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틸다 O.S.T.
팀 민친 작곡 / 유니버설(Universal)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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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로알드 달_Roald Dahl을 알까?

백년쯤 전 영국에서 태어난 작가 로알드 달이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부조리한 어른들의 세상을 그려 전세계에 많은 어린이팬을 거느렸다는 사실을 알까?

뮤지컬 마틸다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이 사람들은 로알드 달의 책이나 그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을까?

 

지난 연말 강남의 한 대형 공연장에서 뮤지컬 <마틸다>를 봤다.

우리 가족 중 한 사람이 로알드 달의 팬이고 작년에 영화 마틸다를 재미있게 여러 번 봤는데 마침 여름에 우연히 길거리에 걸려 있는 뮤지컬 마틸다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책과 영화로 본 작품을 뮤지컬로 만난다면 어떨까하는 기대로 거금의 티켓을 구매했다. 티켓을 두달쯤 전에 예매했는데 놀랍게도 많은 자리가 이미 팔렸었다. 당시에 티켓이 오픈되어 있던 1월까지도 많은 자리가 팔린걸 보고 약간 놀랐었다.

 

공연은 런던의 오리지널 버전을 대부분 그대로 살린 것으로 보인다. 책이나 영화에 없던 이야기들이 약간 들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런던의 오리지널 뮤지컬에도 있던 내용이고 무대나 안무, 각색 내용을 대부분 그대로 살린 것 같았다. 인상깊었던 무대장치, 안무 등이 모두 런던 오러지널 버전에서도 이야기되는 것들이었다.

가족뮤지컬이라는 장르답게 볼거리는 많았다. 어린이들의 깜찍한 춤과 노래, 학교를 배경으로 한 노랫말과 안무, 폭넓은 연령대에서 즐겁게 느낄만한 것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에 마틸다 같은 가족뮤지컬 장르는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럴만하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보다는 그렇지 않은 관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감동도 있었지만 솔직히 아쉬움을 먼저 말하게 된다.

8세 이상부터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고, 공연 시작 전 안내 방송에서도 어린이 관객이 주위를 소란스럽게 하지 않도록 주의를 부탁드린다는 공지가 꽤 길게 방송되었다.

맙소사! 이건 주인공인 5살 마틸다가 학교에 다니게 될 무렵의 이야기이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이 등장하는데 8세 이상 관람가라니.

로알드 달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까? 8살이라고 해도 관람 중인 다른 관객을 방해하면 어떤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는 이런 안내방송을 듣게 된다면 어떘을까?

로알드 달의 작품세계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부조리한 어른들이 만든 작당에 가까운게 아닌가. 어린이 관객에게만 특별히 주의를 부탁드리는 이 장면부터 뮤지컬의 일부라고 보아도 될 것 같다. 평일 공연이 무려 8시에 시작해서 11시가 다 되어 끝난다는 점도 어린이를 배제한 기획이라는 의심에 확신이 가게 했다.

영국, 미국 등에서는 가족뮤지컬이라 하여 아이들이 부모를 졸라 가족단위로 관람하는 공연이라는데 우리나라는 8세 이상의 점잖은 어린이들만 관람할 수 있고 티켓 가격도 가족 단위로 3, 4명이 보기에는 무척 비쌌다. 아시아권인지 비영어권인지 최초 공연이라는데, 암튼 아쉬운 점이 많았다. 마틸다의 대사처럼 That's not right!가 절로 나왔다. 과연 어른들의 세상은 부조리와 불합리 사이의 어딘가인가 보다.

