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탄생 - 대한민국에서 딸들은 어떻게 여자다운 여자로 만들어지는가
나임윤경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에서 딸들은 어떻게 '여자다운 여자'로 만들어지는가'라는

표지의 설명이 말해주듯 우리나라 사회문화적 환경과 '여자'의 탄생이 아닌 '만들어짐'에 대한

분석이며 문제제기이다.

 

1부 여자, 태어나다

탄생에서부터 남자와 많이 다른 대우를 받았던 우리나라의 딸들과 그 이름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 딸들은 여자이기 때문에 영아때부터 몸, 외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니 안타깝기도 하고

그저 아름다움에 대한 취향으로 해석해왔던 것들에 대해서도 좀더 명확한 입장을 갖는데 도움이 되었다.

 

2부 여자, 학교에 가다

수학과 과학에서의 성차에 대한 분석은 내 생각이랑 많이 비슷하다.

아주 작은 차이를 가지고 쓸데없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투입해 확대해석하고

그에 맞는 기대와 강화, 사회문화적 편견이 확대 재생산되는 순환 구조 속에

지금도 많은 여학생들이 갇혀 있다.

이제는 자본주의까지 가세해 소질과 적성을 찾아가기에 한층 어렵게 만들고 있다.

수학과 과학에서의 성차, 이 생애에 이 문제의 실마리라도 풀리는 걸 볼 수 있을까.

자신이 천착한 문제에 해결이 보이는 걸 보는 사람은

그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일듯한데

나는 어떻게 이 문제를 내 삶과 연관지을까, 고민이다.

막상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는 곳에 들어왔지만 외적인 동기와 내적인 동기가 섞여있어

내적인 동기를 끊임없이 개발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오히려 잘못하면 더 멀어질 수도 있는 구조에 있는 것 같다.

 

3부, 여자 사춘기가 되다

사춘기의 신체적 정서적 성숙과 관련된 문제, 특히 초경을 맞는 가족의 대응방식에 따라서

여자의 자신의 성에 대한 정체감과 자신감이 영향을 받는다는 분석은 꽤 인상적이었다.

나의 두 딸들의 초경에 대해서도 제대로 맞이하고 축하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4부, 여자, 사랑에 빠지다

연애중인 남녀의 호칭에 녹아 있는 차별의 문제, 데이트비용 등 이대목에서는

정말 여자들의 의식에 더 문제가 많다고 느껴진다.

여성 문제의 가장 큰 키를 쥐고 있는 것이 여성이라고 평소에 느껴왔는데

이십대의 생각없는 그녀들의 실태를 보자면 정말 한숨이 많이 나온다.

나도 한때, 이십대에는 정말 그런 생각을 가진 적이 있어서 무척 부끄럽기는 하다.

무엇보다 나의 생각과 주장을 잃어버리고 살았던 그 시절이 정말 한탄스럽고,

이십대를 그렇게 무능히 보내도록 만든 무책임한 학창시절, 대책없는 교육과정 등이 원망스럽다.

 

5부, 여자, 돈의 벌다

셍계부양자 정신을 가지고 사회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공감 이백프로다.

하지만 나도 집단무의식의 영향인지 역할모델의 부재인지

남편이 생계부양자를 하지 않는다면 많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고,

지금도 육아와 가정을 핑계로 성실하지 않는 대목이 있다.

입사 면접에서 커피타는 걸 할 수 있겠냐는 질문이 나온다면,

성차별이 아니고 남녀 모두에게 시키는 일이라면 당연히 열심히 할 거라 답하라는

예는, 다른 문제에서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지혜를 얻은 것 같다.

성차별, 이 민감한 문제를 승화시켜 나가는 게 어떤 것인지 약간 힌트를 얻은 것도 같고..

 

6부, 여자, 결혼하다

이 장의 얘기는 자세하게 쓰면 백과사전 한 질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저자께서 많이 자제하신 것 같다. 주제를 몇 가지만 골랐는데 심히 고민하셨을듯.

불평등한 결혼 준비와 결혼식의 문제는 이후 결혼 생활의 불평등과 갈등을 예고하는 것이다.

