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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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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좀 더 깊이 이해하기 원하고 소설을 평생 벗 삼을 것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다. 특히 아래에 소개하는 소설의 네 가지 분석틀이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소설을 읽을 때 염두에 두면 좋을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기를 바래본다.

 

 

p16

오카노야 가즈오는 자신의 저서 <새의 노래에서 인간의 언어로>에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니콜라스 틴베르헌이 동물행동학의 기본으로 제시한 네 가지 질문이라는 것을 소개했다. 동물의 행동에 관한 다음 네 가지 사항이다.

1-메커니즘 2-발달 3-기능 4-진화

틴베르헌의 네 가지 질문이 실은 소설을 읽을 때의 접근법으로서도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p18~

소설의 메커니즘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아마도 가장 마니아다운 독서법일 것이다. 작가 편에 서는 독서법이라고 무방하다. ...... 작가는 그러한 요소를 다양하게 구사하면서 독자에게 하나의 세계를 제공하려고 한다. 이 소설은 왜 이렇게 재미있지? 이 소설은 왜 이렇게 뭐가 뭔지 모르겠지? ...... 소설도 그것을 움직이게 하는 구조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해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 ‘발달이라는 것은 한 작가의 인생에서 어떤 타이밍에 그 작품이 나왔는가 하는 점을 생각해보는 일이다. ...... 한 작품만 읽었을 때는 얼른 다가오지 않던 이야기가 그 전 작품, 그 전전 작품까지 찾아 읽다보면 아하 이 테마가 이런 식으로 발전했구나하고 퍼뜩 이해되는 일이 있다. ...... 한 작가로 좁혀 들어가 그 과정을 더듬어보는 일을 통해 그 작가의 작품을 한 편만 읽었을 때는 놓쳤던 많은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나도 소설을 읽고 나면, 아니 읽기 전과 읽는 중간,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책 뒤쪽이나 날개에 있는 설명을 자주 참고한다. 소설을 다 읽고 작가 연표를 읽는 것도 재미있다. 이 사람이 이 글을 쓸 때는 이 때즘이었는데 나중에 이런 일도 겪고 이렇게 살다가 갔다는(아니면 살고 있는) 걸 알아보는 게 재미있다.

 

 

진화에서는 사회의 역사, 문학의 역사 속에서 그 소설이 어떤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지를 생각해본다. 어떤 소설이든 그 사회와 시대의 분위기에 큰 영향을 받고 나아가 앞서 나온 작품, 동시대의 다른 작가의 작품에도 영향을 받으며 쓰이게 된다.

 

...... ‘기능이라는 것은 한 편의 소설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갖게 되는 의미를 가리킨다. 작가가 인간의 선량함을 전달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때 독자는 거기에 호응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받아들인다. 혹은 자신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설을 써냈다면 독자는 그것을 읽고 조금이나마 작가에 대해 이해한 듯한 마음이 든다. 현대사회의 복잡성을 조명하거나 인간의 심리적 어둠을 추구한다는 것도 모두 한 편의 소설이 작가와 독자 양쪽에 대해 지닌 기능이다. 물론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가 어긋나는 일도 적지 않다.

 

 

소설의 진화기능을 고려할 때 잘 알려진 고전이 지금 재미가 없고 이해나 공감이 안 되는 문제가 설명이 된다. 고전이라 하는 작품들이 대부분 다른 문화권에서 수십년에서 수백년 전에 지어진 작품이니 문화적 차이를 초월하여 만나려면 이런 분석틀의 도움 없이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소설의 발달이나 진화에 대해 잘 알아도 한계는 있다. <데미안>을 읽었을 때의 기억이 난다. 성장소설이니 헤르만헤세의 대표작이니 어떤 수식어와 비평을 읽어봐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무엇보다 전운이 감도는 백 년 전의 유럽 사회를 상상하는 게 잘 되지 않았다. 전쟁의 소문이 무성하고 전쟁이 난다면 곧바로 징집이 되어야 할 청년이 느끼는 불안을 상상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문학이 너무 소수인 것 또한 아쉽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5천년이라 해도 한글이 사용된 게 불과 백 년 남짓이니 얼마나 안타까운 역사인지. 한글 사용에 관한 사실을 찾아보니 훈민정음 반포는 1446년이었는데 한글이 국문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은 게 450년이나 지난 갑오경장(1894-1896) 때이란다. 다시 한 번 안타깝다.