 

그러나 지금은 날마다 마틸다의 OST를 틀어놓고 지낸다. When i grow up을 들으며 어린시절에 내가 어른들을 보며 했던 생각을 떠올려보려고 한다지금 나의 아이가 누리는 환경과 내가 어렸을 때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내 아이를 보면 나의 어린시절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냥 내 기억속을 더듬어 어린 시절 살았던 집과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 학교, 친구들을 떠올려 본다. 그 때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았는지, 어른들의 세상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조심스럽게 더듬어 본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과거로 잠시 다녀갔다 온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아마 내 아이가 봤을 때 부조리한 어른 중 한 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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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O.S.T.
여러 아티스트 (Various Artists) 노래 / 유니버설(Universal)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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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태어나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유럽에서 유명한 테너가 된 오페라 가수가 있다. 유럽의 각종 콩쿨과 플라시도 도밍코 주최 콩쿨에서 입상을 하며 '100년에 한번 나오는 목소리'로 찬사를 받았다.

 

2004년부터 독일 오페라단에서 활동하던 중 갑작스런 갑상선암 선고로 무대에서 내려오게 된다. 암수술을 하는 과정에서 성대가 마비되어 정상적인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부인과 일본인 매니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일본의 성대수술 권위자에게서 수술을 받고 성대를 회복하게 된다. 재기를 앞두고 연습하던 중 암수술 과정에서 횡경막 신경이 손상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본에서 재기 공연을 앞두고 알게 된 이 사실에 다시 한번 절망하지만 무대와 노래를 향한 열정과 가족, 팬들의 응원 덕에 다시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다.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의 실제 주인공 배재철의 이야기이다.

뛰어난 예술가의 운명적 좌절과 재기를 다룬 소설인가보다 했는데 실제 테너이고 지금도 활동하는 배재철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성대 수술 과정 장면도 영화는 실제와 매우 비슷하게 그려냈다. 부인의 직업이 실제로는 간호사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배재철과 같이 성악을 공부했던 사람으로 나오는 건 좀 다르다.

 

운명같은 큰 아픔에도, 절망하지 않고 길을 찾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타고난 천재라고 해도 질병 앞에 무력한 인간이고 충분히 좌절할 수 있을만한 상황에서 새로운 꿈을 품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텐데 말이다. 노래로 성공과 희열을 맛보았고 오페라 무대의 큰 매력을 느꼈기에 그 경험이 어느정도 원동력이 되었을 것 같다. 그리고 성대수술과정에서 부르는 노래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를 보아 독실한 신앙심도 큰 힘이 되었을거라 생각한다.

 

목소리를 잃고 그도 처음에는 원망을 한다. '재능을 주셨으면 지킬 수 있게 해 주어야지..."라고 말이다. 그러나 특별한 아픔을 기회로 삼아 한층 깊고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의지와 노력과 상관없는 예기치 않은 아픔이 찾아오지만 원망과 타락의 기회로 삼느냐 성숙의 기회로 삼느냐는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이렇게 결말을 아는 이야기는, 말하기가 쉽다. '절망적인 아픔을 겪었지만 불굴의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하였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의 인생 이야기는 아직 진행중인, 결말을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서 어떻게 될까, 좋은 열매를 거두고 그동안의 수고가 헛되지 않았다며 보람을 느낄 순간이 과연 올까......

 

이런 보장이 있다면 앞뒤 안가리고 이 일에 매진할 수 있을텐데, 결말을 알 수 없는 이야기 중간에서 나는 늘 머뭇거리고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다. 희망이 보일 것 같다가도, 그렇게 쉬운 일이 있을리가.. 하며 언제고 도망갈듯이 한쪽 발만 살짝 당그고 있는 모양새다.

배재철도 이렇게 기쁘고 감격적인 순간이 다시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거다. 나의 길 끝에도 기쁘고 뿌듯한 순간이 언젠가 있으리라 믿음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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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치킨 - 까칠한 아티스트의 황당 자살기
마르잔 사트라피 지음, 박언주 옮김 / 휴머니스트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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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글은 영화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을 보고 쓴 글이다.

 상품을 선택해야만 글이 써 져서 어쩔 수 없이 원작 그래픽 노블을 걸고 쓴다.)