나도 좀 더 깨어 있었다면 신부대기실에서 대기하지도 않고, 팔짱도 안끼고 나오고,

뭔가 내 의지대로 많이 해봤을텐데...

 

7부, 여자, 아줌마되다

아줌마에 대한 논란은 얼마나 많은지, 제3의 성이라는 등, 제1의 성이었던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는

왜 이렇게 먼지. 하지만 결론은 아줌마의 저력과 여성의 대안적 실천으로 변화하는 세상 꿈꾸기다.

 

일단 여자라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나고 사는 여자라만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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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에서 휴먼으로 - '잘' 나이 들기 위해 알아야 할 휴먼 12계명
김흥숙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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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를 지나다가나 '우먼'이란 단어가 직감적으로 나를 잡아끄는 것을 느껴 꺼내 들었는데 서해문집에서 발행한 책이다. 서해문집에서 나온 책 중에서 좋아하고 신뢰하는 것들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바로 펴서 읽기 시작했다.

 

저자인 김흥숙 님은 지금은 나이 지긋한 언론인으로, 코리아타임즈, 연합통신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고, 퇴사 후 칼럼리스트, 번역가, 작가로서 활동하며 재능을 통해 사회의 목탁 언론인의 역할을 올곧게 해 나가고 계신 분이다. 블로그 http://www.kimheungsook.com/ 도 운영하시길래 들어가봤더니 과연 분명하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계신다. 한겨레 김선주 님이나 CBS 유인경 기자 같은 분을 연상시키는 시대의 촛불 한 자루 같다.

 
책은 중년, 그러니까 40대 전후에서 60대 정도의 여성을 타깃 독자로 쓴 책이다. 여성의 역할이 가정 안에서만 규정되는 것을 전제로 키워졌던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 보부아르가 말한 ‘제2의 성’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이런 사람들에게 성 역할의 경계를 넘어 ‘제3의 성’인 진정한 휴먼으로 살아가길 권하는 글이다. 성 역할의 구분을 철폐할 것은 남성들에게 하는 말들이 대부분이지만 저자가 예리하게 지적하는 대로 여성 안에서부터 그 장벽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나야 미국판 강경 페미니스트라 이런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아도 될만큼 진작에 성 역할의 구분은 간단히 뛰어 넘은지 오래이지만 다른 여성들의 각성 수준, 즉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려웠는데 이분의 조언을 찬찬히 읽어보자니 아직도 우먼과 맨의 범주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다소 이해도 되고 우리 사회의 여러 요소들이 어떻게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되었다.

 
보부아르와 버지니아 울프가 일깨워 준 깨달음에서 시작하여 외모지상주의와 자본주의의 세례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길, 결혼과 비혼에 대한 진솔한 나눔,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얼마나 조심스러워야 하는 일인지 이야기를 나눠 주신다. 결국은 인생의 모든 맥락에서 우먼에 갇히지 말고 휴먼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 자유로운 인생을 후회없이 살 수 있는 길임을 아름답고 잔잔한 필체로 전하고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나처럼 늘 전투적인 모드로 이야기하지 않고 이렇게 한적한 공원에서 찬찬히 대화를 나누듯이 풀어주시는 것 같아 와닿는 내용이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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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9

예나 지금이나 아이 같은 저는 종이와 펜을 들고 그-글로리아 스타이넘-에게 가서 사인을 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저는 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인을 받아 보았지만, 사인을 해달라는 제게 그때 그처럼 반응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는 “나도 너의 사인을 받고 싶은데… 내겐 종이가 없네.”라고 했으니까요. 저는 지금도 그가 해 준 사인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p.33

권교수–명지대 권인숙 교수-는 조 변호사–조영래 변호사-가 “실용적이고 가장 타당한 도덕적 기준 외에 허영심이나 명예욕, 고정관념에서 빚어지는 군더더기들은 단칼에 잘라내는 분”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그래서 고민을 이야기하거나 어떤 의견을 주장하면 그 고민이나 주장 속에 담겨 있는 편견이나 고정관념 등의 허점을 정확하게 짚어 내 주셨고, 가장 상식적 기준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하셨다” (권인숙, 《선택》, 웅진닷컴, 2002, 재인용)

 
p.54

제도화된 종교란 삶에 대한 질문에 대해 남들이 마련해서 계승해 온 해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사유 능력을 잃어버린 상대평가의 고수들은 수학 공식을 받아들이듯 의문 없이 종교를 받아들입니다.

