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십삼도 영하 이십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받는 목숨으로 기입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오도 영상 십삼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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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페허다

 

나에게 왔던 사람들,

모두 어딘가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바람에 의해 이동하는 사막이 있고

뿌리 드러내고 쓰려져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 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리는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그 고열이

에고가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가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 본적이 없다는 거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도덕적 경쟁심에서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은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나를 위한 희생, 나를 위한 자기 부정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걸어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알을 넣어주는 바람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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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아내에게

 

내가 말했잖아.

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은,

너, 나 사랑해?

묻질 않어

그냥, 그래.

그냥 살어

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

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

그냥 그대 눈에 낀 눈꼽을 훔치거나

그대 옷깃의 솔밥이 뜯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보이는 게야

생각나?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늦가을,

낡은 목조 적산 가옥이 많던 동네의 어둑어둑한 기슭,

높은 축대가 있었고, 흐린 가로등이 있었고

그 너머 잎 내리는 잡목 숲이 있었고

그대의 집, 대문 앞에선

이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바람이 불었고

머리카락보다 더 가벼운 젊음을 만나고 들어가는 그대는

내 어깨 위의 비듬을 털어주었지

 

그런 거야, 서로를 오래오래 그냥, 보게 하는 거

그리고 내가 많이 아프던 날

그대가 와서, 참으로 하기 힘든, 그러나 속에서는

몇 날 밤을 잠 못자고 단련시켰던 뜨거운 말 :

저도 형과 같이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그대의 그 말은 에탐부톨과 스트렙토마이신을 한알한알

들어내고 적갈색의 빈 병을 환하게 했었지

아, 그곳은 비어 있는 만큼 그대 마음이었지

너무나 벅차 그 말을 사용할 수조차 없게 하는 그 사랑은

아픔을 낫게 하기보다는, 정신없이,

아픔을 함께 앓고 싶어하는 것임을

한밤, 약병을 쥐고 울어버린 나는 알았지

그래서, 그래서, 내가 살아나야 할 이유가 된 그대는 차츰

내가 살아갈 미래와 교대되었고

 

이제는 세월이라고 불러도 될 기간을 우리는 함께 통과했다

살았다는 말이 온갖 경력의 주름을 늘리는 일이듯

세월은 넥타이를 여며주는 그대 손 끝에 역력하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아침 머리맡에 떨어진 그대 머리카락을

침묻힌 손으로 짚어내는 일이 아니라

그대와 더불어, 최선을 다해 늙는 일이리라

우리가 그렇게 잘 늙은 다음

힘없는 소리로, 임자, 우리 괜찮았지?

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때나 가서

그대를 사랑한다는 말은 그때나 가서

할 수 있는 말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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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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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교수

출생 1952년 1월 25일 (전라남도 해남)

소속 한국예술종합학교(교수)

학력 서강대학교 대학원 철학 석사

데뷔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연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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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바쳐

몇 마디나마 고전 어휘들을 공부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어휘들은 거리의 천박함을 넘어서서

당신에게 영원한 암시와 자극을 줄 것이다.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 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

 

고전이란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독서를 잘하는 것,

즉 참다운 책을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오늘날의 풍조가 존중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그것은 운동 선수들이 받는 것과 같은 훈련과,

거의 평생에 걸친 꾸준한 자세로

독서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요한다.

 

책은 처음 쓰였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야 한다.

책은 이 세계의 귀중한 재산이며,

모든 세대와 모든 민족들의 고귀한 유산이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 3장 독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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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0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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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에 나오는 멋진 문장들...

영화 '상실의 시대'(2010)로 방영된 적이 있었던 소설로,

와타나베와 나오코, 미도리의 사랑과 상실감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무라카미 특유의 몽환적 이야기 전개가 특징적이다.

 

소설의 중반까지는 뭔 얘기를 하는지 감잡기 힘든 소설.

그러나 그 문장의 달콤함이란... ^ ^

서점가 무라카미 소설들 모아놓은 곳에 가면 버젓히 널부러져 있는 이 소설...

한번 손에 잡아봐? 

 

문장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성적이다. 우와!!!

내 몸 속에 기억의 변두리라 할 수 있는 어두운 장소가 있어서, 중요한 기억들은 전부 그곳에 쌓여 부드러운 진흙으로 변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결국 글이라는 불완전한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불완전한 기억이나 불완전한 생각 뿐이다.

나는 심각해진다고 반드시 진실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모든 걸 다 버리고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 버리는 거,
정말 멋지다는 생각 안 들어?
나는 가끔 무지 그렇게 하고 싶어질 때가 있어.
만약 네가 나를 훌쩍 어딘가로 데려가 주면,
널 위해 소처럼 건강한 아이를 잔뜩 낳아 줄게.
같이 즐겁게 사는 거야. 방바닥에 뒹굴뒹굴 구르며.

넌 뭔가를 착각하는 것 같은데, 사람이 누군가를 이해하는 것은
그럴 만한 때에 이르렀기 때문이지,
누군가가 상대에게 이해받기를 바라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야.

