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소년의 짧고도 긴 여행 - 0100 갤러리 021 0100 갤러리 21
기 빌루 글 그림,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인생을 어디론가 떠나는 여행으로 비유하여 '긴 여정'이라는 표현을 흔히 쓰곤 하는데,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네 인생은 짧은 듯 하면서도 긴 여행이다. 한 소년이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꿈꾸는 소년의 짧고도 긴 여행>은 목적지에서 다다르면 기차에서 내려야 하는 우리의 짧은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0100 갤러리"라는 타이틀이 매우 잘 어울리는, 글자가 거의 없는 그림책으로 특히 여행길에 보여지는 이색적이면서도 시공간을 넘나드는 풍경 그림들이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책에 실린 그림의 특징을 살펴보면 왼쪽에는 기차에 오른 소년이 창 밖을 바라보는 장면이, 오른쪽에는 창 밖으로 보이던 풍경을 확장해서 보여주는데, 독특하게도 시간과 공간을 뒤섞은 듯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령 소년이 바라보는 창 밖의 풍경이 철교라면 오른쪽 책장에는 그 철교의 풍경을 한 면에 담으면서 그 위를 달리고 있는 공룡들을 등장시켜 놓고 있다.

 그리고 창 밖으로 보이기는 기구가 망망대해 위에 떠있는가 싶었는데(그림 밑에 "7월 17일, 폭우"라는 문장) 옆 장면을 보면 기구가 구름 위에 떠 있고 물을 쏟아내고 있는 댐(?)이 있는 전체 풍경이 펼쳐져 있다. 아니, 그럼 이 기차가 구름 위를 달리고 있다는 의미? 이처럼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장면인 듯싶은데 어느 순간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고 한 번 더 들여다 보며 아하~, 하게 된다. 그림들마다 특이한 분분들을 있는데 이처럼 상상과 환상이 어우러진 색다른 그림들이 보는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기차에 오른 후로 소년의 모습은 거의 변함이 없는지라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는데, 책장을 거의 다 넘겼다 싶을 때 소년의 모습이 사라지고 흰머리로 변한 남자가 기차에서 내리려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뀐다. 우리 인생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부모의 곁을 떠나 세상 속에서 많은 일들을 겪으며 살다 보면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잘 느끼지 못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가 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데, 이 그림책이 바로 그런 느낌을 잘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책을 보며 지금 내가 타고 있는 기차에서 아주 오래 오래~ 내리지 않고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좀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처럼 노인은 내렸지만 기차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저 먼 곳으로 달려간다. 마지막 책장에서 이미 기차는 모습을 감추었는데, 책표지에 기차가 레일 없는 바다로 향해 질주하는 모습을 담아 놓았다.

* 글 없는 그림책으므로 취향에 따라 별 셋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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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07-07 0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참 예뻐 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