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 괴물 서쪽 괴물 국민서관 그림동화 74
데이비드 맥키 지음, 장석봉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낮이 가는 것은 곧 밤이 오는 것이다. <동쪽 괴물 서쪽 괴물>은 서쪽과 동쪽에서 한 쪽 방향만 볼 수 있는 두 괴물이 이를 두고 다툼을 벌이는 모습을 통해 일방적인 주장만 내세우며 다투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일깨워주는 그림책이다. <여섯 사람>, <알록달록 코끼리 엘머>의 작가 데이비드 맥키의 작품으로 간결한 화풍에 상반되는 색(파랑과 빨강)의 선명한 캐릭터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서쪽 괴물과 동쪽 괴물은 산으로 가로 막혀 서로의 모습을 볼 수는 없지만 산에 뚤린 구멍을 통해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그런데 어느 날 서쪽 괴물이 "낮이 떠나고" 있다고 하자 동쪽 괴물은 "밤이 오고 있는" 것이라며 바보라고 놀린다. 분통이 터져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두 괴물은 다음 날부터 온갖 말로 상대방을 헐뜯던 두 괴물은 결국 서로에게 돌을 던지기에 이른다.

 돌을 던지며 다투는 괴물들 탓에 산꼭대기가 떨어져나가고 조각조각 나서 무너져 내리고 만다. 두 괴물은 이 때 서로를 처음 보게 되고, 마침 그 때 해가 지면서 서쪽 괴물은 그 동안 자신이 보아온 낮이 떠나는 모습이 아니라 밤이 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동쪽 괴물 또한 낮이 떠나는 장면을 보면서 상대방의 말이 맞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두 괴물이 서로를 헐뜯는 장면은 사이버 공간 상에서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치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얼굴을 마주 보고서는 절대 그러지 못할 사람들이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이라는 이유로 서슴없이 상대방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장면을 생각해보자. 나는 상대방에게 가는 것이지만 상대방에게는 내가 오는 것으로 보인다. 관점만 다를 뿐 하나의 사실은 변함이 없는데 나의 관점만 옳고 다른 사람의 관점을 틀린다고 배척한다면 결국 다툼과 분쟁이 일어나고 이는 서로에게 큰 상처만 남기게 된다. 서쪽 괴물과 동쪽 괴물은 산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한 쪽 세상만 보았기에 상대방의 말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내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나 생각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갖게 된다면 세상은 좀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 두 괴물 사이에 놓여 있던 산이 허물어지는 것을 이들이 지닌 편견, 고정관념 혹은 아집이 허물어지는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고, 혹은 인간의 분쟁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7-07-24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마음이 무거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