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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평점 :
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펴냄)
사랑하는 사람이나 믿었던 사람에게 당힌 배신은 쉽사리 치유되기 힘든 상처를 남기기 마련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상대에게 이런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어쩔 수 없었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며 상처 준 것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기도 한다. 하지만 자신이 상처를 받았을 경우에는 용서와 복수라는 선택지를 두고 한번쯤 통쾌한 복수를 꿈꿔보지 않은 자 얼마나 될까. 그 복수가 실행으로 옮겨질지 상상으로 끝날지, 그것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사랑하는 이의 배신에 과거의 약제사 넬라와 넬라에게 독약을 사러왔던 여인들 그리고 현재의 캐롤라인이 취했던 행동은 모두 달랐다.
넬라는 여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그녀들의 복수를 통해 자신의 복수를 거듭 반복하는 대리자의 역할을 자청해서 떠맡았다. 복수를 위해 제조했던 독약들은 그녀의 생명을 조금씩 좀먹으며 거듭되는 복수에 망가져가는 것은 넬라 자신의 신체와 그보다 더 깊이 병들어가는 마음이었으리라. 그렇다고 해서 넬라에게 독약을 사갔던 여자들은 복수에 만족하고 행복해졌을까. 비밀리에 독약을 사갔던 여자들은 그 후에는 치료약이 필요해질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살인자였지만 한편으로는 치료자일 수 밖에 없는 모순적인 이중성에 넬라는 정체성을 잃은채 더 깊은 암흑으로 빠져버렸는지 모르겠다.
배신의 상처로 그토록 바래왔던 임신의 가능성을 부인하고 싶었던 캐롤라인은 임신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 안도하며 복수도 용서도 아닌 자아찾기에 도전한다. 결혼으로 포기해야 했던 자신의 꿈에 용기내어 한발 내딛는 그녀를 보며 마음의 평화를 상대가 아닌 나 자신에게서 찾으려하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고 싶어졌다.
오래 알아왔던 사람은 아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좌절뿐인 캐롤라인에게는 낯선 곳에서 만난 게이너가 분명 한줄기 빛이었을 것이다.
남편 제임스에게서 받은 배신의 상처를 입은 캐롤라인에게 흘러온 넬라의 약병 그리고 오직 캐롤라인에게만 모습을 드러낸 비밀의 문은 정말 운명이기라도 했던걸까.
혼자 떠난 결혼기념일 여행은 캐롤라인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게 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리고 영원히 비밀로 묻힐뻔한 넬라의 비밀 약방에 관한 미스터리도 캐롤라인에게 그 비밀의 일부를 드러내었다. 하지만 엘리자 패닝의 비밀은 오직 그녀 자신만이 알 것이다. 마법은 없다던 넬라의 말과는 달리 실수를 원점으로 되돌릴 묘약제조에 성공이라도 했던걸까. 더 이상은 복수심에 자신을 내던지는 일 없이, 공포심에 떠는 일 없이 다시 얻은 기회의 삶은 행복한 그녀들이었기를 바래본다. 복수를 꿈꾸는 일 따위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