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초상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30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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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초상 (상)

헨리 제임스 (지음) | 정상준 (옮김) | 열린책들 (펴냄)

거액의 복권에 당첨이 되거나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이른바 졸부들에게 기존의 연락도 뜸하던 지인들이 갑자기 친분을 과시한다거나 새로운 인물들이 친한척 접근하고 마치 큰 도움이라도 줄 것처럼 다가오는 일은 상상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속아 패가망신하고 차라리 보통의 삶을 살았던 예전보다 못한 삶이 되었다는 뼈저린 후회를 티비나 인터넷에서 접해보는 일 또한 어렵지 않다.

이런 이유로 아직 상권을 읽었을 뿐이지만 이모부에게서 7만 파운드라는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은 이사벨의 앞날이 걱정되는 것은 단순한 기우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예쁘고 착하고 지적인 소양도 부족함이 없는 이사벨이지만 그녀를 보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어른들이 곧잘 쓰시곤 하던 "헛똑똑이"였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도 해당될지 모르겠으나 자유를 원하는 그녀가 캐스퍼 굿우드와 워버턴 경의 청혼을 물리치면서 (말도 안되게) 길버트 오즈먼드에게는 마음이 기운다. 그것도 너무나 쉽게.

세상물정 모르는 이 젊은 아가씨는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사람 보는 눈마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닌 것이다. 애초에 영국으로 건너오게 된 이유는 이모 터치트 부인의 권유에 이끌렸기 때문이었는데, 이 터치트 부인도 당대의 평범한 여성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녀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모부 터치트 씨를 이사벨이 더 가깝게 느낀 것도 이해가 된다. 터치트 부인은 관광지에서 기념품을 사오듯 조카를 데려와 놓고는 그다지 신경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들 랠프마저도 엄마인 터치트 부인보다는 아버지 터치트 씨와 더 안정되고 친밀한 심리적, 정신적 유대감을 갖고 있다.

이사벨이 원하는 자유에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던 사촌 오빠 랠프는 아버지의 유산을 이사벨과 나누지만 그런 호의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독이 든 성배가 되고 만다.

그녀가 가진 것 없는 고아였을 때 청혼을 해왔던 캐스퍼 굿우드나 워버턴 경의 의도는 오직 이사벨 자체만을 본 순수함이라고 볼 수 있지만 거액의 유산을 받은 상속녀가 된 뒤에 나타난 오즈먼드에게 이사벨은 한 번쯤 의구심을 가져보아야 했었지 않을까. 멀 부인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녀가하는 말을 무조건 여과없이 믿고 따르는 이사벨에게 영리하다고는 할 수 없겠다. 모두가 당연히 그럴 리 없다고 간과하던 일은 누구 하나 단 한번의 경고도 없이 일어나기 직전이다. 선택을 하기 위해서 해서는 안 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던 이사벨은 어쩌면 애 딸린 홀아비에 직업과 수입마저 변변치 않은 오즈먼드를 자신이 '구원'이라도 할 수 있으리라 여긴 것은 아니었을까?

이사벨. 너 정말 오즈먼드랑 결혼 할거니?

하... 이거 하권 읽으며 고구마 먹듯 가슴 좀 두드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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