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말고 연필 꽂아둔 책들만 대략 10권이 넘을 터인데.
이 책에도 저 책에도 마음을 못 붙이고 자꾸 다른 걸 뒤적거리는 심리는 뭘까.
침대 옆에 쌓아놓은 책 더미들이 끼워둔 연필 때문에 수평을 잃고
오늘 낼 기필코 무너지고 말리라.
그래도 최근 이 책이 읽고 싶어 자꾸 조바심이 났었다.
알라디너들의 힘도 한몫 했겠고 작가에 대한 신뢰도 한몫 했겠으나
내가 이제는 믿지 않게 된 사랑에 대해 , 
진짜사랑은 없다고 더욱 확신하게 되거나
어쩌면 어딘가엔 있을 지도 모른다고 설득 당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살짝 품고.

아이가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7년이 하루 같고, 하루가 7년 같았던 시간들.
딸이어서 고맙고, 딸이어서 안심되고, 딸이어서 마음이 짠한 아주 복잡한.
꼭 잘 키워야한다는 의지보다는 어떻게든 치명적인 실수만은 하지 말아야지 하는
한편 소박하지만 한편 꿋꿋한 마음으로 중간 점검 차 선택.

설마. 이런 제목은 좀 난감하지만 이것도 중간 점검 차. 그리고 나를 위해서도 선택.
아무래도 초등학교 들어간다고 힘이 좀 들어가긴 한 것 같다^^

글로 밥을 먹고 사는 게 꿈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지금으로선 아득하기만 하지만.
그래도 아는 것은 힘이라는데 애매모호했던 것들을 명확하게 알 게 되는 건 좋은 거시여^^
(모르는 게 약이면 어쩔까나 ^^;;)

아이가 생기기전 행복이란 단어는 나에게
낯간지럽고, 이기적이고, 피상적이고, 깊이 없다 생각되는 그런 단어였다.
아이와 함께 살아오는 동안 나에게 행복이란 단어는
그리 거창할 것도 없으면서 뜬구름 잡는 것만 같던 단어에서
아주 작고 따스하고 소중하며 구체적으로 손에 잡힐 것만 같은 것이 되었다.
사랑하는 대상과 함께 웃는 것.
지금 이 시간을 함께 나누고 서로 만족한 웃음을 웃게 만드는 것.
그리고 바램이 있다면 그 기억으로 평생이 평화롭고 따스한 것.
차분하고 담담하게 이 책을 읽고 싶어졌다.
그녀의 행복은 어떤 색깔일까 궁금하다.
올해의 마지막 주문 자평.
나답지 않게 꽤 균형 잡힌 주문이었다. 시집이 한권쯤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힘이 들어간 때이니만큼 마음잡고 실용서도 좀 읽으면 좋지 뭘 그래^^
이렇게 4만원을 채워 사들이고 쌓아두는 것도 이제 당분간 그만.
이젠 쌓이지 않게 할랑하게 그때그때 한권씩만 받아보며 살아봐야지.
[국어실력이 밥 먹여준다]를 참고하면
마음먹다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일이 대상이 되고 가벼운 시도일 경우고.
결심하다는 시간이나 노력이 드는 힘든 일이 대상이며
단호하고 결연한 태도가 따름 이라고 되어 있다.
난 너무 결심을 자주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결연한 태도 때문에 미리부터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게 유연하게 힘을 빼고 살아가야지..
라고 결심(!)한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