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는 세상
주드 데브루 / 현대문화센터 / 1996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나에게 여러가지 면에서 황당함을 안겨 준 로맨스 소설이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시대에는 이런 일이 흔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남자 주인공인 로건 페레그린은 요일별로 잠자리를 같이 할 하녀들을 두고, 그녀들에게는 주어진 이름도 없이 잠자리하는 요일로 불리운다.  거기다 기가 막히게도 성 안에는 로건의 피를 이어받은 것이 분명한 자식들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띈다. 물론 그 전대인 아버지의 자식, 즉 남자 주인공의 배다른 형제들도 눈에 띄는 것은 마찬가지 상황! 영주라는 신분을 이런 식으로 막강하게 이용하는 집안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예전에 맬 깁슨의 <브레이브 하트>라는 영화에서던가, 남녀가 결혼을 하면 영주의 부하들이 와서 신부를 데려가서는 첫날밤을 영주와 보내게 하고 돌려보내는 상황이 나온다. 남편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고 분통터질 노릇이겠는가! 영주들이 자신의 직위를 이런 식으로 남용할 때 그의 지배를 받는 하층민들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우리나라에서도 양반들이 하녀들을 마음대로 겁탈할 수 있던 때가 있었으니 남의 일도 아니다. 배경이 중세시대로 설정된 로맨스 소설을 읽을 때면 종종 주인공들의 하인, 또는 소작인들의 생활상이 마음을 어둡게 한다. 레이디나 공작같은 직위의 주인공과 그 친척들이야 머리 빗겨 주고, 옷 입혀주고, 요리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편하겠지만 말이다.

어쨋거나 색다른 이미지를 풍기다 못해 엽기적이기까지 한 로건의 짝으로 걸맞게 여주인공인 리아나도 남편이 하녀랑 잠자리를 같이 하고 있는 곳에 달려가서 불을 놓는 등의 만만치 않은 행동을 한다.  온작 쓰레기도 넘쳐 나던 성 안밖을 깨끗하게 치우고 사람들을 다루는 능력은 높이 살만 하지만 남편에게 지나치게 애정공세를 펼치는 것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았다.  적이 쳐들어와 사람들이 사상한 판에 남편이 걱정된다고 뛰쳐나와서 자기 남편을 붙잡고 무사하냐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다쳐서 신음하는 주위 부하들을 먼저 살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적어도 영주의 부인이라면 말이다...

 그리고 왜 영화에서고 책에서고 여자 주인공은 스스로 위험한 곳으로 뛰어 들어가는 걸까? 남편의 상처 치유에 좋을 것 같은 풀을 뜯으려고 절대로 혼자 나가서는 안된다는 남편의 경고를 뒤로 하고 몰래 나간 것은 명백한 잘못이었고, 결과적으로 남편과 가족들을 위험에 처하게 만들어 버리지 않았는가. 내가 볼 때 지참금으로 금과 돈을 바리 바리 싸들고 올 능력도 있고,  아름답기도 하고, 명석하기도 하고, 지도력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여주인공에게는 아무래도 성을 다스리는 여주인의 면모가 20% 부족한 것 같다. 아, 그리고 리아나를 못마땅하게 여겨 온 새엄마가 의붓딸의 결혼을 진심으로 말린 점은 높이 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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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4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로맨스 소설은 죽어도 못 읽겠더군요...ㅠㅠ

반딧불,, 2004-05-10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왜 이리 재밌답니까...저도 그 생각했었지요..
그래도 마지막은 쪼매 심하군요..결혼을 말린 것을 높이 사다니...
시리즈를 다 읽었지요..아 제가 쫌 한 작가를 패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게 주드데브루 것이었군요...다른 작가랑 헷갈렸는데...요새는 로맨스가 안힑힌답니다..
한참이나 푹 빠져서 봤더니..다 그게 그거라 재미가 없네요..좀 더 자극적인 것이 ..없다니께요...

아영엄마 2004-05-1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의붓딸을 못마땅하게 여겨온 새엄마인지라 당장이라도 쫓아내고 싶은 심정에도 불구하고 남주인공과 결혼하면 고생할 것이 뻔한 걸 알고 말리려 한 점을 높이 산 거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주드데브루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그리 좋아하는 작가는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