 

 

p66

근대 소설에서는 작가가 등장인물을 묘사할 때 그것이 등장인물의 참모습이었고 독자 또한 작가가 묘사한 대로 받아들이며 읽는 경향이 강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의 드미트리는 이러저러한 인간이라고 묘사되지만, 도스토옙스키라는 괴팍한 작가의 눈에만 그렇게 보였을 뿐, 사실은 전혀 다른 인간일 수도 있다는 등의 의심은 독자의 머릿속에 없었다. 하지만 현대 소설에서는 독자 스스로의 의식을 촉구하면서 그런 차이를 아예 전체조건으로 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현대 문학'이라는 작품에 적응을 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왜 그랬는지 이해하게 만드는 설명이다. 현대에 살고 있지만 근대에 태어나 살았던 사람들에 의해 길러지고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근대의 무언가에 많이 익숙하다. 하지만 읽다 보면 현대 문학의 맛에 좀 더 길들고 그러다가 좀 더 빠져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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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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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책을 잃다가 분인(分人)’에 대한 글을 보고 이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개인은 나누어질 수 없는 하나의 단위가 아니며 상황과 역할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모습이 있는데 이를 분인(分人)이라고 인정하고 자신의 여러 가지 정체성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일본의 젊은 세대를 위한 처방이라 하는데 아래 기사가 이해하는 데 좀 더 도움이 된다. 이 개념은 <나란 무엇인가>에서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작가의 말을 좀 더 듣고 싶어서 이 책을 잃게 되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30129000523&md=20130201004841_AP

 

책을 읽는 방법으로 우선 '슬로 리딩'을 권한다. 많이 읽는 것보다 천천히 의미를 곱씹으며 읽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데 마치 속독법에 반론을 제기하듯 속독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다. 우리 사회에서는 속독을 권하지도 않고 가르치는 기관 같은 게 거의 없는데 일본에서는 그렇지 않은지 속독법을 매우 의식하고 쓴 글 같다. 무엇이든 성급하게 해치우는 것보다 천천히 음미하는 게 좋은 건 당연한 것 아닐까. 하지만 나는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p32

한 달에 책을 백 권 읽었다느니 천 권 읽었다느니 자랑하는 사람들은 라면 가게에서 개최하는 빨리 먹기 대회에서 십 오분 동안 다섯 그릇을 먹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속독가의 지식은 단순한 기름기에 불과하다. 그것은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며, 쓸데없이 머리 회전만 둔하게 하는 군살이다. 결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이 아니다. 그보다는 아주 소량을 먹었어도 자신이 진정으로 맛있다고 생각하는 요리의 맛을 감칠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미식가로 존경받을 것이다.

 

자랑삼아 하는 속독을 경계하는 말로 이해가 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책을 빨리 많이 읽는 사람은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니 조금이라도 빨리 읽게 되고 읽다보면 권 수가 의도치 않게 불어나는 경우가 있다. 작가의 미식가운운하는 문장은 어쩐지 (조심스럽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는 일본인 특유의 정서가 느껴지는 면이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을 좋아하니 많이 읽는 것일테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은 권수 자체를 자랑한다니 쉽게 연결이 되지 않는다. 자랑을 한다면, 다른 건 몰라도 책의 권 수를 자랑하기엔, 너무 어렵지 않은가.

 

오독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글이든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독자가 약간의 착각을 보태어 자신만의 텍스트로 읽을 때 만들어지는 창조적인 오독이 유익하다고 설명한다.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면 책은 이제 작가를 떠나 독자적인 생명력을 갖고 개별 독자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글을 어디선가 인상깊게 읽은 적이 있다. 이렇게 보면 개별 독자에 맞는 고유한 독서를 굳이 '오독'이라고 해야하는지 의문이다. 각자의 독법에 맞게 읽히는 게 책의 본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베껴 쓰기를 비판한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p77

