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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아빠 살림어린이 그림책 20
앤서니 브라운 글.그림, 노경실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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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과 같은 어른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왔을 거라 생각하는 건지, 부모의 아기 때 사진을 보면 참 신기해한다. 엄마, 아빠에게도 기저귀에 똥오줌 싸고, 젖병을 빠는 등 자기처럼 어린 시절이 있다는 것에 대해 상상이 잘 가지 않는 모양이다. 젊음을 돌려준다는 음료를 마시고 아기로 변한 아빠의 모습을 보면 외모 전체가 어려진 것이 아니라 몸은 아기 몸인데 얼굴은 그대로인 모습이다. 살짝 징그럽기까지 한데, 아이들이 상상 속에서 한번쯤 그려보았을 법한 아빠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존의 아빠- 아이는 작품 전반에 걸쳐 모습을 확연하게 드러내지 않고 있지만 '존'이라는 이름으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청바지와 청재킷, 알록달록한 무늬가 들어간 화려한 옷 등, 젊은 사람들이 입는 옷도 많고, 머리 모양도 자주 바꾸는, 상당히 멋을 부리는 사람이다. 초반에 그려진 아빠 얼굴을 보면 늘 한 쪽 입 꼬리를 살짝 치켜 올린 미소(속된 말로 표현하자면 "썩소"? ^^;)를 띄고 있고 있는 표정이, 약간은 나 잘난 맛에 사는 듯한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아빠가 당구를 치고 있는 장면의 배경을 잘 살펴보면 선반 제일 위 칸에 얹혀 있는 TV는 -영원히 아이로 남아 있고 싶어했던 소년- 피터 팬으로 추측되는 소년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 두 번째 칸에 있는 트로피 안에는 젖병이 담겨 있고, 세 번째 칸에 있는 박제된 물고기의 입에는 공갈 젖꼭지가 물려 있음 - 다른 칸에는 장난감병정의 모습도 보이는데, 어른들의 장난감들(총, 카메라, 컴퓨터, 오디오, 술, 골프채 등 ) 사이에 어려지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소소한 물건들을 배치해 놓았다.

-  아빠가 테니스 라켓을 기타처럼 여기고 있는 장면을 보면 방에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담긴 커다른 액자가 걸려 있다. 추측일 따름이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 중에 "지미 헨드릭스"라는, 젊은 시절에 요절한 유명한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 [Woodstock]이라는 앨범 제킷 사진의 모습이랑 비슷한 느낌이 든다. 공연 때 화려한 의상도 즐겨 입었다고 하고... (참고로.. http://music.naver.com/album/index.nhn?albumId=70786
 자전거 타기 운동을 하는 장면도 눈길을 끄는데, 역기 옆에 '딸랑이'로 여겨지는 물건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 외에,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의 모습이 집 안에 걸린 액자 속의 건물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아빠가 조금이라도 아프면 자리보전을 하고 누워 법석을 피우는 것이 영락없는 아이처럼 군다. 존의 엄마는 "다 큰 아기"라고 부르는데 참으로 공감 가는 표현이 아닌가! 나 역시 가끔 농담삼아 남편을 아이 수에 포함해서 말하곤 한다는. 멋 부리는 것뿐만이 아니라 어지간히 자기 몸을 챙기는 아빠는 어느 날 "젊음을 돌려드립니다"라고 적힌 음료수를 사와서 마신다. 젊어지고 싶어 하던 소원을 이룬 셈이긴 하지만 그 얼굴 그대로, 몸만 작아져서는 기저귀도 채우고, 낡은 아기 의자에 앉아 이유식은 입이며 의자에 치적치적 칠을 하고, 쭉쭉이(공갈젖꼭지)를 입에 물고 있는 등 하는 아기가 하면 자연스러운 행동이지만 아빠의 모양새는 어른이 애 흉내를 내는 것처럼 우스꽝스럽게 여겨진다.

* 아빠가 신이 난 얼굴로 집에 돌아오는 장면을 보면 문 옆 쪽에 걸린 액자에 한 소년이 곰인형을 거꾸로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뒷모습이 담겨 있다. 그런데그 액자 아래에 곰인형이 아빠가 들어오는 모습을 지켜 보는 모양새로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소년이 이 집 아이인 '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아빠와 놀아주려고 블록으로 탑을 쌓아주지만 아빠는 그걸 무너뜨려 버린다. 아이들은 쌓는 것보다 무너뜨리는 걸 더 재미있어하니 아기가 된 아빠 입장에서는 당연한 행동이겠으나, 본문 글을 보면 '아빠가 늘 그랬듯이 아들과 노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표현하고 있다. 앤서니 브라운의 초기 작품들을 보면 화목하지 못한 가족의 일면을 담곤 했는데, 이 작품에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 부분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울다 지쳐 잠들었다가 깬 아빠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지만 늘 젊게 보이고자 했던 아빠의 머리에서 - 늙어감의 상징인- 흰 머리 한 가닥을 찾아낸다는 나름 슬픈(?) 결말로 끝을 맺고 있다. 


 (아빠 머리 위 쪽에 걸린 그림이 눈길을 끄는데- 명화를 패러디 한 것 같은데 무슨 그림인지는 아직 모르겠음- 아기가 된 아빠의 밑에 깔려 있는 여인은 아빠를 돌보느라 녹초가 되어 버린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우리나라의 많은 가정이 그렇지 않을까 싶은데, 우리 집 역시 애들 아빠가 평일에는 회사 일이며 음주 약속 등으로 늘 바빠 애들이 잠들고 난 후에 들어오기 일쑤이다. 그래서 주말이나마 아이들과 좀 놀아주었으면 싶은데 대게 피곤하다거나 쉬고 싶다는 이유로 아빠와 놀고 싶은 아이의 열망이 묵살될 때가 많다. 아이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더 서운한 일이다. 도서에 얇은 워크북이 제공되는데 이왕이면 아이와 아빠가 함께 공간을 채워가며 서로의 바람과 사랑을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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