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날을 위한 특별한 선물

오늘은 무슨 날?
테이지 세타 지음,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4년 10월

슬기가 엄마, 아빠의 특별한 날을 위해 깜짝 선물을 주는 과정을 수수께끼를 풀듯이 따라 가게 만드는 그림책이다. 우선 <오늘은 무슨 날?>이라는 제목 글자에 각각 다른 색을 입혀 놓아서 보기에도 참 예쁘고 책장에 꽃혀 있는 책들중에서 더욱 눈에 띄는 책이다. 또한 한 여자아이가 손에 빨간 리본을 맨 쪽지를 들고 탁자에 앉아 있는 엄마 아빠 몰래 살금살금 걸어가는 표지의 그림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 책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슬기가 아빠의 양복 주머니에 무엇인가(쪽지)를 넣길래 아빠의 생일을 맞아 축하카드를 넣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런데 환한 얼굴의 슬기가 학교에 가면서 엄마에게 무슨 날인지
아시느냐며 세 번째 계단을 보라고 한다. 바로 그 곳에 빨간 리본을 맨 강아지 인형과 첫번째~ 쪽지가 놓여 있다. 그 때부터 엄마는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슬기가 숨겨 놓은 쪽지를 찾아서 집 안과 밖,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게 된다.

슬기네의 집 구조는 집 안에 계단이 있는 2층 집이다. 큰 아이는 이런 집 형태가 마음에 드는지 이 다음에 마당이 있고 2층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거실에 피아노가 있다는 것도 좋아 보이나 보다. 내가 보기에도 슬기네 집은 참 아담하고 아늑해 보인다. 잔디가 자라고 작은 연못이 있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들이 뛰놀게 하면서 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나무색을 많이 사용한 그림에서 일본식 목조 건물의 느낌이 물씬 풍겨 나오는데 그래서인지 내용이나 이 책이 풍기는 이미지도 따듯하기만 하다. 아이가 좋아해서 자주 읽어달라고 하면서 점차 그림들을 여유있게 살펴 보곤 하는데 여기저기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소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집 안 여기 저기에 놓여 있는 꽃이 꽂혀 있는 화병도 눈에 띄고, 인형이 많은 슬기의 방은 참 예뻐 보인다.

한편 엄마는 슬기의 쪽지에 적힌대로 우산꽂이 항아리 속도 살피고, 2층에 있는 아이방에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 속을 살피기도 한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엄마라면 참 좋은 엄마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쪽지를 연못에서 건져 내기도 하고, 슬기가 쪽지에 제안한대로 피아노로 기념이 될만한 음악을 쳐보기도 한다. 하지만 기념이 될만한 노래가 '반짝반짝 작은 별'이라니.. 원어책에도 그렇게 적혀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어쩌면 번역자가 아이들이 알기 쉬운 노래의 제목으로 대체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그런데 처음 책을 볼 때는 잘 눈에 들어 오지 않지만 쪽지 윗부분에 그려져 있는 소나무 모양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를 알려 주는 중요한 힌트이다. 쪽지를 찾아가는 여정이 계속되는 동안 책 속의 엄마와 마찬가지로 책을 보는 아이의 호기심도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빠의 호주머니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엄마가 전화를 하게 되는 장면에서 '이 시간이라면 전화를 해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종종 아이가 자기에게 할 말이 있다고 누군가에게 아무 때나 전화를 걸려는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화를 해도 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가리는것도 전화 예절의 하나가 아니겠는가. 나도 이 부분을 읽을 때 아무 때나 아빠나 선생님 등에게 전화해서는 안되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있다.

마침내 엄마 아빠의 특별한 날을 위해 슬기가 마련한 예쁜 선물(포장지가 더 큰 비중을 차지 하지만...^^)을 풀 때 수줍은 듯이 탁자 덮개로 얼굴을 가리는 슬기의 모습이 어찌나 귀여워 보이던지..이 그림을 본 후에 아이와 함께 크고 작은 상자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슬기 덕분에 엄마 아빠가 느끼게 된 행복함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하 이 날이 또 한 번 슬기에게 특별해지게 되는데,  바로 아빠가 가져오신 바구니 속의 주인공~~ 하지만 마지막의 하이라이트가 더 남아 있으니 아이들은 그 것을 볼 때까지 책장을 덮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결혼기념일에 대해 물어 보면 꼭 가르쳐 줍시다.
엄마 아빠가 평생(요즘에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아주 아주 소중하고 기념할 날이니까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