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 그림책은 내 친구 28
도널드 크루스 글.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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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집 막내는 위로 (멀미를 일으키는 탓에 탈 것을 싫어하는) 두 아이와 달리 자동차, 버스, 기차 등의 탈 것에 호기심이 많고 타는 것도 참 좋아한다. 그렇다보니 탈 것이 등장하는 그림책과 스티커북을 자주 꺼내오는데, <화물 열차/도널드 크루스>를 꺼내 볼 때면 함께 보는 책으로 인식해서인지 이 책도 실과 바늘처럼 함께 가져온다. - 최근에 <트럭>도 구입했는데 (와우~ 책 크기라니!) 딱히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아도 좋아하는 장면을 오래 펼쳐 놓고 즐겨 감상한다. 특히 분홍색 트럭을 좋아한다는~ ^^;

 기찻길을 할머니 댁으로 가는 지름길로 이용하려던 아이들이 겪은 일을 담은 이번 작품은 <화물 열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화물 열차>는 하얀 여백을 배경으로 색색의 차량이 등장하여 전반적으로 밝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반면, 이번 작품은 배경 자체가 어둠이 내린 저녁 무렵이고 중반부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열차는 커다랗고 위협적인 느낌을 속도감 있게 방출하고 있다.
 



 이 작품의 시작은 본문이 아닌, 표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아이들이 기찻길로 올라서 있는 앞표지 그림뿐만이 아니라, 양표지를 활짝 펼쳐 보면 뒤표지의 한 쪽면에 그려진, 전방을 비추고 있는 샛노란 불빛은 조만간 기차가 모습을 드러낼 것을 짐작케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라고 하는데, 헌사를 담은 내지에 보면 '끝이 좋으면 다 좋다.'라는 문구가 덧붙여져 있다. 위험한 순간을 겪긴 했지만 그 일을 소재로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의미일까.




 
 책에 씌운 겉표지의 책날개에 보면 아이들이 왜 기찻길로 가기로 했는지를 알려주는 글이 담겨 있다.(원작에도 이런 형식을 취하고 있는지, 한글판에서 도입부에 대한 설명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실은 글인지 궁금하다.) 아이들이 여름이면 가는 시골 할머니네 집 옆에 있는 기찻길. 가까이 가지 말라는 주의를 들었음에도 날이 어둑어둑해지는 시간이 되어 얼른 할머니 댁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은 금지령이 내려진 지름길을 택해서 걸어간다. 아이들이 웃고 소리치고 노래를 부르거나 몸싸움도 하며 계속 기찻길 위를 걸어가는 사이, 왼쪽 책장 상단을 보면 기차의 등장을 예고하듯 -작은 글자 크기로- "뚜우우"하고 기적소리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점차 커지는 (글자 크기와) 기적 소리와 노란 불빛은 기차가 다가오고 있다는 등의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게 만든다. 다급하게 뒤돌아서서 달리기 시작한 아이들의 모습과 "달려!", "내려가!" 같은 단순한 외침 역시 긴박한 상황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아이들 뜀박질보다 더 빠른 기차가 언제 바로 뒤에 들이닥칠지 모르는 긴박한 순간!! 마침내 위용을 드러내는 커다란 화물 열차.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각기 다른 열차 칸을 보여주는 것으로 독자가 작품속의 아이가 되어 열차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는 듯한 역동적인 느낌을 준다. 하단에는 "칙칙 폭폭" 혹은 "칙폭" 같은 의성어 글자에 입체감을 주고, 크기에도 변화를 주어 소리의 강약을 실감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시커먼 어둠 속에서 샛노란 불빛을 사정없이 앞으로 비추며 달려오는 기차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무섭고 위협적으로 느껴졌는지를 참으로 잘 담아낸 수작이다. 

 어른들이 절대 다니지 말라고 못 박은 금지된 길로 가다가 겪은 그 두려운 일은 기차의 샛노란 불빛만큼이나 아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아로 새겨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은밀한 비밀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그 세월만큼 마음속 깊이 숨어 있었으리라. 할머니께도, 엄마한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는 마지막 글이 아이에게도 인상에 남는지 본문을 들려주기도 전에 제가 먼저 앞서서 "아무 말 안 했죠~" 라고 말한다. 어린 시절에 부모에게 차마 말하지 못했던 비밀 하나 정도는 가슴에 묻어 둔 어른들에게도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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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30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저 놀러왔답니다.

갑자기 '절대 잊지 못 할 첫 기억'이라는 문구가 생각나요. 심리적으로 무척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시장에서 엄마를 잃어버리고 경찰서에서 울다가 빵 얻어먹었던게 첫 기억이예요.
다른 것들은 부모님이 말씀해주신 재생 기억 같고, 이것은 생생해요. 부모님이 모르는 부분이 생각나거든요.
기차도 그랬을거 같아요.

저는 그림책 올려주시는 페이퍼를 좋아해요. 제가 더이상 사서 보지 않아서이기도 하구요.
즐거운 주말되셔요. 어제 천둥 번개 무서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