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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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카피가 매력적이다.

애서가의 한 사람으로서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라고 생각한다.

독서만담이라는 제목도 잘 어울린다.

웃기면서도 따뜻하다.

 

 

책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좋다. 좋다,라고 할 수 없다. 너무 너무 매력적이다. 누군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엔 책 읽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그럴 사람이 별로 없으니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거나, 책에 관한 팟캐스트를 듣는 것으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책을 다루는 팟캐스트가 -그것도 양질의- 많아서 나름 행복하다. 도서관에서 책에 관한 책 -이런걸 메타북이라고 하는 걸 어디서 봤다-이 꼽혀 있는 서가를 지나갈 때면 너무 많은 책들이 나를 유혹한다. 몇년 전 비가 살짝 내리는 여름날 아침, 어느 도서관에 갔는데 에어컨 바람은 시원하고 아직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가한 데다가 마침 전날 무슨 중대한 과제를 마쳐 기분까지 홀가분한 상태로 책에 관한 책들이 있는 서가를 서성이며 엄청나게 짜릿한 기분을 느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저자는 책덕후이신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이신 것 같은데 전업 작가만큼 글이 재미있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이런 유머와 위트가 있다면 삶에 좀더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부럽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이 선생님을 만나는 학생들은 좋겠다. 그런데 그 유머가 부부싸움과 밥 먹는 문제를 자주 소재로 삼는다. 맞벌이이신걸로 보이는데 -맞벌이가 아니어도 그렇지- 왜 식사를 꼭 아내분에 의지하시는지, 아니면 김밥천국을 간다고 하니, 경상도 남자들은 이렇게 많이 읽고 써도 뭔가 태생적 한계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인간미와 인품, 유머 모든 것이 훌륭한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좀 불편하다. 불과 일년 전에 나온 책인데 뭔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치있게 묘사하면서 비슷한 책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방식이 흥미롭다. 그렇게 들고 나오는 책들이 다 읽고 싶다. 덕분에 새로 리스트업해 둔 책들이 많아져 두근두근 기대감이 생긴다. 항상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도서관에 가면 일단 많이 빌려서 그중 몇 권은 못 읽고 또는 반납 기한을 넘겨 -물론 연장까지 하고도 ㅎ-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체료를 내면서도 늘 두손 가득 빌려온다. 이렇게 리스트업된 책이 또 많으니 이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나도 동화 중에 비슷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아이가 타임머신 비슷한 걸 발견해서, 그걸 작동하면 세상이 모두 멈추고, 일시정지처럼, 자신만 그 멈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간을 멈춰놓고 한 시간만 놀고, 두 시간만 놀고, 이렇게 조금씩 하다가 점점 시간이 모자라 더 많이 멈추고 혼자 다른 생활을 즐겼는데 나중에는 체력이 딸려서 힘들어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평소에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뭐 그런 동화였는데 불행히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이가 알 것 같아 물어봤는데 답을 해주지 않는다. 요즘 부쩍 틱틱거리는 걸로 봐서 내가 맘에 안들어서일 수도 있고 자기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럴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는 책 제목이나 노래 제목... 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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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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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높은 데 올라간다는 건 무엇일까?

높은 데, 아주 높은 곳에.

왜 옥상에 올라가고, 크레인에 올라가는 걸까?

그냥 말을 하면 들어 줄 사람이 없으니까.

2019년에도 사람이 크레인에 올라가 일년이 넘도록 아직 있다. 이렇게 사실적인 필체로 쓰고 있자니 나도 얼마나 무감각한 인간인지... 2017년 11월부터 오늘까지 421일째, 서울 양천구 열병합발전소 굴뚝 꼭대기에 파인텍지회 소속 조합원 2명이 올라가 있다. 파인텍이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와 약속한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시작된 농성이라고 하는데, 급기야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고 한다.

1931년에 강주룡은 미처 본 적이 없었을텐데 어찌나 억울했는지 높은 곳에 올라갔다. 요즘 사람들에게 을밀대는 냉면집으로 알려져있는데 을밀대에 올라 고공농성을 했다고 한다. 스스로 내려왔으나 옥고를 치르고 그후로 오래 살지는 못했다. 너무 안타깝다. 깨어있다는 이유로 서른에 생을 다한 조선의 아름다운 청년이다.

