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레파스가 소곤소곤 ㅣ 그림책 보물창고 24
셰인 디롤프 지음, 신형건 옮김, 마이클 레치그 그림 / 보물창고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서로를 싫어하던 크레파스들이 서로 어우러져 그림을 완성하면서 상대를 인정하게 되는 내용으로, 크레파스들의 선명한 색감이 살아있으며 애니메이션 풍의 그림이 경쾌하면서도 동적인 느낌을 주는 그림책. 크레파스들의 댕그란 두 눈이 연출하는 표정과 두 팔과 두 다리가 달린 모양이 생동감을 연출하고 있다. 겉모양도 밋밋한 모양새가 아니라 크레파스 겉에 다양한 무늬가 있는 점이 그림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미국 광고협회 반차별주의 캠페인(1997)에 쓰인 시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 한 색깔(까망이)을 기피하는 내용의 <
까만 크레파스>가 '왕따'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면, <크레파스가 소곤소곤>은 서로를 받아들이지 않는 '다름'과 '반목'의 개념을 내포한 작품으로 다민족 사회로 인종간에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하는 미국 사회를 반영한 작품이 아닐까 싶다. 전자는 겉을 종이로 싼 크레파스 모양과 형상이 아기자기한 맛을 풍기는데 비해 후자는 겉을 종이로 싸지 않아 크레파스의 색감을 살렸으며 좀 더 활달한 분위기를 풍긴다.
장난감 가게를 둘러보던 여자 아이가 크레파스 상자에서 말하는 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여 보니 상자 안의 크레파스들은 무슨 색이 싫다며 까닭도 없이 반감을 드러낸다. 함께 어울릴 수 없다고, 뭔가 잘못된 거라며 소리를 높이는데 아이가 이 크레파스 상자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는 크레파스들이 서로를 잘 볼 수 있도록 다 꺼내 놓고는 그림을 그린다. 빨강, 파랑, 초록, 검정, 주황 등등... 아이가 이 색 저 색으로 색칠을 하는 동안 다른 크레파스들은 이를 구경하는데 칠을 할수록 색깔이 변해 새로운 색이 만들어진다. 이를 지켜보던 크레파스들은 마침내 서로를 좋아하게 되고 상대의 장점을 인정하며 칭찬하기에 이른다.
우리 주변에서도 이유 없이 상대를 싫어하고 배척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크레파스가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것처럼 사람도 마찬가지로 각각의 개성과 다른 외모(피부색도)를 지니고 있다. 하나의 크레파스로는 한가지 색의 그림밖에 못 그리듯이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는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다. 한 부류의 사람만 살아서는, 한 가지 목소리만 목청을 높여서는 이 사회가 조화롭게 굴러가지 못할 것이다. 다양한 색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릴 때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구성원들 모두가 화합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갈 때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 갈 것이다.
크레파스들이 힘차게 외치는 "서로 다르고 특별하지만 우리가 함께 어울리면..."이라는 문장이 바로 이 그림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아이들이 즐겨 사용하는 크레파스를 등장시킨 이 작품이 우리 아이들에게 개개인의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이나 반목이 아닌 조화를 선택할 줄 아는 지혜를 일깨워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