 
p. 63

사실 우리나라처럼 사람의 외모를 중시하는 나라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예전에 인물을 선택할 때 보던 네 가지 조건 ‘신언서판(身言書判)’에도 외모를 뜻하는 신수가 들어 있고, “고사상에 놓는 돼지도 얼굴 보고 잡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p.94

결혼한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결혼과 인격, 혹은 결혼과 행복 사이엔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습니다.

 
p.105

20세기 초 천재 작가 이상이 소설 《실화失花》에 “비밀이 없다는 것은 재산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라고 썼듯이, 관계의 유지∙발전을 위해서 얼마간의 비밀은 꼭 필요합니다. 부부 사이에서조차.

 
p.110

전쟁터에서 피는 꽃처럼 아이들이 태어났습니다.

 
p.124

(대학 졸업 후 12년간 신문사 기자로 일하던 중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 한 후..) 하는 수 없이 제가 왜 그만두는지 털어놓았습니다. 그건 제가 ‘좋은 기자’가 되느라 바빠 ‘좋은 사람’이 되는 일을 문득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자 노릇 12년이 되어 가던 어느 날 문득, 기자로선 유능한 기자가 되었지만 사람으로선 제가 원치 않는 사람이 되었음을 깨달은 것이지요. 일 잘한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 바람이 들어 기사 못 쓰는 동료들을 우습게 여겼고, 기자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며 대접을 받다 보니 저도 모르게 얼굴과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남들이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에 현혹되어 제가 정말 잘난 줄 알고, 제 직함에 대한 대접을 제 인격에 대한 대접으로 착각했던 것입니다. 그때 처음으로 칭찬이 사람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p.147

일본에선 은퇴한 후 아내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남편을 ‘소다이고미そだいでみ’ 또는 ‘누레오치바めれおちば’라고 부르는데, ‘소다이고미’는 동사무소에 친고를 하고 버려야 하는 냉장고나 소파 같은 대형 폐기물을 뜻합니다. ‘누레오치바’는 ‘젖은 낙엽’이라는 뜻으로, 줄곧 아내를 따라다니는 남편이 신발 바닥에 붙은 ‘젖은 낙엽’ 같다고 해서 이런 표현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p.158

인간의 역사는 고통을 위대함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역사입니다. 그 사람들에게 고통스러운 나날이 없었다면 자신 속의 위대함을 끌어내어 역사에 기록하지 못했을지 모릅니다. 그런 면에서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는’ 것은 자신 속 위대함을 발견하는 데 장애가 되는 일이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당사자나 주변인들은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하겠지만요. 안락이 낭비와 태만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어두운 인생에도 무수한 반짝임이 있습니다. 아무리 큰 고통도 ‘더 나쁠 수 있었다’고 깨닫는 순간 견딜 만한 것이 되고 행복의 실마리가 됩니다.

 
p.161

자유로운 사람은 밥을 혼자 먹든 여럿이 먹든, 보석이나 명품이 있든 없든 행복합니다. 영영 마르지 않는 시내 하나를 알고 있는 사막의 낙타처럼 말입니다.

 
p.175

사회적 존재로서 남자와 여자가, 또 너와 내가 평등하다고 해서 내 인생이 가치 있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가진 시간과 재능을 원하는 곳에 자유롭게 쏟아 부어 공동선에 기여할 때 내 인생은 비로소 가치 있는 것이 됩니다. 자유는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우리가 ‘제1의 성’과 ‘제2의 성’을 벗어나 ‘제3의 성’으로 자신을 키워야 하는 이유는 바로 좀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되기 위해서입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자유는 법과 제도를 통해 보장되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자유를 누리는 건 개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p.191

영국 속담엔 “걱정이란 흔들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다. 흔들의자는 당신을 움직이게 하지만 그 움직임으로는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다.”는 말이 있고, 터키엔 “나무를 파괴하는 것은 벌레들, 사람을 파괴하는 건 걱정”이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p.203