강주룡은 평범한 우리나라의 한 시골 가정에서 태어났는데 어떻게 그런 주체성을 가질 수 있었는지 참 궁금하다. 부모의 가르침이 특별했던 것도 아닌 것 같고, 남들처럼 결혼 적령기에 결혼하기까지는 고만고만한 삶을 살았는데 무엇이 그녀로 하여금 생의 주체성에 눈뜨게 했는지 책을 다 읽어도 의문이다. 부족한 사료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내용일 것 같다. 어쨌든 이렇게 여자가 스스로 생을 주체적으로 바라본다는게 이렇게 특별한 일이니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나는 강주룡이 첫 남편과 사별 후 아버지의 계략이었던 늙은 남자와의 재혼을 피해 고향에서 도망쳐 평양에서 공장에 근무하며 모던 걸을 꿈꾸던 때가 참 좋다. 가족이나 여자로서의 운명적인 무거운 짐 없이 혼자 삶을 누리며 이제까지와 다른 인생을 꿈꿔보던 그때가 좋다. 모던 걸을 동경하며 잡지의 사진을 오려 모으던 시절이 찬란하고 애틋하다. 거기서 좀더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 인간적인 연민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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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 탱고를 찾아 떠나는 예술 기행
박종호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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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졸라의 '망각_Oblivion'을 처음 들었을 때 아이러니하게 절대 잊을 수가 없었다. 무엇을 잊고 싶었던 걸까? 탱고라는 것이 유럽을 떠나 아르헨티나에 온 실향민들이 고향을 그리는 마음에서 사직된 춤과 음악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항구에서 머나먼 고향에 대한 그리움에 어쩔 줄 몰라하는 마음이 들리는 듯 하다. 남미에서 유럽은 얼마나 먼가. 슬프고 그리운 마음을 반도네온의 애잔하고 긴 선율에 담아 유럽으로 보내고 싶었을 것 같다. 우울함에 깊이 빠지고 싶을 때, 망각만큼 슬프진 않지만 잘 알려진 'Por una cabeza(여인의 향기 OST 중)'와 피아졸라를 즐겨 들으며 백년쯤 전 남미의 항구에서 불기 시작한 탱고의 바람이 나에게도 닿는 것을 느꼈다.

저자의 다른 책을 먼저 읽고 클래식과 음악 애호가로서의 독특한 행보에 감동을 받았다. 다른 저작을 찾아보던 중 탱고에 대해 쓴 이 책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이분의 설명으로 탱고에 대해 들어보는 건 어떨까? 여행기 형식으로 되어 있고 부에노스아이레스와 탱고에 관한 사진이 많아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란 도시는 어렸을 때 부루마블 게임을 할 때 들어본 것과 보르헤스가 살았던 도시라고 알고 있던 걸 제외하면 접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이렇게나 매력적인 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행자로서 좋은 면만 소개했을테니 책만 읽으면 이렇게 느끼는데 가 보면 다를 수도 있겠다. 탱고를 추는 사진은 빨리 움직이는 동작을 찍은 것처럼 선이 흐릿한 부분이 많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아쉬워서 탱고를 추는 장면은 제대로 된 사진을 구매해서 넣는 게 좋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이런 사진을 계속 보다보니 탱고 춤의 동작이 살아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저자가 여행 중에 직접 찍은 사진들 중에 골라 싣어서 이렇게 되었나? 그렇다면 잘 나온 사진이 없어 무척 고심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마추어러스한 매력이 있는 사진들이다.

탱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거리가 상당히 많았다. 피아졸라가 새롭게 탄생시킨 누에보 탱고, 아르헨티나 하층민의 음악이었던 탱고가 유럽(파리)를 경유하여 다시 수입된 후 상류사회에서도 즐기게 되었다는 이야기, 다니엘 바렌보임에 관한 이야기 등 음악 세계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지나간 일은 되돌아보면 우여곡절 끝에 좋은 결과를 낳았고, 흥미진진한 대목이 있지만 막상 겪는 과정에는 결말을 모르기 때문에 혼란스럽고 힘에 겨울 때가 많다. 탱고의 태생과 발전에 관한 이야기도 같은 것 같다. 밤의 항구는 얼마나 추운가. 추위에 그리움이라니... 그 곳에서 탄생한 춤과 음악을 이제 전세계에서 즐기고 있다니.

책을 읽으면 탱고뿐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매력에도 깊이 빠져들게 된다. 따뜻한 햇살이 비추는 유럽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고 독특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진과 함께 글을 읽다보면 언젠가 꼭 한 번 이 도시에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지만 마음 한 구석에 담아두고 싶은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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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 -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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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 제목을 ‘좋은 삶‘이라고 하지 않고 굿 라이프라고 했다.
일상에서 무심하게 자주 사용하는 단어 ‘좋은‘, 왠지 닳고 닳은 느낌의 단어 ‘삶‘보다 같은 뜻이지만 영어로 하니 뭔가 새로운 느낌으로 좀더 주의를 끌만 한 것 같다. 영어가 우리의 언어 생활에 이렇게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며 어쨌든 이 책을 통해서 좀더 품격있는 나의 ‘굿 라이프‘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인데 저자의 생각, 주관적인 견해보다는 연구 결과와 관련 연구들을 엮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이야기해 준다. 행복이라는 개념을 규명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행복과 유전적 요인의 관계, 경험과 소유가 주는 행복, 의미와 쾌락 사이의 관계, 소명과 성취, 타인을 의식하는 정도가 행복에 미치는 관계 등을 다각도로 연구하고 분석한 결과들을 들을 수 있다.
나도 어렸을 때는 관계보다는 성취를 지향했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며 좀더 철이 들어서인지 그 사이의 균형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쾌락보다는 의미를 지향하는 삶이 주는 만족도가 높고, 나이가 들면서 좀더 의미를 지향한다는 결과에도 수긍이 간다. 전체적으로 나도 나이가 들면서 깨닫거나 변화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가지 인상깊은 내용은 여행이 주는 유익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었다.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액티비티를 각각 의미와 재미를 척도로 하여 재었을 때 둘 다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는 것이 여행이었다. 여행은 일을 하지 않고 먹고 노는 행위이어서 이기도 하지만 여행이 행복에 가장 중요한 기본 욕구들 -유능감, 자율성, 관계-이 극대화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행은 자발적 행위이며 평가가 되지 않고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차례의 여행을 생각하면 아직도 그때 만났던 장면들이 비교적 생생하다. 강렬했던 기억이 바로 관계와 자발성, 유능감이 극대화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란다. 활력이 필요하고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여행을 한번 떠나볼란다. 아직 해보지 못한 혼자만의 여행의 기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혼자 떠나는 그때가 되면 이 책의 조언이 기억날 지 모르겠다.
 
