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다람쥐 얼 그림책은 내 친구 26
돈 프리먼 글.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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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를 접하고 천연색 영화를 보다가 흑백 영화를 본 것 같은, 오래 묵혀두었던 그림책을 꺼내든 느낌이 들었다. 스크래치보드 기법의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작품은 날카로운 펜으로 표면을 긁어 낸듯한 흰 선의 예리함이 돋보인다. 다람쥐의 뻣뻣한 꼬리털의 질감이 살아있는, 흑과 백의 예리한 선에 부여된 힘찬 기상이 대상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있다. 강한 대비를 이루는 단순한 흑백 톤의 그림에 특정 사물(목도리)이나 부위(소의 눈)을 강조하기 위해 빨강을 사용하여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작가와 화풍은 다르지만 흑백 주조에 빨강이 도드라지는 점에서 꼬마 돼지 올리비아가 주인공인 <그래도 엄마는 너를 사랑한단다/이언 포크너>가 연상된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세상에 태어나 어느 시기가 되면 독립을 하게 된다. 나이가 차면 제 앞가림도 하고, 자기 먹을 것도 구해올 줄 알아야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 그림책은 혼자 힘으로 먹이를 구하러 나선 어린 다람쥐가 지혜와 용기를 발휘하여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엄마는 얼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도토리를 구해 보라고 한다. 그런데 얼이 달려간 곳은 도토리가 달려 있는 나무가 아니라 친구인 사람이다. 친구 질은 도토리도 주고, 덤으로 도토리를 쉽게 깔 수 있는 호두까기 도구까지 준다! 얼이 들고 온 것을 본 엄마가 기막혀 할만도 하다. 딱딱한 껍질을 깔 수 있는 앞니가 있는 다람쥐에게 필요한 도구는 아니지 않는가.





 엄마의 호된 꾸중에 발길을 돌린 얼. 기껏 선물로 준 것을 돌려받으면 심기가 불편할 수도 있을 텐데 친구가 참 착하네. 이번에는 빨간 목도리를 선물로 둘러준다. 털이 있는 다람쥐에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에 이번 선물도 엄마에게는 못마땅하기만 하다. 그런 엄마에게 자기도 도토리를 구할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얼은 야밤에 목도리를 보자기 삼아 집을 나선다. 그리고 숲을 헤매 다니다 만난 부엉이에게 요긴한 정보를 입수한 얼은 황소가 졸고 있는 참나무로 향한다.  

  
- 초등생인 작은 아이가 이 그림책을 보면서 소는 빨간색을 보고 흥분하는 것이 아니라며 지적을 하였다. 예전에는 소가 빨간색을 보면 흥분한다고 여겼지만 지금은 투우에서 색맹인 소가 흥분하여 날뛰는 것은 투우사가 휘둘러 대는 깃발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것이라는 점이 알려져 있다. 부엉이의 조언을 보면 작가가 작품을 쓴 시기에는 소가 빨간색을 보면 날뛴다고 여기던 때인 모양이다. 이 부분은 필요에 따라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면 되겠다. 흥분해 날뛰는 황소 콘래드에게 얼이 빨간 목도리를 손에 쥐고 흔드는 모습은 (~올레!) 깃발을 든 투우사와 흡사하다.



 황소 덕분에 도토리 풍년의 행운을 누리게 된 얼. 도토리 한 개가 다람쥐 머리 위로 탁~ 떨어지는 장면을 보니 아이들이 재미있게 보았던 <아이스 에이지>라는 영화에 비슷한 장면이 나왔던 것이 생각나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하며 함께 웃었다. 엄마에게 질은 자식을 철딱서니 없게 만드는 존재이지만 얼에게는 참 좋은 친구이기에 작은 선물을 남기고 온다. 빨간 목도리가 행운을 가져다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리라. 마지막 장면에서 얼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길을 두고 혼자 힘으로 도토리를 구하는 씩씩한 당당함을 보여준다.

 돈 프리먼, 화풍이 낯설어 처음 접하는 작가인가 싶어 검색해 보았더니 대표작이 <꼬마 곰 코듀로이>- 직접 보지는 못했으나 작품 이름은 알고 있는-이고, 다른 작품들 중에 <아기 곰 비디>와 <무지개를 잡았어요>를 몇 년 전에 본 적이 있다. 작가 소개 글을 보니 미술을 공부하며 트럼펫을 불어 돈을 벌었는데 그걸 잊어버리면서 미술에 몰두했다고 한다. 트럼펫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혹 그림책 작가가 아니라 연주자의 길로 들어섰으려나? <날아라 함께!>로 칼테콧 아너상을 수상했으며 1978년 세상을 떠났다. 이 그림책은 사후에 발굴되어 2005년에 처음으로 출간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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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1-02-0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책은 내 친구라는 브랜드가 참 예쁘네요, 돈 프리먼 표현이 강렬하면서도 시선을 확끌고 단순하면서도 터치가 살아있네요.

2011-02-08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09 0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