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 협력 균형

금화조Taeniopygia guttata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척박한 오지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작고 강인한 새다. 겉보기에는 여느 새와 마찬가지로 금화조도 암수의 유대가 탄탄해, 아우성치는 새끼로 가득한 둥지에 암컷과 수컷이 쉴 새 없이 먹이를 나르는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당혹스럽다. 암수가 함께 애지중지하는 듯 보였던 새끼는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해 가볍고, 어미 혼자 키운 새끼는 더 잘 먹어 무겁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부모가 새끼를 보살피는 과정 곳곳에는 갈등이 도사린다. 설사 암컷과 수컷이 함께 새끼를 키우더라도 상대보다 조금 덜 투자하고 싶은, 상대가 새끼를 세 번 챙길 때 자신은 두 번만 챙기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실험에 따르면 금화조 암컷은 수컷이 믿음직할수록 게으름을 피워 육아에서 힘든 일을 수컷에게 더 많이 떠넘긴다. 암컷의 이런 전략이 위에서 말한 아주 얄궂은 결과로 이어져 어미만 있는 새끼보다 어미와 아비가 모두 있는 새끼가 더 부실하게 자라는 것이다.1 이러니 투자 축소 경쟁이 끝까지 치달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는 훤하다. 암수 모두 상대보다 더 적게 육아에 참여하려 들면 가여운 새끼는 끝내 누구한테서도 먹이를 얻지 못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김정아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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