"나를 얼마나 좋아해?"
"온 세상 정글의 호랑이가 모두 녹아서 버터가 되어 버릴 만큼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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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흘 책을 읽지 않으면 눈썹이 어두워진다. -왕안석

 

누구에게나 정신에 하나의 획을 그어주는 책이 있다. -파브르

 

단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 -안중근

 

독서와 정신의 관계는 운동과 육체의 관계와 마찬가지다. -리처드 스틸 경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줄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로크

 

독서는 완성된 사람을, 담론은 재치있는 사람을,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든다. -F. 베이컨

 

독서는 인간을 정신적으로 충실하고 심오하게 해줄뿐만 아니라 영리한 두뇌를 만들어준다. -프랭클린

 

독서만큼 값이 싸면서도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없다. -몽테뉴

 

독서와 정신과의 관계는 운동과 몸과의 관계와 같다. -R. 스틸

 

독서의 즐거움은 관능을 만족시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지성을 만족시키는 데 있다. -모옴

 

돈은 빌려주지 않아도 되지만 책은 빌려준다. -유태격언

 

돈이 약간 생기면 나는 책을 산다. 그리고도 남는 것이 있으면 음식과 옷을 산다. -에라스무스

 

두뇌의 세탁에 독서보다 좋은 것은 없다. -도쿠도미 로카

 

마음만 즐겁게 하는 평범한 책들은 지천으로 깔려 있다. 정신을 살찌우는 책만 읽어야 한다. -세네카

 

만약 내가 남들과 같은 정도로 독서를 했더라면 남들과 같은 정도밖에 몰랐을 것이다. -홉스

 

유익하고 좋은 책부터 읽어라. 나중에 그 책을 읽을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로

 

모두들 책을 믿는다면, 책이 없는 것만 못하다. -맹자

 

모든 책은 일시적인 것과 영구적인 것, 두 종류로 분류된다. -존 러스킨

 

방에 서적이 없는 것은 몸에 영혼이 없는 것과 같다. -키케로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 한다. 일거리처럼 읽은 책은 대개 몸에 새겨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엘 존슨

 

사람의 품격은 그 사람이 읽은 책을 통해 판단할 수 있다. -스마일즈

 

사람의 품성은 마음이 어우러지는 친구, 즉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토마스 베일리 올드리치

 

사색 없는 독서는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다. -E. 버크

 

처칠 ~ 한가한 시간이 생길 때마다 유익한 책을 읽어 마음의 양식을 쌓아야 한다.

 

유동범 ~ 살이 되지 않은 음식을 탓하듯, 지혜가 되지 않는 활자매체를 저주하라.

 

볼테르 ~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가 만드는 것이다.

 

M.F. 터퍼 ~ 양서는 최선의 친구이다. 오늘도 내일도 영원히 그럴 것이다.

 

쇼펜하우어 ~ 양서(良書)를 읽기 위한 조건은 악서(惡書)를 읽지 않는 것이다.

 

베이컨 ~ 오로지 사색하고 검증하기 위해 책을 읽어라.

 

존 키츠 ~ 저자와 똑같은 경험을 하기 전까지는 책내용을 실감하며 이해하기 어렵다.

 

시드니 스미스 ~ 독서할 때 당신은 항상 가장 좋은 친구와 함께 있다.

 

키케로 ~ 책 없는 방은 영혼 없는 육체와도 같다.

 

리처드 스틸 ~ 독서가 정신에 미치는 효과는 운동이 신체에 미치는 효과와 같다.

 

샤를 드 스공다 ~ 한 시간 독서로 누그러지지 않은 걱정은 결코 없다.

 

앤드루 랭 ~ 책으로 한 나라의 상당 부분을 다닐 수 있다.

 

벨 훅스 ~ 나는 삶을 변화시키는 아이디어를 항상 책에서 얻었다.

 

헨리 워드 비처 ~ 서점 만큼 인간의 심성이 그토록 약해지는 곳이 어디 있는가?

 

랠프 노박 ~ 책을 읽는 것은 첫 신을 신고 발 떼기를 기다리는 것과 같다.

 

존 위더스푼 ~ 단순히 읽기 시작했다는 이유 만으로 결코 책을 끝까지 읽지 말라.

 

에즈라 파운드 ~ 사실 우리는 힘을 얻기 위해 독서해야 한다. 독서하는 자는 극도로 활기차야 한다. 책은 손 안의 한 줄기 빛이어야 한다.

 

마크 트웨인 ~ 좋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책을 읽을 수 없는 사람보다 나을 바 없다.

 

마리 드 세비네 ~ 내가 도서관에 들어오면 내가 왜 여기서 나가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크리스토퍼 몰리 ~ 진정한 책을 만났을 때는 틀림이 없다. 그것은 사랑에 빠지는 것과도 같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 한 권의 책을 읽음으로서 자신의 삶에서 새 시대를 본 사람이 너무나 많다.

 

캐슬린 노리스 ~ 긴 하루 끝에 좋은 책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만으로 그날은 더 행복해진다.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우 ~ 배움에 대한 애정과 세상을 등진 외딴 곳. 책이 주는 그 모든 달콤한 평온.