저 자신은 죽음을 출산과 비슷하게 생각합니다. 스물일곱 살에 아기를 낳을 날이 다가올 때 두려운 마음이 들면, ‘인류가 존재하기 시작한 이래 낳아 오지 않았는가?’ 생각하면 두렵지 않았습니다.

 
p.210

지금 우리 사회가 성 에너지와 남성적∙여성적 가치에 탐닉하고 집착하며 인간적 추구를 게을리 하게 된 것은 죽음을 잊게 하는 생활과 환경의 탓이 큽니다. 무덤이 있는 마을의 사람들은 적어도 가끔은 죽음을 생각합니다. 가끔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은 큰 욕심을 부리거나 악행을 저지르지 않습니다. 타인의 죽음은 나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 죽음을 한 번 생각할 때마다 나를 맑히니까요.

 
p.217

<개그콘서트> 중 ‘남보원’의 남성 출연자들의 구호를 보면 ‘요즘 젊은 여성들’의 모순적 태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애프터는 필요없다! 계산서나 들고 가라!

들고 가라 들고 가라! 카운터는 왼쪽이다!

네 잘못엔 울면 되고! 내 잘못엔 뺨 때리냐!

울면 되냐 울면 되냐! 연기자로 데뷔해라!

네가 울면 천상 여자! 내가 울면 찌질이냐!

애교 떤다 치지 말라! 네 주먹에 눈물 난다!

벗어 달라 강요 말라! 가을밤엔 나도 춥다!

나도 안에 반팔이다! 체지방은 네가 많다!

이런 여성들,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여성들이 있는 한 진정한 남녀평등은 이루어지기 힘들 겁니다. 어쩌면 보부아르가 《제2의 성》에서 “그러나 남녀가 정말로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법률∙제도∙풍습∙여론, 그리고 사회적 관계를 개선하는 것으로 충분할까?”라고 의문을 제기한 것도 바로 이런 여성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걸 알았기 때문일 겁니다.

 
p.219

1968년 6월 보부아르가 여권 운동을 벌이며 외쳤던 구호를 상기하며 (우먼에서)‘휴먼’으로 진입하기를 바랍니다.

“바로 오늘, 생활을 고치자, 미래에 맡기지 말고, 기다리지 말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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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경과 앨리스의 神나는 연애 - 여성들의 영혼을 치유해줄 열두 개의 대답
현경, 앨리스 워커 지음 / 마음산책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유니언 신학교 교수 현경과 미국 작가 앨리스 워커가 각각 열두 개의 질문에 대한 답으로 쓴 시와 산문을 엮은 열두 꼭지의 이야기로 되어 있는 책이다. 현경은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였다가 유니언 신학교의 아시아 여성 최초의 종신 교수로 임명되어 유명해진 페미니스트 신학자이고, 앨리스 워커는《컬러 퍼플》로 유명해진 미국의 흑인 여성 작가로 백인 중심의 페미니스트에 대항하는 개념인 우머니스트를 개념화한 인물이다. 두 뛰어난 여성의 대담 형식의 글은 이미 조금은 깨였다고 생각하는 내가 아직도 얼마나 무지와 억압 가운데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있다.

 

첫번째,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현경은 종종 자신의 저서에서 자신을 '비전향 장기수 이성애자'라고 표현한다. 페미니스트이고 가부장제의 남자들에 대해 환멸을 느낄 정도이지만 평생에 걸쳐 남자와 이상적인 사랑을 나눌 것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끝없는 시도와 실망 가운데 남자들과 '영혼의 친구'가 될 수 없다는 여자들의 마음,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남자는 제껴두고 여자들끼리 진지한 관계를 맺고 지내겠다는 여자들의 마음을 그녀도 물론 절대적으로 이해를 한다. 하지만 그녀는 가부장제가 인류에 미친 상처는 여자와 남자가 공히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가부장제에 의한 상처는 남자에게는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고 자기 감정으로부터의 소외라는 현상으로 나타났고, 여자에게는 심리적 자기 증오와 사회적 불평등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 간의 이해, 용서, 사랑이 요구되기 때문에 남성과 여성 사이의 진정한 평등,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사랑은 가부장제의 상처를 치유하고 다 같이 해방된 온전한 인격과 사랑에 도달할 수 있는 영혼의 진보라는 것이다. 앨리스 워커는 동성애와 이성애를 모두 겪어본 경험을 근거로 남자, 여자를 구분짓지 않는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사랑의 가치를 설파한다. 남자, 여자이기 이전에 모두 인간이라는 것이고 남자도 여자도 모두 사랑하고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건데 동성애와 이성애를 모두 겪어 보았다는 흔치 않은 고백에서 온 통찰이라 선뜻 공감이 가기는 어려운 면이 있었다.

