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도시의 골목길을 걷다 - 다시 가보고 싶은 그곳, 매혹적인 지방도시 순례기
한필원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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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로 있으면서 아시아건축연구실을 이끄시는 교수님, 한필원.

그가 7년간 찾아다니면서 쓴 9개 도시의 이야기에 대한 책이다.

이 도시를 선정한 이유는 역사가 긴도시, 비교적 작은 도심부를 가진 도시, 매력과 잠재력이 큰 역사도시이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밀양, 통영, 안동, 춘천, 안성, 강경, 충주, 전주, 나주.

이가운데 내가 가본 도시는 춘천과 통영 이 두곳 뿐이다.

 

책안에 담긴 옛 지도, 현대 지도, 그리고 사진과 본인이 그린 스케치들에서 그 도시가 갖고 있는 매력을 조금씩 살펴보았다.

처음에는 도시전체의 행정구역 경계를 네이버로 찾아보고, 책에 옮겨 그려보면서 주요 관광지, 하천, 산, 도로, 관청을 표시했다. 그리고 책을 주욱 읽다가 상점 이름이나 가로이름을 얘기하면, 네이버의 거리뷰를 켜고, 지도에서 확인되는 지역에 커서를 갖다대서 찍힌 사진을 보면서 확인하였다. 그냥 책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비슷한 느낌을 저자와 비슷하게 가질 수 있었다.

 

한교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각 도시의 골목 골목을 누비면서 다니신 듯 싶다.

걷기도 하고 때로는 자전거로 둘러보시기도 하고. . .

 

성곽으로 둘러쌓였던 도시의 중심은 객사와 동헌이라고 한다. 객사는 임금님의 패를 놓고 수령이 아침마다 예를 드리는 곳이었다고 하고, 중앙에서 관리가 내려오면 모시는 곳이었단다. 동헌은 내아라고 하는 수령의 집 바로 동쪽에 위치하는 건물이라해서 동헌이라고 불리는 것이며, 성곽의 중심 또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어서 보는 것은 남북축을 이루는 행정적인 상징가로와 동서축인 상업가로이었다. 이것이 T자로 이어지든, +자로 이어지든 도시의 가장 큰 골곡을 이루고 있다. 이 배치들은 주변의 산과 하천을 지형의 바탕에 두고 배치되고 있으며, 세부 가로가 마을의 집들로 들어가는 골목에 의해 형성된다. 골목은 막다르게 끝나기도 하고, 통과되기도 하지만, 골목공동체를 이루게 하는 것이란다.

현재의 도시는 인구의 증가로 인해 확장이 되었고, 성곽의 소실로 인해 옛 도시의 흔적만을 갖고 있지만, 역사도시들은 이를 잘 이어오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각 도시만이 가진 기능, 즉 행정기능, 상업기능, 군사기능 등의 특징을 확인하는 것도 재미난 부분이었다. 통영은 군사도시로 시작되었다가, 근대시기의 문인들, 예술인들의 거주로 인해 문화도시로 이어왔다는 걸 알수 있었다. 또한 급경사를 가진 지형에 앉혀진 집들간에 아래집의 지붕을 윗집이 마당으로 사용하는 것도 이 도시의 특징이란 걸 알수 있었다.

밀양은 밀양역에서 동헌까지 이어지는 도로를 걸어가면 현대, 근대, 전근대로 구분지어지는 건물형태와 분위기로 인해 과거로의 여행길 같은 느낌을 받는단다.

춘천은 원래 뱃길로 상업을 하던 도시로 강의 기능에 의존했었는데, 댐의 건설과 철도의 발달이 됨에 따라 도시의 중심 축이 이동했던 것도 볼 수 있었다. 호반의 도시이지만 물과는 격리된 도시란 사실.

안동은 양반도시로서 품격을 지닌 시민들의 예의바른 말투나 삶의 자세를 갖고 있어서 유교적인 것이 바탕이라 생각되지만, 한편으론 다문화와 다원주의적 종교회의장이 된 도시풍경을 갖고 있으며, 여러 문화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고 있는 도시란 걸 보여준다.