이렇게 나의 굿 라이프는 혼자만의 여행을 기약하는 것으로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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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한승태 노동에세이
한승태 지음 / 시대의창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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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라고 표현한 것은 창세기에서 따 온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책의 맨 뒤쪽에 창세기 128절이 인용되어 있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들을 축복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많은 자녀를 낳고 번성하여 땅을 가득 채워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고기와 공중의 모든 새와 땅의 모든 생물을 지배하여라."

이어서 또다른 인용문이 있다.

"극도의 권리는 극도의 불의다." -테렌티우스 <자학하는 자>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지배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마치 인간에게 극도의 권리를 준 것이고 그 결과가 이렇게 참혹하다는, 그래서 극도의 권리가 극도의 불의를 낳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내 생각엔 하나님이 인간이 이렇게까지 생태계를 망쳐 놓을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을 믿고 최대한 많은 권한과 자율을 준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데 역시나 인간의 탐욕이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이고. 그리고 앞 인용문에서는 '바다의 고기'라고 하였으므로 엄밀히 말해서 이 책에서 다루는 닭, 돼지, 개와는 다른 바다에 사는 물고기를 말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설픈 지식이지만 땅의 생물을 먹기 시작한 것은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의 홍수 사건 이후라고 알고 있다.

땅의 모든 짐승과 공중의 모든 새와 땅에 기는 모든 것과 바다의 모든 물고기가 너희를 두려워하며 너희를 무서워하리니 이것들은 너희의 손에 붙였음이니라. 모든 산 동물은 너희의 먹을 것이 될지라. 채소 같이 내가 이것을 다 너희에게 주노라.” -창세기 92-3

왜 이때부터는 땅의 생물도 먹는 것을 허락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하나님이 부여한 권한을 잘 사용했다면 지금보다 풍요롭고 자연과 조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제목에 얽힌 이야기가 길어졌다. 그런데 아직 표지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겠다. 표지의 제목 옆에 한승태 노동에세이라고 작게 쓰여있고 작가의 앞선 작품 <인간의 조건> 표지에는 대한민국 워킹 푸어 잔혹사라고 덧붙여 있다. 작가의 관점이 그들-축산업 종사자들-을 대상화하지 않는 묘한 경계에 서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은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도 아니고 육식을 금지하고 채식을 하자는 주장도 아니다. 자신 또한 동물을 학대하는 측면에서는 잔인해 보이는 업주들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고백까지 쉽게 넘어가게 만드는 독특한 관점이 있다. 4년여 동안 닭, 돼지, 개를 기르는 농장을 체험하면서 일기를 기록하고 책을 쓰기까지 이르렀다. 삶의 태도와 글쓰기의 태도에 대해 많은 깨달음과 질문을 던져 주는 노동에세이다.

사람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무감각해졌을까. 처음부터 이런 극단적인 모습은 아니었을 것이다. 닭의 케이지는 처음부터 이렇게 좁지는 않았을 거고, 돼지, 개가 처한 환경도 처음부터 이렇지는 않았을 거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에 맞는 현실과 타협하고 적응하는 과정을 겪은 게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축산업도 극단적인 분업화가 진행되면서 무감각도 점점 진행 중인 것 같다.

심해도 너무 심하다.’ 르포가 목적인 책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이런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 탄식이 나오는 지점이 현실에 한 군데 더 있다. 축산업 같이 멀리 있어 잘 보이지 않는 곳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학생들의 학업 노동 현실이 알면 알수록 심해도 너무 심하다는 탄식이 나오는 상황이다. 책가방 매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어린 아이들도 추석 때 할머니댁에 가면서 영어, 수학을 챙겨 간다. 물론 공부하는데 머리가 뛰어나서 조기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많은 아이들이 학교 방과 후 사교육에 내몰리고 있는 것 같다. 닭의 케이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공부를 잘 한다는 친지 고등학생이 있는데, 이번 겨울방학에 다니는 학원 스케줄이 무려 아침 7시부터 밤12시까지라고 한다. 귀를 의심할 뻔 했다. 고등학생이 어떤 학문에 매진하기라도 하는 걸까. 작가가 다음번엔 학생으로 변장해서 학습노동실태를 고발하면 어떨까. , 정말 이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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