 

르네 데카르트 ~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 몇 세기의 가장 훌륭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같다.

 

랄프 왈도 에머슨 ~ 가장 발전한 문명사회에서도 책은 최고의 기쁨을 준다. 독서의 기쁨을 아는 자는 재난에 맞

설 방편을 얻은 것이다.

 

프랜시스 베이컨 ~ 반박하거나 오류를 찾아내려고 책을 읽지 말고 이야기와 담화를 찾아내려고도 읽지 말며 단

지 숙고하고 고려하기 위하여 읽으라.

 

호러스 맨 ~ 한 문장이라도 매일 조금씩 읽기로 결심하라. 하루 15분씩 시간을 내면 연말에는 변화가 느껴질 것

이다.

 

팩스튼 후드 ~ 사귀는 친구 만큼 읽는 책에도 주의하라. 습관과 성격은 전자만큼이나 후자에게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레노어 허시 ~ 종교서적이든 아니든 책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라. 책은 살찔 염려도 전혀 없고 죄책감에 시달

리는 일도 거의 없고 영원히 개인 소장 할 수 있다.

 

도로시 세이어즈 ~ 책들은 바닷가재 껍질과도 같아서 우리는 자신을 책으로 감싼 후 뚫고 자라나 초기 성장단계

들의 증거로 뒤에 남긴다.

 

미셸 드 몽테뉴 ~ 내가 우울한 생각의 공격을 받을 때 내 책에 달려가는 일처럼 도움이 되는 것은 없다. 책은 나

를 빨아들이고 마음의 먹구름을 지워준다.

 

서머셋 모옴 ~ 내가 책을 읽을 때 눈으로만 읽는 것 같지만 가끔씩 나에게 의미가 있는 대목, 어쩌면 한 구절만이라도 우연히 발견하면 책은 나의 일부가 된다.

 

로버트슨 데이비스 ~ 훌륭한 건축물을 아침 햇살에 비춰보고 정오에 보고 달빛에도 비춰보아야 하듯이 진정으로 훌륭한 책은 유년기에 읽고 청년기에 다시 읽고 노년기에 또 다시 읽어야 한다.

 

드니 디드로 ~ 책의 수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사람은 책에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이 우주 전체를 직접 연구하는데서 배우는 것과 비슷한 정도로 어려워질 때가 올 것을 예견할 수 있다. 자연에 숨어있는 진실의 일부를 탐구하는 것이 방대한 수의 책에 숨겨진 진실을 탐색하는 것과 비슷하게 편해질 것이다.

 

해럴드 블룸 ~ 제대로 된 독서는 고독이 줄 수 있는 훌륭한 기쁨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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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6-30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럴드 블룸의 말이 제가 생각하는 독서의 의미와 비슷해요. 원주님 덕분에 좋은 문장을 알게 되었습니다. ^^
 
책은 도끼다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광고 카피라이터, 박웅현이 쓴 이 책의 제목을 알게 된 계기는 2013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시청 공무원들의 독서모임에서 다루었다는 것에서였다. 박원순시장님과 공무원들이 이 책으로 스터디를 하고 직접 저자를 초청해서 강연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다가 독서모임에서의 한 멤버가 이 책을 읽고 소개된 책목록을 작성해서 보여주었다. 어떤 책이길래 세간에서 이리도 이 책을 극찬하고 읽는다는 말인가?
제목부터가 신랄하다못해 잔인하다. 책으로 머리를 후려갈기는 도끼가 된다는 게 무슨 삼류소설 제목 같았다.
하지만 읽어내려가는 내내 소개하는 작가의 '사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적절한 언어로 구사한 글빨'에 그야말로 정신이 팔렸다.
김훈 작가의 자전거 여행 1, 2에 담긴 꽃들의 얘기는 봄 기운을 완연히 느끼고 있는 계절에 더욱 산과 강, 들의 꽃들을 향한 애정에 불타게 하였다.
알랭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분석 내용도 인간 심성 속의 사랑이 상대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실험실의 분석가처럼 다루고 있어서 읽는 내내 웃음을 지울 수 없었다.
고은 시인은 언어의 마술사란 생각이 들었고, 지중해 문학들이 왜 그토록 현재에 주목하고 현재에 충실한 삶을 노래하는지, 박웅현의 강의와 소개된 책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지중해를 꼭 가보고 싶다는 충동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책 소개를 통해서도 진정한 사랑은 동정으로 시작될 지 모르지만, 갖고 있던 것을 내려놓고 상대방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임을 배웠다. 영화를 찾아서 꼭 한번 보리라.
안나카레니나에 대해서도 좋은 가이드가 되는 내용이 쓰여있다. 레빈의 삶과 안나의 삶을 통한 인생의 지도 하나 가져볼 수 있게 한다.
박웅현씨는 속독이나 다독은 중요치 않다고 하며 깊이 들여다보고 깨닫고 행동하는 지성이 될 것을 결론으로 제시하고 있다. 오랜만에 멋진 강의 잘 들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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