상업도시로 안성과 강경을 알려주고 있는데, 안성은 한때 장터로 유명했던 도시였지만, 상업기능을 다른데에 빼앗김으로 인해 옛날의 영화만을 간직한 채 인간적인 휴머니즘적 가로의 모습으로 편안함을 유지한다고 한다.

강경에는 배가 들어와서 어물전, 소금업이 발달한 도시이며, 현재도 김장철이 되면 관광버스로 이곳의 젓갈을 사가는 사람들이 많은 도시이다. 그러나 욕망이 커지면서 풍경은 파괴되고 급조된 도시공간은 사람들의 버림을 받게 된다는 걸 보여주었다. 금성다방의 예가 그것인데, 갑자기 철거된 사연엔 문화재청에서 이 다방을 문화재 등록 예고한 것으로 인해, 주인이 건물을 철거해버렸다고 한다.

충주를 저자는 자전거 두바퀴에 의지한채 둘러보러 다녔는데, 그 두개의 바퀴살처럼 이 도시는 V자로 이어진 인문의 길과 자연의 길로 구성되어 있다고 분석하였다. 우륵, 신립의 탄금대와 임경업의 충렬사까지 이르는 인문의 길과 충주천이 시작되는 곳에서 다리 난간 자리에 난 시장들의 길을 소개하면서, 두개 문화 바퀴를 잘 굴리자고 제안해 주고 있다.

전주는 너무나도 유명한 한옥마을이 가득한 도시이며, 전주 이씨 곧 이성계를 비롯한 조선왕조의 고향동네이다. 혼불이란 장편소설을 쓴 최명희 작가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내고 있는데 그녀는 전주가 낳은 창작계의 대가이다. 밀양처럼 전통과 근대, 탈근대를 모두 느낄 수 있는 도시이며 살아있는 도시라 평한다. 건축가답게 저자는 독자로 하여금 한옥을 보는 눈을 키워준다.

마지막 나주는 물길, 발길, 성벽이라는 세가지 선(線)을 도시의 골격으로 이루고 있으며, 골목을 고샅이라고 하면서 진고샅, 연애고샅 같은 골목들이 있는데, 골목에서 시민들의 삶과 기억의 한부분을 느낄 수 있단다. 기념비적이고 권위적인 역사의 장소에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동네를 촘촘히 짜주는 골목이야말로 집과 도시를 부드럽게 매개해주는 '사이공간'이며, 인간답게 사는 길은 동네라는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것인데, 현재의 나주천변은 이를 잃어버려서 활기가 없어졌다고 평한다.

"나주천에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또 그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에게 시내가 강이 되고 강이 바다가 되는 이야기를 해주는 도시가 그려진다. 그런 도시라면 천사라도 내려와 살고 싶어 하리라."

 

이 책을 읽으면서 아홉개의 진주를 손위에 쥔 느낌이다. 지방 어디 간다면 이 읽은 도시 중 한곳엔 꼭 들러보리라. 우리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에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워낙 개발의 힘에 밀리고 밀려서 골목길은 사라지고, 차들만 쌩쌩 다니는 신작로만이 우대받게 된 현실에 산다. 그래서 인간다운 휴머니즘의 도시를 만나기란 쉽지 않다.

여하튼 한필원 교수의 도시를 읽는 방법을 잘 숙지하여 도시공간을 잘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골목이 갖는 가치를 재발견하게 해주어서 이젠 골목길 다니는 걸 더 즐길 수 있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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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의 여행 2015-09-2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어요^^

맛난책 먹기 2015-09-30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9개 도시의 구성과 특성을 간결하게 함축한 독후감이네...책을 읽으면서 도시를 이해하고 그려볼 방법도 제시해주어 고맙고. ..

푸르미원주 2015-09-30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맛난책 먹기 : 이 책이 내겐 재미있었어. 꼭 한번씩은 다녀오구 싶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