첫째로 이것은 음독과 같아서 베껴 쓰는작업에 집중하게 되는 나머지 내용이나 문장에 대한 이해는 조금도 깊어지지 않는다는 난점이 있다. ...... 또 실제로 해 보면 알겠지만 한 글자, 한 구절, 구두점에 이르기까지 정확하게 베껴 쓰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원본을 자주 확인하게 되고 그러나보면 문장의 흐름이 끊겨버려 정작 중요한 리듬도 전혀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만약 경전 베끼기처럼 일종의 정신안정을 목적으로 한다면 일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책의 내용을 깊이 이해하고 그 문장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천천히 반복하여 묵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책을 읽다보면 매력적인 문체를 가진 작가를 만나기도 하고, 닮고 싶은 생각을 가진 작가를 만날 때도 있다. 그래서 언젠가 필사해 보리라 마음먹은 책들이 있는데 이 작가는 이렇게 필사를 반대하고 있다. 아직 필사를 해 본적은 없으니 하게 되면 이 의견을 경고 삼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은 몇 권의 작품을 예로 들어 소설을 이해하는 다양한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 본문 일부를 인용하여 밑줄을 그어 가면 여기는 이렇고 저렇게 생각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용된 소설을 저작의 맥락에서 이해하는 건 별로 재미없었지만 몇 가지 표현은 인상적이었다. 글에는 화살표가 있는 것 같다. 문장에 있는 작은 화살표, 단락과 글 전체에 나타난 화살표, ......

 

소설을 읽는 이유에 대해 동감한다. 소설은 언제나 나를 예상치 못한 곳으로 데리고 간다. 내용이 어느 정도 알려진 소설도 재미있지만 낯설고 처음 보는 제목의 소설을 읽게 되면 기억이 오래 간다. 나도 이렇게 예고 없이 침입하는 소설이 좋다. 다음 장을 예측할 수 없는 소설은 내일 일을 알 수 없는 인생과 비슷한 면이 있다.

 

p135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단순히 교양이나 오락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겪을 수 있는 경험은 한정되어 있고, 더군다나 극한적인 상황을 경험하는 일은 더욱 드물 것이다. 소설은 그러한 우리의 인생에 예고 없이 침입하는 일종의 이물(異物)이다. 그것을 그냥 배제해버리고 말 것인지 아니면 잘 다듬어서 진짜와 같은 하나의 경험으로 만들 것인지는 독자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 ...... 한 권의 책을 뼛속 깊이까지 완전하게 맛보자.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독자 자신의 창조적인 글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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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만담 - 책에 미친 한 남자의 요절복통 일상 이야기
박균호 지음 / 북바이북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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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카피가 매력적이다.

애서가의 한 사람으로서 잊을 수 없는 한 마디라고 생각한다.

독서만담이라는 제목도 잘 어울린다.

웃기면서도 따뜻하다.

 

 

책에 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좋다. 좋다,라고 할 수 없다. 너무 너무 매력적이다. 누군가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즘엔 책 읽는 사람들도 많지 않아 그럴 사람이 별로 없으니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책을 읽거나, 책에 관한 팟캐스트를 듣는 것으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책을 다루는 팟캐스트가 -그것도 양질의- 많아서 나름 행복하다. 도서관에서 책에 관한 책 -이런걸 메타북이라고 하는 걸 어디서 봤다-이 꼽혀 있는 서가를 지나갈 때면 너무 많은 책들이 나를 유혹한다. 몇년 전 비가 살짝 내리는 여름날 아침, 어느 도서관에 갔는데 에어컨 바람은 시원하고 아직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가한 데다가 마침 전날 무슨 중대한 과제를 마쳐 기분까지 홀가분한 상태로 책에 관한 책들이 있는 서가를 서성이며 엄청나게 짜릿한 기분을 느꼈던 게 아직도 기억난다.

  

 