 

 

우연히 TV에서 영화를 찾다가 제목을 보고,,, 언젠가 기억에 잠시 넣어두었던 영화였던 것으로 나중에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이 났다. 시놉시스를 보니 바이올리니스트의 이야기인 것 같아 구매를 하고 보니,,, 페르세폴리스의 그 '마르잔 사트라피'가 제작한 작품이 아니던가. 역시 제목과 배우 이름이 나오는 초반 화면부터 음악과 화면 색감이 예사롭지 않다. 우연히 고른 것 치곤 너무 운이 좋았다.

 

배경은 이란. 바이올리니스트인 나세르 알리의 바이올린은 부인과의 다툼 끝에 부서져 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마음에 들법한 악기를 새로 사지만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나세르 알리는 마음에 드는 악기를 구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일주일 뒤 자살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결심 하루째, 이틀째, 삼일째, ... 이렇게 하루하루의 에피소드가 그려진다. 그리고 영화의 처음 장면-주인공의 장례식 장면-처럼 일주일 뒤 자살을 감행한다. 일주일 동안 가족들이 차례 차례 자살을 만류하고,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모습을 회상하고, 저승사자를 만나는 장면까지 자살에 이르는 하루하루는 심각하지 않고 극적이고 심지어는 코믹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일주일이 거의 되었을 즈음엔 첫사랑 ‘이란’과의 회상이 등장한다.

 

이란과는 그녀 아버지의 반대로 헤어졌지만 나세르 알리는 그 아픔을 승화시켜 뛰어난 예술가가 되었다. 그리고 원치 않는 결혼 생활에서 사랑을 느끼지 못한 채 살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바이올린을 새로 구입하려 오가는 길에서 이란을 우연히 마주친다. 그러나 이란은 의도적으로 주인공을 모른체 하고, 주인공은 이에 극단적 슬픔과 절망을 겪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바이올린을 구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절망, 그리고 마음 한 구석에 숨겨둔 사랑인 이란에 대한 절망이 뒤엉켜 생에 의지를 찾지 못하고 삶을 스스로 마감하기로 한 것이다.

 

나세르 알리의 삶을 지탱하는 것은 바이올린이었다. 스승으로부터 받은 그 바이올린에는 첫사랑에 대한 애절함이 들어 있었다. 예술혼을 지탱해주던 바이올린이 부서지고, 우연히 마주친 이란마져 그렇게 헤어져버리자 나세르 알리는 삶을 지속할 수 없었고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이란의 거리와 배우들의 모습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래픽 노블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감각으로 인해 영화는 한 장 한 장 그림을 보듯 아름답고 극적으로 펼쳐진다. 이란 배우들의 풍부하고 새로운 표정과 모습들도 아름답다. 할머니가 되었으나 여전히 우아하고 첫사랑을 마주치고도 모른체 하며 혼자 슬픔을 터뜨리는 ‘이란’의 모습처럼 영화의 배경이 신비롭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이 그렇게 바이올린과 사랑에 모든 걸 걸만큼 단조롭고 홀연히 벗어버릴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이건 아름다운 영화이며 소설인 것 같다. 지상의 예술가들은 예술 외에도 삶이 얽매여 있는 것이 많다. 나는 예술가가 아니라서 더 이상은 모르겠지만 예술에 자신을 몰입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술가가 부럽다. 물론 예술을 예술로서 지키기 위한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짧은 인생을 긴 예술에 잇대어 살 수 있는 건 어쨌든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의 원작은 마르잔 사트라피의 그래픽 노블 ‘자두치킨’이라고 한다. 주인공의 부인이 주인공에 대한 애정을 표현할 때 만들었던 음식이고 자두치킨에 대한 주인공의 칭찬은 그녀에게 사랑을 의미했었다고 한다. 그래픽노블에 비해 자두치킨의 상징이 약화되었으므로 영화 제목이 ‘어느 예술가의 마지막 일주일’이 되었는지 싶다. 원작도 꼭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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