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문 열린책들 세계문학 243
앙드레 지드 지음,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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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문

앙드레 지드 (지음) | 김화영 (옮김) | 열린책들 (펴냄)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자가 적음이라.

-<좁은 문> 본문 28페이지

사람들이 꿈꾸고 그리는 사랑은 저마다 다르다.

비슷해 보이지만 쌍둥이마저도 다르다는 지문처럼 각자가 바라는 사랑도 그러하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표현하고 받고 싶은 사랑에 큰 온도차를 보이거나 방향이 전혀 다르면 성격차이 등의 이유로 이별을 택하는 연인이나 부부들도 있다.

플라토닉 러브, 에로스적인 사랑, 신을 향한 사랑, 부모 자식간의 사랑 등 여러 사랑 중 어느 것이 옳다 그르다하는 정답은 없으며 어느 사랑의 가치가 가장 높다고 할 수도 없다. 사랑에 대한 가치관이나 인생관이 정립되기 전에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나 가까운 이들의 부도덕함을 알게 된 경험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신뢰 자체에 문제가 생겨 믿음이 기본이 되야하는 사랑이 힘겨워질 수도 있다. 마치 어머니의 외도를 목격한 알리사가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운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에 집착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제롬을 향한 알리사의 사랑 그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동생 쥘리에트가 제롬을 짝사랑하는 것을 알게된 후 동생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사랑을 접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당사자인 제롬의 마음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쥘리에트는 반항하듯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떠난다. 정숙하고 조신한 알리사와 대조적으로 왈가닥인 쥘리에트이지만 쥘리에트는 결혼 후 안정되고 행복한 날들을 보낸다. 이런 동생을 보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면 좋았으련만 제롬을 향한 알리사의 태도는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제롬에게 보내오는 편지에는 그리움과 애정이 듬뿍 담겨있지만 막상 눈 앞에 마주하게 되면 서먹하고 피하려다 못해 밀어내기까지 하는 모습이다. 아무도 둘 사이의 사랑을 반대하는 이 없건만 스스로를 신과 제롬사이의 장애물로, 제롬을 신과 자신사이의 장애물로 여기는 듯하다.

아내를 사랑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배신하고 젊은 장교와의 불륜과 도피를 했던 엄마를 지켜봐야했던 트라우마였을까. 알리사는 신의 품안에서 정숙한 정신적인 사랑을 완성하려한다. 하지만 생각과 마음이 늘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니니 알리사는 혼자서 번민하고 괴로워하다 끝내는 외로운 죽음을 맞는다. 어머니의 타락한 사랑이 넓은 길이었다면 자신은 애써 어렵고 힘든 좁은문으로 향하려 했던 것일까. 나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랑이다.

<좁은문>은 사촌 누나를 사랑했던 앙드레 지드의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어 집필했다고 한다. 아마도 알리사가 그 누나 마들렌을 빗대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알리사가 자기 삶의 목표로 삼았던 성경구절처럼 좁은문으로 향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길은 아님을 역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랑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알리사가 지키려했던 숭고함은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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