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나 차 있을까 반밖에 없을까? 그림책은 내 친구 18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지음, 이지원 옮김 / 논장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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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에 반 정도 들어 있는 물을 보고 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반이나 들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같은 사물이나 대상을 두고 왜 사람에 따라 이렇게 다른 말(생각)을 하는 것일까? 과연 무엇이 이런 생각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 그림책은 <생각하는 ㄱ, ㄴ ㄷ>, <파란 막대. 파란 상자>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작품으로, "상대주의"의 개념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비교하는 기준, 대상에 따라 보는 사람의 시각도 달라질 수 있으며, 생각과 관점의 차이의 중요성을 이 그림책을 통해 일깨워 준다. 

 우리 집 작은 아이는 종종 불만에 가득 차서 "누구-닌텐도, 휴대전화 등-는 무엇을 가지고 있는데 나만 없다"는 식으로 투덜거리곤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래도 우리 집에는 ~이 있지 않느냐, 이런 것조차 없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아이가 있는 사람만 볼 것이 아니라 없는 사람도 볼 줄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다. 나도 현재의 생활이 그다지 풍요롭지 못하다거나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 있는데 잘사는 집을 기준으로 비교할 것이 아니라 나보다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내가 누리는 것들의 소중함을 돌아보곤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이 넓은 평수의 아파트보다는 작겠지만 우리 집보다 적은 평수의 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커 보이지 않겠는가.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곳에서는 과자를 먹는 소리가 표도 안 나겠지만 극장이나 공연장 같이 정숙을 요하는 장소에서는 큰 소음으로 여겨질 수 있다. 사람의 피부색도 백인의 시선으로 보자면 황인의 피부색이 어두워 보이지만 흑인의 눈에는 황인의 피부색도 밝게 보인다. 평범한 사람에게는 몇 개의 계단을 오르는 일이 쉬운 일이겠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에게는 그 몇 개의 계단이 태산이 가로 막고 있는 것 같은 절망감을 안겨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머리숱 하나 없는 아이가 우스운 모습으로 보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커다란 슬픔일 수 있는 것이다.

 속지의 그림을 보면 물고기는 위를, 하늘을 나는 새는 아래를 바라보고 있다. 물고기에게는 하늘과 물의 경계선이 세상의 끝일지 모르고, 새에게는 세상의 시작(혹은 그 반대)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은 곱씹어 볼 만하다. 내가 처한 상황이 매우 비관적일지라도 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과 상대적으로 비교해 보면 그리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상대방보다 우월함을 내세우거나 자기 위안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이해하려는 마음 자세를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상대보다 잘났다고 뻐기는 것도 우스운 일이고, 내가 상대보다 못하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다. 또한 오직 내 생각, 내 입장만 중요하다고 여기지 말고 이 세상을 자신만의 관점이 아닌, 나와 상대방의 관점을 두루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와 상대방을 인정하고 좀 더 긍적적인 시선, 넓은 시각으로 두루 살핀다면 세상은 조금 더 살기 좋은 곳,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아름다운 곳이 될 것이다. 동화적인 재미는 없지만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더 넓게 보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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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10-1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새로운 상상그림책 <문제가 생겼어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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