 

두번째,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로 살아가려 하는가?

여성으로 하여금 인간 본연의 삷을 누리게 만든 것, 가부장제의 억압에 대해 굴하지 않고 진실을 밝혀 이겨내도록 만든 것,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듯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성을 키워낸 것은 모무 페미니스트들이 이뤄낸 것들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로 커밍아웃을 하면 기가 쎄고, 자기 주장이 강하고, 너무 드센 취급을 받으며 일종의 박해와 시선을 받기 일쑤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당연히 누리는 것에 대해 페미니스트에 모두 감사해야 하고 다시 태어나도 후회없이 페미니스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세번째. '한국남자' 알레르기 치료법은?

나와 같은 용어 '한국남자'를 쓰는 드문 사람을 만났다. 현경은 이 알레르기를 치료하기 위해 학문을 했고 유학을 했다. 그리고 주체자로서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살아왔다. 미학적 거리의 부재, 숨막히는 삶의 관습과 조건에 저항하여 그녀는 어머니로부터 특별한 가르침을 받아 자신을 끊임없이 떠나며 희생자가 아닌 행위자 agent로서 살아가기를 권유한다. 이세상에 떠나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든 '마음'으로부터는 다 떠날 수 있다. 우리를 억압하는 것에서부터 마음으로 생각으로 행동으로 떠나기 시작하여 자신을 피해자로 생각하여 삶의 출구를 잃어버리지 않고 내 안에 바꿀 힘을 가진 행위자로 생각하면 출구가 보인다고 한다. 모든 여성이 떠나고 싶을 때 떠날 수 있는 힘, 용기, 자유의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바로 한국남자에 지배당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이라 권한다. 그럼으로 인해 한국남자를 넘어선 인류와의 사랑을 찾을 수 있다고.

 

네번째, 진짜 사랑은 가능한 것일까?

이 질문의 의미는 현실에서 진짜 사랑이 가능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여성들은 가부장제 문화로부터 사랑을 받아야 가치있다고 여겨지고 믿도록 키워진다. 진짜 사랑을 운운하는 현실의 이면에는 이런 가부장제의 허구적 가르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 누구나 자아를 인식하고 내가 받고 싶은 사랑을 꿈꾸는 대신에 남자들이 그러하듯 자아의 힘을 믿고 사랑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진정한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산소를 공급받을 때 그 지점에서 허황된 사랑의 망령된 이미지가 산산히 부서지고 참자아가 참사랑을 하게 되는 순간이 오게 될 것이다.

앨리스 워커는 한술 더 뜬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녀 사이의 관계에 한정지우지 말라. 세상에 존재하는 한 모든 관계에서의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의미있는 것인지 말이다.

 

다섯번째, 독신은 결혼의 대안인가?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지 말자. 그냥 외롭자. 외로움은 자신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를 준다. 특별히 자신의 세계를 이해 못할 남자와 결혼해 평생을 더 외롭게 사는 것 보다는 혼자 살며 자기 자신과 삶을 나누는 것이 낫다. 건강하고 즐거운 독신이 되기 위한 조건을 제시한다.

건강하기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해라.

신나는 자기 일을 갖자. 경제적 독립과 기쁨, 세상에 기여할 일을 해라.

친구를 만들자. 친구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간, 정열과 돈을 투자해야 한다.

자기를 행복하게 하는 취미를 갖자.