저자는 책덕후이신 중학교나 고등학교 교사이신 것 같은데 전업 작가만큼 글이 재미있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이런 유머와 위트가 있다면 삶에 좀더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부럽게 느껴졌다. 학교에서 이 선생님을 만나는 학생들은 좋겠다. 그런데 그 유머가 부부싸움과 밥 먹는 문제를 자주 소재로 삼는다. 맞벌이이신걸로 보이는데 -맞벌이가 아니어도 그렇지- 왜 식사를 꼭 아내분에 의지하시는지, 아니면 김밥천국을 간다고 하니, 경상도 남자들은 이렇게 많이 읽고 써도 뭔가 태생적 한계가 있는게 아닌가 싶다. 인간미와 인품, 유머 모든 것이 훌륭한데 이 부분은 아무래도 좀 불편하다. 불과 일년 전에 나온 책인데 뭔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일상의 에피소드를 재치있게 묘사하면서 비슷한 책 이야기를 들고 나오는 방식이 흥미롭다. 그렇게 들고 나오는 책들이 다 읽고 싶다. 덕분에 새로 리스트업해 둔 책들이 많아져 두근두근 기대감이 생긴다. 항상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도서관에 가면 일단 많이 빌려서 그중 몇 권은 못 읽고 또는 반납 기한을 넘겨 -물론 연장까지 하고도 ㅎ- 반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체료를 내면서도 늘 두손 가득 빌려온다. 이렇게 리스트업된 책이 또 많으니 이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나도 동화 중에 비슷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어떤 아이가 타임머신 비슷한 걸 발견해서, 그걸 작동하면 세상이 모두 멈추고, 일시정지처럼, 자신만 그 멈춘 시간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간을 멈춰놓고 한 시간만 놀고, 두 시간만 놀고, 이렇게 조금씩 하다가 점점 시간이 모자라 더 많이 멈추고 혼자 다른 생활을 즐겼는데 나중에는 체력이 딸려서 힘들어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평소에 시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뭐 그런 동화였는데 불행히도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이가 알 것 같아 물어봤는데 답을 해주지 않는다. 요즘 부쩍 틱틱거리는 걸로 봐서 내가 맘에 안들어서일 수도 있고 자기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럴 것 같다. 기억이 나지 않는 책 제목이나 노래 제목... 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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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어느 지하생활자의 행복한 책일기 1
윤성근 지음 / 이매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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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방지기가 몇년 전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을 기억한다. 책을 좋아해서 뒤늦게 헌책방을 시작했고 독서편력이 상당하다는 것 정도가 생각난다. 글쓴이 난에 같이 있던 사진 -약간 독특한 모자를 쓰고 이상한 나라의 OOO 분위기를 내는-도 인상적이었다.

 

잘나가던 IT 엔지니어의 삶을 접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헌책방을 시작했다고 하니 책마니아답게 책에 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펼쳐질 줄 알았다. 그 헌책방 한 구석에서 나도 괜찮은 책 하나 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예상과 달리 앞부분에는 은평씨앗학교와 함께 헌책방의 탄생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있다. 보통 학교에 다니지 않는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같은데 우리나라의 편협한 정규교육에서 품을 수 없는 아이들이니 다양한 개성을 지닌 아이들일 것이다. 역시,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쓰는 사람은 어디선가 좋은 이웃들과 이리 저리 엮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한 모자를 썼던 그 사진만 보면 세상과 소통하기 어려운 지하생활자 덕후가 아닐까 싶었는데 전혀 아니었다. 행사랑 각종 소모임도 무척 많이 하는 것 같다. 개인의 서점 운영자가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될텐데, 아 은평.. 거기랑 협력을 해서인지 넓지 않은 서점 곳곳에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는 걸로 보인다.

 

그 다음에는 기대했던 책 이야기가 나온다. 내가 알고 있던 책도 있고 모르던 책도 있고. 어쨌든 숨어 있던 책 한권을 발굴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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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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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대로, 좋은 내용을 이해가 잘 되도록 쉽게 쓴 책이다. 쉬우면서도 수준이 있다. ‘글쓰기 특강’은 표면적 목적이고, 예시로 인용한 글의 글쓴이를 짚고 넘어가는 것도 혹시나 소기의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ㅎㅎ

내용을 요약해 두고 다시 한번 읽고 싶어서, 길지만 많은 부분을 발췌, 정리해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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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p12 두려움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쓰기에 익숙해지는 것입니다. 자동차 페달과 변속기 손잡이가 그런 것처럼, 자꾸 글을 쓰다보면 그대에게도 컴퓨터 키보드나 볼펜이 손가락처럼 자연스러워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입니다.

 

1 논증의 미학

p19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취향을 두고 논쟁하지 말라> 독일 유학시절 경험했던 간단한 논증을 예로 드는데, 이 정도의 예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을텐데 굳이 독일 유학시절 장학금을 받았던 얘기에서부터 시작해서 여러 나라의 학생들과 세미나를 했다는 등 자랑이 가미된 배경은 꼭 필요하지 않아 보인다.

 

<주장은 반드시 논증하라> 다른 사람의 칼럼이나 논평 방송 진행자의 대사 등이 주제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기가 쓴 글도 아니고 글쓴이의 허락을 받았는지 지면에 밝히지도 않고 이 부분은 어떤 점에서 잘못했나를 파헤치고 있다. 이 책에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글을 이용하여 잘못을 설명한 것을 부적절하다고 평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막상 읽고 나니 읽는 나도 뜨끔하다. 밑줄까지 쳐 가며 따지고 들 때에는 글쓴이의 허락을 받았다거나 뭔가 커멘트가 있어야 읽는 사람이 덜 불편할 것 같다. 아니면 혹시 평소에 작가와 뭔가 틀어진 관계에 있던 사람들이 이 책에 대거 등장하여 욕을 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떻게든 골탕을 먹이고 싶다면 이런 방법을 쓸 수도 있으니까.

