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집에서
에릭카 실버만 / 한림출판사 / 1998년 7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98년에 나왔으니 제법 오래된 책에 속할 것이다. 한림의 다른 책들-순이와 어린동생, 이슬이의 첫 심부름 등-에 비해 그다지 알려진 편이 아니라서 아시는 분이 별로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참 재미있게 본 책 중의 하나이다.
마을 문고에 갔다가 제목이 참 특이해서 발견한 책인데, 몇 번이나 대여해서 보다가 5살 된 둘째 아이가 너무 좋아해서 아예 책을 구입해 버렸다.

아이들은 유령이나 괴물 같은 것들을 무서워 하면서도 보고 싶은가 보다.
 어른들이 무서울 걸 알면서도 공포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심리일까? 
자, 과연 으시시한 유령의 집에서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책!
독특하게도 이 책의 주인공들은 탈옥수이다. 이 점이 조금은 꺼림직하긴 해도, 아이들에게 죄를 지어 감옥이라는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원문은 동시라고 하는데, 탈옥수와 유령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숫자 세기를 하게 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표지에서 보여지듯이 두 사람은 탈옥수(죄수)인데 탈옥수라고 하면 험상궂게 생긴,
덩치 큰 사람들을 연상하게 되는데, 어째 그 둘의 표정을 보니 잔뜩 겁을 집어 먹고 있다. 그 모습이 오히려 동정심을 자아내게 한다. 뒤를 쫓아오는 경찰로부터 도망친 두 명의 탈옥수들은 '어느 어둡고 침침한' 집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바로 유령의 집었던 것이다.!

그 집의 곳곳에는 서양의 옛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온갖 유령과 괴물들이 살고 있었지 뭔가~~.
두 사람은 들어가자 마자 아빠 늑대인간과 열 마리의 아기 늑대 인간을 보게 된다.
유령의 소굴에서 밤새도록 울부짖는 늑대인간들...
질겁을 하고 도망친 곳에서 이들은 흡혈귀, 벌레, 박쥐, 유령, 괴물, 해골, 거미, 고양이, 먀녀 등을 차례로 보게 되는데, 이쯤되면 이성의 범주를 벗어나게 되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독특하게도 아기의 숫자가 하나씩 줄어 든다!
엄마 흡혈귀와 아홉마리의 아기 흡혈귀,
아빠 벌레와 여덟 마리 이기 벌레,
엄마 박쥐와 일곱 마리의 아기 박쥐,
...
엄마 마녀와 단 한 명의 아기 마녀..
이런 식으로 열부터 하나까지의 숫자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이 책은 엄마가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따라 그 재미가 달라질 것이다.
무서운 부분에서는 무섭게,
징그러운 부분에서는 징그럽게,
조그맣게 읽을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최대한 낮추어서~
이렇게 읽어주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그 집에 들어간 것 마냥 즐거워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특히 더러운 접시 위에 꼬물거리는 벌레들(구더기~^^;)이 나오는 장면만 보면,
징그럽고 소름이 끼쳐서 빨리 읽어버리고 넘기려는데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더 보려는 듯이 책장을 붙잡고 있다! 고얀 녀석들~ 엄마가 징그러워 하는 것 자체를 즐기나 보다.

어찌 어찌하여 두사람에게는 너무나 무시무시하기만 했던 밤이 지나고, 그 집을 빠져 나온 그들이 어디로 도망을 갔을 것 같은가?  어른인 나에게도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마무리였다.
'광복절 특사'라도 되고 싶은 걸까? 그들이 도망쳐 간 곳은 바로 "Home Sweet Home"
유령의 집에서 나온 그들에게 감옥은 차라리 아늑한 집과 같았나 보다.
이 여름에 으시시함과 흥미를 끄는 내용에, 숫자를 익힐 수 있는 교육적인 효과까지,
두가지 효과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책이라서 묻혀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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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키웨이 2004-07-14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 보는 책이네요, 정말.
묻혀버리기엔 참 아까운 그런 그림책이 정말 많아요.
다행히 한림출판사는 판매가 다소 실망적이어도 꾸준히 발간을 하는데
베**이라고 전집 만드는 F출판사의 단행본 라인 있잖아요?
거기 책은 쫌만 안 팔린다 싶으면 바로 절판시키더라구요.
최근에 나온 마법의 그림책인가도 절판시켰다지요....
장사속으로 출판사 운영하는 것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나는 듯 해서 많이 씁쓸해요.
그런 점에서 보면 한림이나 비룡소...등은 참 뚝심이 있는 거 같아요.

바람꽃 2004-07-14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영엄마님 리뷰를 보니 저도 구입하고 싶네요.^^
이런책 많이 소개해 주세요.. 아니..많이 소개하시면 다 사고싶으니까 적당히..ㅎㅎ



딸기엄마 2004-07-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의 리뷰는 언제 읽어도 ------ 흑~ 저에게 좌절감을 줍니다...... 그리고 보관함에 책들을 집어넣게 합니다.^^

아영엄마 2004-07-14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히 제 리뷰보고 책 사셨다가 실망하실까봐 걱정되는데요.. 되도록이면 서점에 가서 정말 흡족한 책인지, 아이들이 좋아하는지 확인해 보고 사시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