세상을 향한 봉사를 하며 나를 넘어서는 우리를 만나고 우리는 키우는 노력의 와중에 내가 완성된다.

자연과 가까이 지내며 자연이 주는 사랑을 느끼면 따뜻하게 느껴진다.

명상과 기도를 통해 영혼이 자라게 해라.

위 일곱 가지 삶의 요소를 조화롭게 키워나가면 건강하고 즐겁고 화려한 독신, 아름다운 삶이 태어난다.

 

여섯번째,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는 어디에 있는가?

미국에는 여성들이 만든 대안 공동체가 실제로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개미같이 작은 개인들이 제국의 거대한 피라미드에 구멍을 내어 지배와 복종이라는 피라미드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시도가 존재한다. 녹색 대학, 녹색 가게, 귀농 운동, 살림 공동체 운동, 대안 지역경제 운동, 대안 학교, 대안 문화운동 등이다. 이런 시도는 지금 여기서 유토피아를 살고자 하는 운동이다.

 

일곱번째,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인가?

엄마는 가부장제의 피해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경에게 어머니는 피해자로서 지닌 통찰로 인해 그녀를 풍성하고 얽매이지 않은 삶으로 인도해 줄 수 있었다. 그의 어머니들이 그에게 미친 좋은 기운과 같이 그녀도 다른 여자들에게 좋은 기운이 되어 주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나의 바램도 '엄마처럼 살기는 싫다'는 말이 더이상 이 땅의 많은 딸들에게서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인생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롤모델이 엄마힐텐데 그런 엄마처럼 살기 싫다는 바램이 대부분의 여성들의 바램이었던 걸 생각하면 이런 존재의 부정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여덟번째, '내면의 아름다움'은 추녀의 변명인가?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갖자. 자본주의의 대변인 매체가 선전하는 아름다움 말고 진정한 아름다움을 깨닫자. 생명력, 자신감, 세상을 이해한 도통한 사람이 아름답다. 여신의 자신감과 전사 의식에서 유래한 화장을 하고 생명력, 자신감, 도통한 신비한 이해심을 갖자. 아름다움이란 그림자로 인해 더욱 빛난다. 진흙에서 피어난 연꽃, 오랜 장마 후의 햇빛, 추운 겨울 뒤의 봄...

 

아홉번째, 여성의 독립, 어떻게 이룰까?

여성이 진정한 독립, 홀로이면서 함께하는 interdependence의 독립을 이루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경제적 독립,심리·문화적 독립, 그리고 이것들을 가능하게 하는 영적 독립이다. 남자 종교 지도자를 우르르 따라다니는 여성 신도들이 나처럼 이이의 눈에도 거슬려 보였나보다. 훌륭한 자에게 배우려는 것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바라보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영적으로 독립하도록 종교적 인도가 가능한 곳이 과연 있을까, 어디에 있을까 싶다. 이 대목에 이르면 기독교가 대표적으로 가부장제의 모양을 띤 종교라는 것이 쉽게 동의가 된다. 하나님이 과연 그런 분일까 싶다가도 눈이 교회에 이르르면 고개가 설레 설레 저어진다. 이 사회에서 유교가 아닌 진정한 기독교 교회를 만나는 것, 이 꿈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열번째, 여성의 스트레스, 어떻게 풀까?

인간인 이상, 사회를 이루고 사는 이상 스트레스는 피할 수 없다. 깊고 느리게 숨쉬기를 터득하라고 조언한다. 도가 터야 한다는 소리이다. 여성으로 살아가는 동안 훨씬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기에 이런 경지에 이를 수 있었던 것 같다.

 

열한번째, 아름답고 강한 여신으로 태어나려면?

'남성신을 경배하면서 여성이 온저히 구원되고 치유될 수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대해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여성 신학자들은 모성적 문명의 중심에 있었던 여신에 대해 재론하기 시작했다. 이 시대에 여신의 가치는 여성이 온전한 자신을 꽃비푸는 신화적 상징을 찾음과 동시에 생명과 평화에 근거한 새로운 문명을 꿈꾸는데에 있다. 가부장적 지배와 복종의 문화가 다 죽여놓은 이 세상을 여신에 투영된 가치로 살려놓자는 것이다.《미래에서 온 편지》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열두번째, 지구를 살리는 여성의 힘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그대로 볼 수 있는 지적, 정서적, 영적 힘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자신이 피해자만이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행위자라는 것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다.

