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세상 학자로서 정치를 담론하는 자가 흔히 “빈궁한 이에게 토지를 주어 없는 자산을 채우게 하라”고 한다. 무릇 다른 사람과 같은 처지에서 풍년이 들지도 않았고 부수입이 있지도 않은데 홀로 넉넉하다면 노력이 아니면 검소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같은 처지에서 기근이 들지도 않았고 질병·재난·형벌과 같은 불행을 겪지도 않았는데 홀로 가난하다면 사치가 아니면 게으름 탓이다. 사치하고 게으른 자는 가난하고, 노력하고 검소한 자는 넉넉하다. 지금 임금이 넉넉한 사람에게서 거두어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어 베풀고 있으니, 이는 노력하고 검소한 자에게서 빼앗아 사치하고 게으른 자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이래서는 민중이 부지런히 일하고 절약할 것을 바란다고 하더라도 되지 않을 것이다.124 - 《한비자》 〈현학顯學편〉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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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먼이나 하이에크 같은 우파 경제학자의 주장과 비슷하지 않나요? 한비자는 결과적 평등의 요소를 너무도 싫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요새 한비자가 등장했다면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한 부실한 좀비기업 퇴출을 빠르게 하고 저성과자 해고를 쉽게 하며, 구직자와 노동자 모두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하고 시장의 상벌 기능을 활용해 경제를 살리며, 한 나라의 경제 체질을 건강하게 하자고 주장할 것도 같습니다.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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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대리인 문제가 없도록 제도와 인센티브를 잘 만들면 되는데, 조직과 구성원의 이익의 방향을 일치하게 하는 문제는 요새도 경영학과 조직학에서 애쓰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과연봉제도를 도입하거나 파격 승진을 시키기도 하고 또 주식을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한비자의 통찰이 놀랍습니다. 괜히 경영에서 《한비자》란 고전이 참고되는 것이 아닙니다.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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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의 아담 스미스, 한비자

한비자의 생각은 인간 각자가 이익 욕망에 충실히 한다면 그것으로 사회의 부가 증가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애덤 스미스가 한 말 같지요? 사실 놀랍게도 한비자는 고전적 자유주의자와 비슷한 말을 합니다.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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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가산을 축내가면서 좋은 음식을 먹이고 많은 품삯을 주는 것은 밖에서 데려온 머슴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해야 머슴이 밭을 깊이 갈고 김을 알뜰하게 매기 때문이다. 머슴이 힘을 다해 열심히 김을 매고 공을 들여 고르게 밭갈이를 하는 것은 주인을 사랑해서가 아니다. 그렇게 해야 좋은 음식을 대접받고 넉넉한 품삯을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로 공을 들임이 부자 사이와 같으니 두루 이와 같이 하는 것은 각자 자신을 위하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람이 세상일을 함에 이롭게 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멀리 월나라 사람과도 쉽게 친해질 수 있고, 해롭게 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부자 사이도 멀어지고 원망하게 된다.121 - 《한비자》 〈외저설좌상편〉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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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량이 말을 사랑하고 월왕 구천이 백성을 사랑한 것은 그들을 전쟁에 내몰고 말을 빨리 달리게 하기 위해서였다. 의원이 다른 사람의 종기를 빨거나 그 나쁜 피를 입에 머금는 것은 골육의 친애 때문이 아니라 이득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마를 만드는 사람은 가마를 만들면서 사람들이 부귀해지기를 바라고, 관을 만드는 사람은 관을 만들면서 사람들이 요절하기를 바란다. 가마 만드는 사람이 어질고 관 짜는 사람이 잔혹해서가 아니다. 사람이 귀해지지 않으면 가마가 팔리지 않고, 사람이 죽지 않으면 관이 안 팔린다. 정말 사람을 미워해서가 아니라 사람이 죽는 데서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119 - 《한비자》 〈비내편〉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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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대리인과 파당

의문 두 가지
모두 자신의 이익을 따른다면 모두 나쁜 대리인 아닐까?
모두 자신의 이익을 따른다면 파당을 위한 협동은 어떻게 가능할까?



한비자가 보기에 신하는 늘 나쁜 대리인일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었고, 이는 두 가지 구조적 문제로 극대화되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파당의 논리입니다. 국가와 군주의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파벌의 이익을 챙깁니다. 특히 자신을 밀어주고 벼슬길로 이끌어주며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파당의 이익을 먼저 생각합니다. 백성이고 군주고 안중에 없고 자기 세력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 <제자백가, 인간을 말하다>, 임건순 지음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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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소 협력 균형

금화조Taeniopygia guttata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척박한 오지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작고 강인한 새다. 겉보기에는 여느 새와 마찬가지로 금화조도 암수의 유대가 탄탄해, 아우성치는 새끼로 가득한 둥지에 암컷과 수컷이 쉴 새 없이 먹이를 나르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당혹스럽다. 암수가 함께 애지중지하는 듯 보였던 새끼는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가볍고, 어미 혼자 키운 새끼는 더 잘 먹어 무겁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부모가 새끼를 보살피는 과정 곳곳에는 갈등이 도사린다. 설사 암컷과 수컷이 함께 새끼를 키우더라도 상대보다 조금 덜 투자하고 싶은, 상대가 새끼를 세 번 챙길 때 자신은 두 번만 챙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실험에 따르면 금화조 암컷은 수컷이 믿음직할수록 게으름을 피워 육아에서 힘든 일을 수컷에게 더 많이 떠넘긴다. 암컷의 이런 전략이 위에서 말한 아주 얄궂은 결과로 이어져 어미만 있는 새끼보다 어미와 아비가 모두 있는 새끼가 더 부실하게 자라는 것이다.1 이러니 투자 축소 경쟁이 끝까지 치달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훤하다. 암수 모두 상대보다 더 적게 육아에 참여하려 들면 가여운 새끼는 끝내 누구한테서도 먹이를 얻지 못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김정아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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