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오르기 시작하면

호수는 안개의 잠옷을 벗고

여기저기 부드러운 잔물결이나

잔잔한 수면이 점차 모습을 드러냈으며,

안개는 무슨 밤의 비밀회의를 막 끝낸 유령들처럼

살금살금 숲의 모든 방향으로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이슬마저도, 산허리에서 그러듯이

여느 곳보다 더 늦게까지 나뭇잎에 맺혀 있는 것 같았다.

 

이 작은 호수는

8월의 잔잔한 비바람이 불다 멈추다 하는 사이사이에

나의 가장 소중한 이웃이 되었다.

 

그때는 비록 하늘은 구름으로 덮여 있지만,

공기와 물이 다 같이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고 있어,

오후의 한때일지라도 초저녁의 고요함을 지니고 있으며,

티티새의 울음소리만 이 기슭 저 기숡에서 들려왔다.

 

이런 호수는 바로 그와 같은 때에 가장 잔잔한 것이다.

 

호수 위의 맑은 공기층은 얇고 구름에 가려 있기 때문에

빛과 반사로 가득 찬 수면은

그 자체가 지상의 하늘이 되며,

나에게는 더욱 소중한 하늘이 된다.

(월든 2장 p.133)

 

詩語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호수의 정경을 정말 잘 표현하고 있지 않은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책읽는나무 2015-07-07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이네요^^

푸르미원주 2015-07-10 10:16   좋아요 0 | URL
사진이요? ^ ^
그림처럼 풀어낸 들도 예술이죠.
 

알라딘 중고매장을 자주 가서 스테디셀러를 저렴하게 구입하곤 해요. 요즘엔 북플과의 사랑에 빠져서 책마니아님들과 좋아요 누르는 재미로 살아요 16주년 기념 진심으로 축하해요.멋진 서점으로 이끌어주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위대한 개츠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7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영하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황금모자를 써라. 그것으로 그녀를 움직일 수 있다면.

그녀를 위해 높이 뛰어라, 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가 이렇게 외칠 때까지.

오, 내 사랑, 황금모자를 쓴, 높이 뛰어오르는 내 사랑이여, 내가 당신을 차지하리라.'

 

책 서두에 왜 이런 말이 나오는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개츠비가 데이지를 다시 만나 5년전 사랑했던 그 때로 돌아가길 애타하면서 그렇게 황금모자를 쓰고 있었다는 것을 조금씩 읽으면서 알게되는데, 그렇게 사랑을 위해 모든 걸 걸었던 한 남자가 얼마나 위대한가에 경탄합니다.

어찌보면 신데렐라나 인어공주 스토리처럼 디즈니식 구원의 드라마같기도 하지만,

당대의 퇴폐와 기만과 속물들의 인생사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면에선 차별화가 되겠더군요.

 

개츠비의 미소는 살인미소? 

스콧 피츠제럴드가 이 소설 짓기전에 지은 소설 중에 '벤져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있더라구요.

최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토비 맥과이어, 캐리 멀리건, 조엘 에저튼이 출연한 영화로 인해

세간에 이 책이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라버렸네요. 

 

화려함 뒤에 가려진 욕망, 그리고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지나쳐서 집착까지 이르고, 결국은 총살당하여 생의 종지부를 찍는 개츠비는 어쩌면 우리 삶의 대표적 전형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불나방처럼 불빛을 향해 달려가다 장렬히 산화하는....

작가의 문필에 감탄도 많이 했어요.

잠깐 전 우주를 직면한 뒤, 이제는 불가항력적으로 편애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노라는, 그런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바로 그만큼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하는 호의적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주는 미소였다." (p.6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방인

살인을 했지만 자기변명의 가면을 쓰지않고 부조리한 현실 속에 있는 그대로의 자기 감정에 충실하게 살다가 결국 형장의 이슬이 된 뫼르소에 대한 소설. ^ ^;

뫼르소와 마리, 그리고 레몽과 살라마노의 삶의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아웃사이더, 이방인 뫼르소의 사는 방식이 오래 남는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둘째 아들이 방학 때 붙들고 읽던 책이다. 내용이 뭐냐고 물었더니 소상히 설명해주드라.

제목부터 너무 기네...

IQ84이후의 무라까미 신작으로 일본에서나 우리나라 서점가에서나 열풍처럼 팔린 책이다.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너무도 소중히 서로를 아끼며 뭉쳐다녔던 오인조.

다자키 쓰쿠루만이 이름에 색깔에 해당하는 게 없고,

나머지 네명에겐 빨강(아카), 파랑 (아오), 하양 (시로), 검정 (쿠로) 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고등학교 동창들이었으나 주인공 쓰쿠루는 철도역에 댜한 관심으로 홀로 도쿄의 대학에 진학하고, 나머지 네 명은 고향 나고야의 대학에 진학했다.

2학년 무렵 그런데 전화도 거부하며 친구들은 쓰쿠루를 냉대하는데 이유는 스스로 알아보란다. 이를 통해 쓰쿠루는 엄청난 정신적 충격에 빠지고, 세월이 흘러 36살이 된 무렵 사라라고 하는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그녀의 권유로 과거로의 여행을 하게 된다는 거다.

 

우린 과거의 상처와 아픔에 대해선 돌아가서 용서와 화해로 해결을 봐야할 것들이 각자에게 있을 수 있다.

 

Liszt - Années de pèlerinage - I. Suisse - 8. Le mal du pays

4장에서 소개되는 곡으로

고등학교때 시로가 그에게 연주해 주었다는

멜랑꼴리한 리스트의 피아노곡.

'순례의 해'라는 소품집에 실린 있다는데 이 책 제목과 같네. ^ ^

 

두번째 피아노곡은 5장에 나오는 곡으로

쓰꾸루의 친구인 하이다의 아바지가 젊은 시절에

한 온천에 찾아온 손님이 연주한 곡.

재즈 피아노곡인데 들을만하네.

Thelonious Monk - Round About Midnight

 

유튜브등에서 검색해서 들어보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