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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아래에서 ㅣ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68
수 레딩 지음, 이미영 옮김 / 마루벌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상하 수평으로 책장의 공간을 구획하여 위, 아래에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를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특히 선명한 일러스트가 눈길을 가로잡는다.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레고블럭 인형이나 동물 같으로 연출한 것 같은 그림들이 펼쳐지는데, 앞 쪽 단면이 드러나 있는 인형 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림들이 아기자기하고 볼거리가 풍부하여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책장 한 면당 글은 한 줄로, 위아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간결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을 읽어주는 책이라기보다 아이와 함께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책으로 보면 좋을 듯 하다.
우리는 연극 공연장에서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모습만 보지만 그 뒤, 혹은 아래에서는 소품 담당자들이 의상이나 무대장치를 준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동물들을 산책시키기 위해 거리 위를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고, 지하에 있는 지하철을 타기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바다 위에서는 선원들이 휘몰아치는 폭풍우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바다 아래는 물고기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고요함만이 존재한다. 여객선 갑판 위에서는 사람들이 웃음 띤 얼굴로 항해를 즐기고 있는 반면 갑판 아래에서는 선원들이 쉴새 없이 일을 하고 있다.
웃음을 주는 요소들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아기가 고양이 꼬리를 물려고 하거나, 공연자가 무대 밑으로 떨어지는 모습도 보이고 원숭이 두 마리가 컵전화를 들고 있기도 하다. 토끼들이 농장판(?)에 구멍을 뚫어 채소를 빼내가기도 하고, 골프장에서는 땅다람쥐들이 골프공으로 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림을 하나 하나 살펴보며 이런 장면들을 포착하는 것도 책을 보는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위에서나 아래에서나 가족들(동물도~ 사람도~)이 서로를 보담으며 잠자리에 드는 마지막 장면은 따뜻함을 전해준다.
이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는 것, 드러나 있는 곳 뿐만 아니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또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진행되고 있다. 백조를 예로 들어보자면 물 위를 미끄러지듯이 떠다니는 우아한 자태와 달리 물 속에서는 두 다리를 열심히 놀리고 있지 않던가. 내가 보지 못하는 다른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지 상상해 보게 되는 책으로, 유아들의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줄 수 있는 그림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 200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