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아 우리시 그림책 12
천정철 시, 이광익 그림 / 창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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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리의 시신을 개미들이 잘게 분해하여 가져가는 모습을 장례를 지내는 것으로 묘사한 열네 살 시인의 동시에, 하나의 죽음이 또 다른 생명의 탄생으로 이어져 가는 자연의 순환 법칙을 담아낸 그림이 어우러진 작품.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종을 울리며 장례 행렬이 줄지어 가는 인간의 장례의식을 빌어 묘사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게 다가오는 동시이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모여든 개미들의 행렬을 죽음을 맞은 잠자리의 장사를 지내주기 위한 것이라며, 색다른 시선으로 본 시인의 눈길이 참으로 독특하지 않은가. 

  어느 날 뽑기로 받아온 물고기 한 마리가 얼마 살지 못하고 세상을 뜨고 말았을 때 작은 아이는 한참이나 애통해하며 눈물을 쏟았다. 그런 아이를 달래 건물 앞 화단에 물고기를 묻었는데 시일이 흐른 뒤 궁금한 마음에 아이가 그 자리를 살짝 파본 모양이다. 내게 와서 그 자리에 아무 것도 없고 대신 근처에 풀이 하나 나고 있더라는 말을 전하였다. 물고기의 시신이 썩어 자연으로 돌아갔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아이가 엉뚱한 자리를 파보았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 되었든 아이가 이 일을 통해 육신은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훗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자연의 이치를 체득하였기를 바란다. 

  찍기 기법으로 잠자리의 몸체를 색색의 동글동글한 점으로 묘사하였으며, 개미들에 의해 그 점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휘몰아치며 다시 모이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이와 더불어 활짝 피어난 과꽃의 모습을 통해 죽음과 탄생을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연의 모습을 잘 표현하고 있다. 뜰에 핀 과꽃들의 줄기 부분은 먹색으로 처리하여 자연의 밝은 빛을 품은 꽃의 화사함을 극대화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 그림들을 보고 있자니 몇 년 전, 암으로 투병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친정집으로 돌아와 바라본 풍경- 마당에 흐드러지게 핀 흰 꽃무리와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고 따스하던 햇살-이 절로 떠올랐다. 민들레의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강아지똥>이 떠오르기도 함. 

 '쨍아'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 했는데-표지 그림을 통해 잠자리를 일컫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지만- 본문 뒤에 실린 해설을 보니 잠자리의 사투리라고 한다. '천정철' 시인은 이 그림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 열네 살에 지었다는 <쨍아>는 1925년 '어린이(방정환 선생이 만든 잡지)' 11월에 발표된 동시라고 한다. 책 본문에는 현재의 맞춤법에 맞게 표기하여 실었고 뒤에 실린 해설 부분에 원문이 따로 실려 있다. 짧지만 간결한 싯구와 여백을 한껏 살려 대상에 시선을 집중시키는 그림이 잘 어우러진 동시그림책.
(동시그림책을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한 별점 부여)

- 참고로... 짱아 : [명사] 어린아이의 말로, ‘잠자리’를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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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8-05-2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오랜만이에요. 어디 갔다 이제 오셨어요!!!

순오기 2008-05-22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쨍아~~ 반가운 이름이네요. 아영엄마님처럼... ^^
요즘 시인이 아니라 예전의 시인인가 보군요. 음, 궁금하다~~~

소나무집 2008-05-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시그림책 참 좋았어요.
그림이 시를 너무 잘 표현했지요?

아영엄마 2008-05-26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내내 방콕하고 있습니다. ^^*
순오기님~ 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시인이에요.
소나무집님~ 시도 참 좋았고, 그림도 자연의 법칙을 함축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