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어디에? 재미마주 옛이야기 선집 3
홍성찬 글.그림 / 재미마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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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랑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노새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으로, 부성애를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이다. 그림에서도 조랑말과 당나귀의 외양의 차이를 느낄 수 있으며 글에도 둘의 생김새와 특징이 잘 녹아 있다. <재미네골(중국조선족설화)>나 <매일매일이 명절날만 같아라>를 보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홍성찬 작가의 그림은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화풍이다. 갈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는 그림을 처음 보았을 때는 거칠고 투박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였지만 보면 볼수록 정감이 간다. 다만 승냥이를 좀 더 날카롭고 무섭게 그렸으면 어땠을까 싶고, 주인공이 쫓기는 장면에 역동적인 느낌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
 
 '나'의 엄마는 날씬한 몸매에 윤기 나는 털빛, 휘날리는 갈기털을 지닌 멋진 조랑말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엄마지만 여느 엄마들이 그렇듯 자식이 먹을 때며 행동에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나 역시 꼭꼭 씹어 먹어라, 뛰어다니지 마라, 같은 잔소리를 날마다 하게 되는데, 그게 다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 ^^ 그런데 엄마는 주인공이 아빠는 어디에 계시냐고 물을 때면 딴청을 피운다. 대체 아빠가 누구 길래 말해주지 않는 걸까?

 늘씬한 허리에 아름다운 갈기가 출렁이는 엄마와 달리 안골에 사는 당나귀 아저씨는 힘은 세지만 짧은 갈기털과 초라한 꼬리털을 지닌 볼품없는 외모를 지녔다. 엄마는 당나귀 아저씨와 잘 아는 사이인지, 웃으며 인사를 하면 모른 척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나'는 못생긴 당나귀 아저씨가 반갑게 다가와 애정을 표하자 사납게 뒷발질을 해버린다. 그런 일을 겪었음에도 주인공이 승냥이에게 쫓기는 절박한 상황에서 비명을 지르자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와 준다. 

 '나'의 모습을 보면 입과 눈 주위가 흰 색이고, 귀도 긴 것이 영락없이 당나귀 아저씨의 모습을 닮았다. 당나귀 아저씨가 '내가 니 애비니라~' 하고 나서지는 않지만 자식을 볼 때면 반기고, 새끼가 어려움에 처하자 한 달음에 달려온 것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자식을 사랑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엄마나 아빠나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모성애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성애도 있을 터이지만 아무래도 아이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도 적고, 애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보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일 게다. 

 본문 뒤에는 이 책에 등장하는 조랑말과 당나귀, 노새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조랑말과 당나귀는 생김새가 조금 다르긴 해도 생물학적 분류상 같은 말과(科)이다. 그래서 종간의 교배가 가능하긴 하지만 태어나는 자손은 대게 생식능력이 없다. 참고로 암말과 수탕나귀 사이에 태어난 새끼는 '노새'라고 하고, 책에는 나오지 않지만 수말과 암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는 '버새'라고 한다. 

- 아이가 초등학생이라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과 다른 예들을 알려 주고 싶어 검색을 해 보니 이종 간의 교배로 생긴 자손을 '종간잡종(interspecific hybrid)' 이라고 한다. 잘 알려진 예로는 라이거 (수사자+암호랑이)와 타이온 (암사자+수호랑이)가 있으며, 그 외에 조오스 (얼룩말+말), 지동크 (얼룩말+당나귀), 홀핀 (범고래+돌고래), 제네 (알비노 옥수수뱀 + 알비노 왕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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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8-1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군요. 아이들에게 재밌을 것 같아요. ^^

2009-08-2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