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 지음 / 동문선 / 1996년 2월
평점 :
절판


이외수님의 소설은 허구중에서 가장 허구같은, 비과학적인 것-초능력이라든지,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 같은 것들-으로 치부되는 것들을 이야기 속에 끌어 들이고 있다. ... 「칼」을 비롯해서 「벽오금학도」「황금비늘」, 최근의 「괴물」까지...  내가 이외수님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은 그의 소설 속에는 우리의 미래를 밝혀줄 유토피아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며, 구원의 소망을 담은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칼>에서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권능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신검을 만들도록 선택되어진 남자가 나온다.  박정달은 평생을 남들에게 짓눌리면서 살아 온 사람의 전형이다.  학창시절에는 학원폭력에 희생되고, 사회에 나와서는 별다른 죄도 없이-죄라면 칼을 수집한다는 것- 살인죄를 쓰고 경찰서에 끌려가 고문까지 당한 사람이다. 그러다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고...  마침내 그는 자신의 가슴 속에 품어온 꿈, 신검을 만드는 소망을 실행하고자 결심한다.

  주인공처럼 늘 피해의식을 가지고, 다른 사람에게 핍박당하면서 살아온 사람이라면 사회를 향한 분노를 지녔을텐데 그는 순수한 감정- 선상을 선과 평화로 정화하려는 소망을 지녔다. 한 때는 칼로 복수를 꿈꾸다가 그마저도 여의치 못함을 알고는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칼에 대한 동경만은 그대로 남아 세계의 칼을 수집하는 매니아가 된 것이다. 그가 신검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은 무협지에서 주인공이 기인을 만나는 것처럼 우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작가는 그것이 오히려 그의 운명임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나로서는 마지막 부분이 조금 황당했다. 예전에 읽는책인데그 사이에 그 끝을 잊어버렸었나 보다. 주인공은 신검을 찾아 온 사람으로부터 칼에 피를 묻히기 위해 한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고민하다가 결국 자신을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데, 누군들 스스로 죽음을 택하기 쉽겠는가...  도인을 희생자로 삼기로 한 그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결국 자결이 아닌, 도인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것은 좀 허무했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들이 생애의 가장 아름다운 자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가마 안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박정달씨 스스로 칼에게 피를 먹이리라 믿었던 내 예상을 뒤엎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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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4-06-24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얼마만에 보는 책인지...
표지가 바꼈군요.
10년도 전이네요...한참 이외수에 빠져있었던 적이 있었지요.
지금 읽으면 ㅎㅎㅎ
아마도 영 아닐 듯 하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