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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그림책은 내 친구 29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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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가는 길. 학교에 들어간 아이들이 아침이면 늘상 걷게 되는 그 길은 별 변화가 없는 듯 하면서도 소소하면서도 다양한 일들이 벌어진다. 집에서 나서는 길에 마주치는 이웃 어른에게 꾸벅, 고개 숙여 인사도 해야지. 친구를 만나면 한 십 년 못 보기라도 한 냥 소리 높여 부르며 반갑게 달려가기도 하고. 주택가를 벗어나 여러 가게며 건널목을 건너기도 할 테고, 문구점에 들려 준비물을 사는 날도 있을 거고. 내가 만들어 낸 상상 속에 빠지거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면 축지법을 쓴 것도 아닌데 언제 도착했는지도 모르게 벌써 학교 앞에 도착해 있을 때도 있을테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상상 그림책 2번째 작품. 다리미 자국이 다양한 대상으로 변모하는 전작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학교 가는 길에 펼쳐지는 풍경을 발자국 형상으로 다양하게 표현하고 있다. - 이런 형식을 그래픽 콩트라고 하는구나. - 신발바닥 앞부분과 뒤축이 분리되어 있는 형상을 절묘하게 이용하여 문과 찻잔으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신문을 입에 문 강아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한 가지 형상에 간략한 선과 색감을 더하는 것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사물을 표현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작가의 상상력과 표현력이 여전히 재미있고 참신하게 다가온다.



 학교 가는 길에 지나치는 치과, 꽃집, 가구점 같은 가게를 치아, 선인장과 꽃, 소파 등 연관되는 사물로 표현해 놓았다. 단어와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다르지만 두 대상을 연결지어 인식하는 과정이 사고의 확장과 연상 작용이 활발히 일어날 수 있게 해주지 않을까. 하굣길에는 발자국이 반대 방향으로 찍혀 있고 다른 길로 오는데, 마찬가지로 야채 가게, 생선 가게, 경찰서 등 다양한 건물들의 특징을 잘 짚었다는 생각이 든다. 길을 가다 보면 다양한 업종의 가게나 건물을 지나치게 되는데 아이들에게, 이 책에서처럼 하나의 형상을 이용해 다양하게 표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어떻게 표현할까, 무엇을 더 그릴까, 요모조모 궁리하고 생각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의 생각도 상상력도 쑥쑥 커질 게다.


 아이들이 다니는 길이 안전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부모 마음과 달리) 위험은 어디에나 있나니, 신호등 있는 건널목이라도 건널 때 조심해야 하고, 아무리 맛난 것으로 유혹해도 행여 낯선 사람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길을 가다 보면 재미난 일이 눈에 들어와 그걸 지켜보느라 멈춰 서 있다거나, 흥미진진한 상상에 푹 빠져 있다 보면 아차, 지각할라! 어린이들, 한눈팔지 말라는 엄마 말씀도 잊지 말아요~. 
 세상에는 한 발짝 한 발짝 걸을 때마다 재미있는 일들이 일어나지만 그래도 언제나 가장 좋은 곳은 나는 반겨주는 이가 있는 내 집이 아닐까. 멍멍이도, 엄마도 나를 반기지만 가장 좋아하는 건 바로 내 동생. 동생이 첫 걸음을 떼게 될 날을 그린 마지막 장면에 보이는 작은 발자국 하나. 재미나고 호기심 가득한 일들이 가득한 세상을 향해 내딛는 첫 발자국이다.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선 아이의 발자국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았구나... 책장을 덮고는 손가락으로 눈밭에 찍힌 발자국 같은 느낌을 주는, 표지 위의 입체감 있는 발자국을 새삼 손가락으로 더듬어 따라가 보았다. 아이들이 먼 거리를 통학하는 것이 안쓰러운 마음- 학교 근처로 이사 가면 좋겠단 생각도 가끔-이 들곤 하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일이구나 싶어진다. 

 요즘은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바쁜 일상에 쫓겨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뭐 그리 바쁜 일이 있다고 앞만 보고 걷나, 가끔 내가 가는 길에 어떤 가게들이 있고, 요즘 유행하는 패션은 어떤 것들인지 눈길 주며 걷는 날도 있어야지~. 큰 아이는 전에 등하교시에 길을 익히려고 경로를 바꾸어 다니곤 했다던데 -특정 가게를 본 적이 있나 물어보니 모르겠다는 대답만- 길만 눈여겨 살핀 모양이다. 주변의 다양한 풍경과 변화로운 일상이 가져다주는 소소한 재미를 포착하고 즐길 줄 아는 여유. 간단한 것으로도 많은 것을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그림책이 그런 여유를 일깨워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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