 

두고 두고 간직하고 싶은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었다. 책 한권 전체가 모두 다 써놓고 싶을 정도로 명문이었지만 특별히 가슴을 울린 일부만 남겨 놓는다.

 

 

p.85

그 답변을 들으면서 나는 참사랑 true love은 참자아를 알아 채고 키워갈 수 있는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여자들이 괜찮은 남자 만나 편하게 알콩달콩 살기를 꿈꾸기보다 먼저 자기의 참자아를 만나 내가 누군지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를 찾아 '도통'하기를 원한다. 여성들이 모두 도인으로 사는 세상을 꿈꾼다. 참아자를 만나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기 시작할 때, 그리고 우주 전체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음을 느낄 때 여성은 참자아를 만난 다른 사람과의 사랑이 가능해질 것이다. 나는 이 참사랑을 남자하고만 해보려는 이성애의 감옥에 갇혀 많은 세월을 낭비한 것 같다.

 

p.86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책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로맨스는 내가 원하는 사랑의 환상과 꿈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어보려는 것이고, 진짜 사랑은 내 파트너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능력이다. 가장 좋은 참사랑의 길은 나 자신이 내가 사랑하고 싶은 이상형,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데 있다."

나는 이 말을 매일 되새긴다. 나는 내가 결혼하고 싶은 대상이 되고 싶다. 내 사랑의 궤적을 돌이켜봐도 내가 진화된 만큼 진화된 파트너가 내 삶에 나타났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사는 것이 재미있다. 내가 조금씩 진화되어갈 때, 얼마나 아름다운 진화된 사람들이 전세계에서 내게 주파수를 보내 나를 찾아낼 것인가? 나는 그들이 누구일지 궁금하고 그들을 만날 희망에 산다. 도서관에서, 카페에서, 거리에서, 데모 군중 속에서, 명상센터에서, 인간과 세상, 지구를 향한 사랑과 지혜를 넓혀가는 그렇나 성숙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은 보물찾기보다 더 재미있다.

 

p.103

이제는 외로움이 찾아와도 두렵지 않다. 먼 길 걸어 내게 온 친구처럼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그리고 그냥 같이 있는다. 그 친구의 행동, 말, 느낌을 잘 관찰하면서, 이번엔 어떤 선물을 가져왔나 바라본다. 외로움은 내게 자신을 깊이 들여다볼 기회를 준다.

나는 '초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이 좋다'는 말에 동의한다. 외로운 자유를 피해 구속하는 사랑 속으로 들어가면 더 큰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다. 나는 자유로운 사랑이 아니면 할 생각이 없다.

 

p.104

남자들은 외국 유학에서 돌아오면 여자들이 줄을 서는데, 여자는 외국 유학을 마치면 아무도 그와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아 한다. 그래서 외롭게 사는 여성들도 많이 보았고, 그 외로움을 감당하지 못해 자신의 세계를 이해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 후 괴로움을 겪는 여성들도 많이 보았다. 자신의 세계를 이해 못하는 파트너와 삶을 나누는 것은 혼자 살며 자기 자신과 삶을 나누는 것보다 훨씬 더 외로운 일이다.

 

p.106

친구가 가르쳐준 잠언 중 이런 말이 있다. "키 큰 나무숲을 지나니 내 키가 더 커졌다. 깊은 강물을 건너니 내 혼이 깊어졌다." 이런 모습이 우리가 바라는 멋진 독신의 삶이 아닐까?

 

p.123

지금 이 세계를 먹어가고 있는 제국의 힘에 대항하여, 또 어머니 지구를 죽여가고 있는 브레이크 고장난 자본주의와 맞서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차에서 내리는 것이다. 그러니 혁명의 그날, 후천 개벽의 그날, 예쑤 재림의 그날, 미륵불이 몰고 오는 서방정토의 그날을 기다리지 말고 지금 여기서 우리가 꿈꾸는 것을 그냥 살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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