 10월
평점 :
부끄러운 말이지만 나는 깔끔하게 치우면서 사는 타입이 아니다. 더구나 아이들이 둘이다 보니 나름대로 열심히 치운다고 해도 늘 집안은 어지럽기 마련이다. 가끔 아이 친구 엄마에게 놀러 오라고 하면서 집이 좀 지저분하더라도 흉보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곤 하는데, 그러면 상대방은 대부분 "애들 있는 집은 다 그렇죠 뭐~"라는 대답을 해주신다. 흠.. 아이가 있는 분들은 알고 있는 게야.. 아무리 정리를 해도 그 때뿐인 것을! 여기 저기 자질구레한 장난감이 굴러 다니고, 아이가 읽고 꽂지 않은 책들이 발에 밟히기도 한다. 청소기를 하루에 몇 번을 미는데도 아침에 일어나 바닥과 물건들 위에 내려앉은 먼지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까지 있다. ^^;;
아이들이나 내가 무엇을 만들기라도 하는 날에는 주위는 여러 가지 것들(종이, 풀, 가위, 칼, 셀로판 테이프 따위들)이 널려서 빙 둘러서 가야 할 판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속의 풍경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 책 속의 두 아이의 엄마도 요리를 하고, 스크랩을 하거나 만들기를 하는 등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는 아빠가 퇴근할 시간이 되면 엉망이 된 집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왜냐하면 별명이 "깔금쟁이"인 아빠는 상당히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판 밑의 청소 상태까지 점검하는 아빠의 마음에 들기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책 읽어주면서 속으로 '이런 사람과 살면 정말 피곤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이 살면서 어떻게 먼지 하나 없이 살 수 있겠는가! 더구나 아이들을 키우는 집에서...
이 책 속의 아빠는 그래도 손수 청소기를 들고 집 안 여기저기의 먼지를 청소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시는 분들은 소수이지 싶다. 어쨌든 여자만 청소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다만 아빠가 '깔끔쟁이'이기 때문이라는 전제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족을 위해, 아내를 도와주기 위해 청소기를 드는 모습이었다면 더 멋져 보일 텐데... 그나저나 아빠가 너무 열심히 청소기를 돌리다가 그 속으로 엄마가 빨려 들어가버리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과연 누가 엄마를 꺼내줄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면서 사건의 추이를 지켜보게 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