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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요괴 이야기 24 - 완결
스기우라 시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3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을 보고 요괴가 등장한다는 것 때문에 보게 된 만화인데, 첫 권을 보자마자 주인공들의 미모(?)에 반하고, 그들의 금지된 사랑에 푹 빠져 들었버린 책이다. 내가 처음으로 본 '야오이' 만화이기도 하다. 미소년들간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만화라는 뜻을 내포한 '야오이'가 원래는 '야마나시(클라이맥스 없음), 오치나시(결말 없음), 이미나시(의미 없음)'의 앞 글자를 딴 말이라고 한다. 야오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 주인공이 이야기 속에서라지만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걸 보기 싫어하는 여성의 심리를 남성간의 사랑이라는 구도로 소화해 낸 것이라 분석도 찾아볼 수 있다.
독자층이 젊은 여성들이라고 하는데, 30대 중반임에 이런 만화에 빠지는 걸 보면 나도 아직은 젊은가 보다~ (^^*) 그렇다고 내가 동성애를 좋게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슈카의 외모도 예쁘고 하는 행동도 여성스러워서-차갑고, 냉정하며 냉혹한 얼음요괴인 블러디에 비해 툭하면 얼굴을 붉히는 이슈카의 성격을 살펴보면 여지없이 여성처럼 보임-처음엔 여자인줄 알았다. 이슈카가 나중에 여자로 밝혀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예상했었는데 결국 내 예상이 완전히 빗나가서 황당했었다.
사실 요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그렇고, 남자간의 사랑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슈카와 블러드 사이에 싹트기 시작한 감정이 너무 애틋(?)해서 나도 모르게 이족, 동성간의 사랑조차 아름답게 여겨져 버린 것 같다. 죽기 위해 얼음 요괴가 봉인되어 있는 동굴로 찾아온 이슈카가 블러디를 무서워하지 않고 보다듬어 주면서 시작된 그들의 사랑 이야기... 애정 또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몰랐던 요괴 블러디가 이슈카에게 서서히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어떤 위협이나 위험에도 굴복하지 않고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면 반할만 하다. 자신의 눈에서 떨어진, 단 하나뿐인 눈물의 보석으로 이슈카를 살려내면서도 깨닿지 못했던 자신의 감정 상태를 차츰 알게 되는 블러디가 부적이나 승려를 두려워하지 않고 이슈카를 안아 주는 모습도 멋있게 보였다..
남자끼리라는 것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키스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이슈카와 블러디의 사랑에 대해 이런 호의적인 느낌들이 너무 잘생기게 그려진 주인공의 모습때문이라면 이해가 될려나? 아름다우니까 금기시 되는 사랑조차 아름답게 느껴지나 보다. 물론 만화 속에 그려진 인물들이 너무 예뻐서 사람처럼 느껴지지 않으니까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 같다. 실제로 남성들끼리 키스하는 장면을 보는 것이랑 천양지차라서..
청소년들간에 동성간의 애정, 즉 야오이가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접한 적이 있는데, '야오이'류의 출판물들이 청소년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청소년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동성간의 사랑에 빠져 드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 때문에 이런 만화는 청소년이나 아가씨들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을 알고 있는 중년(^^;) 여성들에게나 적합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