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제도의 한계와 진화

처벌 위협이 협력을 촉진하는 중요한 요소로 보이긴 하지만, 실행된 처벌은 협력을 뒷받침한 만큼이나 쉽게 무너뜨리기도 한다.5
‘눈에는 눈’ 접근법이 일으킨 사소한 불화가 그칠 줄 모르는 반목으로 이어지면 모든 관련자에게 해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처벌 게임에서 참가자에게 서로 처벌할 권한을 주면 협력보다 앙갚음을 유발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는 처벌하는 사람과 처벌받는 사람 모두 대가를 치르므로 모든 참가자의 주머니가 가벼워지고 더 가난해진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김정아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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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발전하는 동안 사회는 처벌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을 제한하는 규범과 장치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누가 누구를 무슨 이유로 얼마나 많이 처벌할 수 있는지를 제한했다. 처벌에 제약을 두면, 그리고 법원과 교도소 같이 처벌을 당국에 위탁하면 반목이 생기지 않게 막을 수 있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김정아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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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의 처벌 제도는 범법자를 제대로 교화하지 못하기 일쑤여서 넓은 의미에서는 협력도 촉진하지 못한다.* 범죄자를 교화하는 처벌 제도는 손상된 관계를 회복하고, 피해자에게 보상하고, 범죄자가 공동체에 재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런 목표는 교화보다 응징에 방점을 찍는 듯한 서구의 형벌 제도와 자주 충돌한다. 응징이 심리적으로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사회가 얻는 편익은 설사 있다 한들 보잘것없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김정아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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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혜주의의 한계와 처벌 제도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만한 도구가 호혜주의뿐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핵심 구성원이 가족과 중요한 친구 정도로 그치는, 훨씬 좁은 범위에서만 협력했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 협력의 범위를 넓힐 줄 아는 까닭은 다른 데 있다. 우리는 자연이 던진 게임에 새로운 규칙을, 새로운 제도를 고안할 줄 안다. 제도는 화룡점정과 같다. 사회적 딜레마에 제도를 얹으면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모습과 본질이 바뀐다. 제도는 규칙을 바꾸므로, 배신이 가장 이로운 상황을 개인이 협력해야 성공하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다.
사회적 딜레마에서 행위의 동기를 바꾸는 아주 중요한 제도 가운데 하나가 처벌이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김정아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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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기제와 진화기제

진화생물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답은 두 가지다. 우리는 두 답을 근접 설명proximate explanation과 궁극 설명ultimate explanation이라 부른다.10 왜 사람은 남을 돕느냐는 물음에 대한 근접 수준의 답은 이런 행동을 일으키는 직접적 원인과 관련한다. 이런 설명은 맥락(“나는 이 친구를 거리낌 없이 도울 거예요. 내 친구니까요.”), 성격(“조는 늘 남을 먼저 생각해요. 정말 착한 사람이거든요.”), 감정이입적 염려(“그 여성은 건물 밖 인도에서 떨고 있는 남자가 몹시 안쓰러워 역 카페에서 차를 한 잔 사줬다.”)에 호소하기도 한다. 근접 설명은 우리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원인, 예컨대 호르몬의 영향(아버지가 자식을 돌볼 때 테스토스테론이 끼치는 영향을 떠올려보라), 크기가 다른 뇌 구조, 신경 활동의 양상도 포함한다. 최근 한 연구에서 극단적 이타주의자(남에게 신장을 떼준 신장 공여자)의 뇌를 대조군과 비교했더니 뇌 구조와 기능이 여느 사람과 달랐다.11 이타주의자 집단은 감정이입 반응을 일으키는 데 관여한다고 보는 뇌 영역이 더 컸고 더 쉽게 활성화되었다. 흥미롭게도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은 이 영역이 더 작고 감정이입 반응이 거의 없었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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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달리 궁극 설명은 다른 답을 추구해 남을 도우려는 성향을 자연선택이 어떻게 장려했을지 알고 싶어 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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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를 하는 진화적 이유와 심리 자극이 꼭 일치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성관계를 할 때마다 자식이 생기기를 바라거나 기대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바람을 아예 품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섹스가 번식 성공도를 높이기 때문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타주의도 마찬가지다. 이타적 행동으로 편익이 쌓일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남을 돕는 행위의 동기를 훼손하지는 않는다. 진화가 배고픔(먹으라는 신호)을 느끼거나 섹스를 즐기도록 우리 심리를 빚었듯이 친절, 도덕적 행동, 도움 행동 아래 깔린 동기를 빚어 우리가 우리 유전자에 이로운 무엇을 즐기게 유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협력 형질이 어떻게 개체에 장기 이익이 될까? 앞서 살펴봤듯이 값비싼 도움 행동이 피붙이에게 이익이 될 때는 진화가 협력을 선호하기도 한다. 하지만 협력이 널리 퍼진 까닭이 이 때문만은 아니다. 도움을 베푼 개체가 결국은 투자한 데 대한 두둑한 보상을 받기 때문에 진화가 도움 행동을 선호할 때도 있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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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와 진화

