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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만드는 글자, 코딩 - 창의와 소통을 위한 코딩 인문학
박준석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3월
평점 :
오래 전에 프로그래밍을 배웠던 덕분에 나는 컴퓨터 기반의 요즘 세상을 살아가는 데 큰 불편을 겪지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인간과는 다른 기계를 대하는 데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그때 컴퓨터와 프로그래밍을 배웠던 게 두고 두고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어떤 컴퓨터 능력 테스트에서 1급을 받기도 했는데, 이건 그 시험을 대비해서 특별히 공부를 한다고 단기간에 오르기 어려운 경지였기 때문에 1급은 쉽지 않은 대상이기도 했다. 여튼 교육과정에서도 코딩을 포함한다 하고 앞으로의 세상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 지 궁금해서 읽어 보게 되었다.
코딩이 단지 프로그램을 만드는 언어의 개념을 넘어 모든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고 그 하드웨어라는게 그동안의 컴퓨터 주변기기의 개념을 넘어서 모든 사물이 될 수 있다는 식으로 사고의 확장에 도움이 되었다. 망치질 하는 인간 대신 코딩하는 인간과 망치질하는 기계의 조합이 정말 멀지 않게 느껴진다.
DNA판독으로 인해 생물체도 코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도 새로운 깨달음이었다. 알고보니 조물주도 인간과 생물체, 생태계를 코딩한 것이었고 이제 우리는 문명 세계를 코딩으로 설계해 나간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좀더 비약하면 세계는 바벨탑 이후 코딩 언어로 하나가 되고 코딩 언어를 둘러싼 헤게모니로 세계는 하나의 국가가 되거나 기술산업의 자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지금 개인의 삶을 구성하는데 한국이냐, 미국이냐 말레이시아냐 같은 국가적 정체성이 규정하는 것보다 앞으로는 구글, 아마존이냐 삼성이냐 등 어느 기술 기반의 사회에 살아가느냐가 훨씬 더 개인의 삶에 영향을 줄 것 같다.
44쪽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1960년대 후반입니다. 그 전까지 코딩은 대학에서 가르칠 필요가 있는 '학문'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즉 코딩은 대학에서 배워야 할 정식 학문이 아니아 현장에서 배우는 실전 기술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960년대까지는 대부분 프로그래머가 여성이었습니다. 최초의 프로그래머하고 불리는 에이다 러브레이스도 여성이었고 최초의 컴파일러를 개발한 그레이스 호퍼도 여성이었습니다. 코딩의 본질이 글쓰기이다 보니 자연스레 하드웨어 개발은 남성이, 소프트웨어 개발은 여성이 담당한거죠.
189쪽
이 테스트에선 질문자가 커튼 너머의 컴퓨터와 인간에게 질문을 하고 컴퓨터와 인간은 답변을 합니다. 컴퓨터가 내놓은 답변과 인간이 내놓은 답변 중 어느 것이 인간의 것인지 구별할 수 없다면 그 컴퓨터는 이 테스트를 통과한 것입니다. (이미테이션 게임에 관한 설명)
226쪽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진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사람의 DNA 안에 있는 30억개의 글자를 해독하는 것(소스코드를 읽어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모든 해독을 마친 지금,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해내는 것, 즉 소스코드를 편집하거나 작성하는 것을 목표로 2016년부터 '제2차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3982쪽
산업혁명 시대를 지나 정보 통신 시대에 접어들면서 코딩이 망치질을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즉, 무언가를 만들어내기 위해 땀흘려 일하던 육체적 노동이 글쓰기 노동으로 바뀐 것입니다. 인류는 코딩을 통해 자신이 말로 창조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슴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게다가 코딩은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닙니다. 수많은 인부가 모여 도시를 건설하듯이 수많은 프로그래머가 모여 1권의 책을 함께 써내려갑니다.
384쪽
신공지능이 원자로 만들어졌다면 인공지능은 비트로 만들어졌습니다. 사람은 이 인공지능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통해 인간의 의식이나 영혼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이 코딩한 것 외에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도 코딩된 것입니다.
인간이 디지털 코드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DNA의 발견으로 인해 명백히 밝혀졌습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도 코딩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물리학이 우주가 수학의 언어로 쓰여있음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가 코딩되었다는 것은 우주가 수학의 언어로 쓰였다는 것을 현대적으로 바꿔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386쪽
이 책의 핵심키워드를 꼽으라면 단연코 '언어'일 것입니다. 지능을 가진 존재한 결국 언어를 구사할 줄 하는 존재를 말합니다. 그래서 앨런 튜링도 인공지능이 마지막으로 통과해햐 할 관문을 '언어'로 설정했습니다. 동물은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로 취급받고 인공지능 역시 사람처럼 말을 못하기 때문에 기계로 취급받습니다. 인간의 언어 능력은 글자를 기록하는 능력을 탄생시켰고 글을 쓰는 능력은 코딩 능력을 탄생시켰습니다. 글쓰기 능력이 코딩 능력으로 발현되기까지는 무려 5000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코딩의 역사는 불과 100여년에 불과하지만 이 능력을 갖춘 후부터 인류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바벨탑 사건으로 흩어졌던 인간의 언어가 프로그래밍 언어를 중심으로 다시 모이고 있습니다. 코딩은 언어를 구사하는 지능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극대치를 보여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