사회를 이루는 생활 방식은 우리 인간의 생리 기능뿐 아니라 수명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사회성이 매우 높은 몇몇 종에서는 자연선택이 노화 시계를 완전히 멈춰 세운 듯하다. 사회성 동물인 흰개미와 개미 군락의 여왕은 대부분 하루에 알을 수백 개에서 수천 개까지 낳으면서도 수명은 일개미보다 무려 100배나 길어 10년 넘게 산다. 만약 인간에게 여왕개미 같은 존재가 있다면 겨우 70년이 아니라 자그마치 7,000년을 살 것이다.
유달리 오래 사는 또 다른 생명체는 사회성 동물인 두더지쥐다.13 두더지쥐는 누가 보더라도 희한한 종이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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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가설
- 한국의 저출산 배후에는 조부모가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어하고 손자녀 양육을 책임지는 행동을 저평가하는 문화의 확산이 있는 듯하다.
- 이런 가설에서 저출산의 책임 세대는 지금의 노인세대일 것이다.

내가 아이를 낳은 뒤, 나는 부모님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대상 순위에서 순식간에 몇 단계 아래로 밀려났다. 혜성같이 나타나 엄청난 성공을 거둔 톱스타처럼 부모님의 우선순위 1위를 차지한 인물은 바로 내 아이들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손주들을 돌보는 것이 보람찬 일이다. 하지만 진화의 눈으로 봤을 때 조부모는 당혹스러운 난제다. 특히 여성은 왜 죽음이 한참이나 남은 시기에 생식을 멈출까?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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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존재하는 종 가운데 생식을 멈춘 뒤에 이렇게 오래 사는 종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우리 영장류 사촌을 포함한 거의 모든 종이 죽을 때까지 계속 새끼를 낳는다. 적어도 시도는 멈추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다르다. 어떤 대형 유인원과도 달리, 엄마와 딸의 생식 기간이 거의 겹치지 않는다.4 오히려 딸이 생식 활동에 들어가는 시기와 엄마가 폐경을 겪는 시기가 겹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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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은 여성의 삶에서 특별한 쓸모가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이때 여성은 생식의 궤도를 바꿔 아이를 낳는 사람에서 육아를 돕는 사람이 된다.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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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은 일반적인 노화 과정에 속하지 않는다. 여성이 처음에 갖고 태어나는 난포는 약 200만 개이며 난포 하나하나가 난자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난포가 줄어들어 20세 무렵에는 평균 10만 개, 35세에는 5만 개가 남는다. 그래도 이 속도를 유지한다면 여성은 보통 60세가 지난 지 한참일 때까지 아이를 낳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38세 무렵이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이때부터 난포 수가 뚝 떨어져 훨씬 가파르게 줄어든다. 그 결과 50세 무렵에는 난포 수치가 월경에 필요한 최소한도 밑으로 떨어진다.6 - <협력의 유전자>, 니컬라 라이하니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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