p35 논증의 미학이 살아있는 글을 쓰려면 사실과 주장을 구별하고 논증 없는 주장을 배척해야 하며 논리의 오류를 명확하게 지적해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미움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논증의 미학을 애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힘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엄격한 논증을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논증은 평등하고 민주적인 인간관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벌 총수들은 회장님 지시 사항의 문제점을 논증하려는 회사 간부를 좋아하지 않는다. 대통령과 장관들은 정책 방향의 타당성 여부를 논증하려는 공무원을 좋게 보지 않는다. 민주주의 원리를 깊이 인식하고 존중하려는 사람이라야 논증의 미학을 즐길 줄 아는 것이다.

 

<주제에 집중하라>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논리적 맥락에서 벗어나 논점을 흐리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 특히 자신의 감정적 반응이 심할 때 감정까지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논리를 직선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

 

 

2 글쓰기의 철칙

p50 문학 글쓰기는 재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무언가를 지어내는 상상력,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느끼는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훨씬 덜하다. ... 문학 글쓰기는 아무나 할 수 없다. 그러나 논리 글쓰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글쓰기는 기능이다> p59 개인용 소총을 1분 안에 분해 조립하는 일은 누구나 다 한다. 그걸 익히지 못하는 사람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사람에 따라 속도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공작기계를 만들거나 집을 짓는 일도 더 잘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중요한 것은 학습과 훈련과 경험이다. 누구든 노력하고 훈련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해낼 수 있다.

 

<발췌 요약에서 출발하자> p62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책을 많이 읽어도 글을 잘 쓰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많이 읽지 않고도 잘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축구나 수영이 그런 것처럼 글도 근육이 있어야 쓴다. 글쓰기 근육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쓰는 것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그래서 철칙이다.

글쓰기 훈련의 기본기 중 하나가 발췌 요약이다. 발췌 요약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독해력, 문장 구사력, 요약 능력이 좋아진다. 요약을 전제로 읽으면 텍스트 이해도 더 깊이 할 수 있게 된다. 요약을 하면 문장 구사력도 자연스럽게 발전한다.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면 핵심을 잘못 파악하는 오류를 줄일 수도 있고 서로 비판, 격려하며 혼자서보다 많이 성장할 수 있다.

 

<글쓰기의 철칙1-많이 읽고 요약하고> p74 첫째,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그 주제를 다루는 데 꼭 필요한 사실과 정보를 담아야 한다. 셋째, 그 사실과 정보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 넷째, 주제와 정보와 논리를 적절한 어휘와 문장으로 표현해야 한다.

p77 (전우용 선생의 글에 이어) 어떻게 하면 글을 이렇게 쓸 수 있을까? 첫째, 텍스트 독해, 둘쩨, 텍스트 요약, 셋째, 사유와 토론이다.

 

<글쓰기의 철칙2-많이 써야 한다> p82 첫문장을 자신 있게 쓰려면 먼저 글 전체를 대략이라도 구성해야 한다. 그런 구상 없이 첫 문장을 쓰려면 설계도와 조감도 없이 무작정 집 짓기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막막할 수밖에 없다.

글을 많이 써야 한다는 주장을 저자의 경험을 근거로 설명했다. 대학 시절 독재에 항거하던 학회와 세미나 활동에서 읽고 요약하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훈련을 했고 1985년 항소이유서 발표가 본격적인 계기가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그만한 가치가 있었겠지만- 세상에 알려지면서 출소 후 정치 활동에서 글쓰기 전담 요원으로 집중 훈련을 받은 것이 주요했다고 설명했다. 자의 반 타의 반 몸담게 된 글쓰는 직업에서 어디가서 돈을 주고도 받기 어려운 좋은 훈련을 받은 셈이었다. 어느 정도의 재능과 관심이 있다면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에 강제적인 환경이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혹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p91 글은 지식과 철학을 자랑하려고 쓰는 게 아니다.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하려고 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마음에 다가서야 훌륭한 글이다.

p93 글을 썼으면 남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혹평을 받더라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혹평도 반갑게 듣고 즐겨야 한다. 그렇게 해야 글이 는다. 남몰래 쓴 글을 혼자 끌어안고만 있으면 글이 늘 수 없다. ... 댓글을 주의 깊게 읽으면 글솜씨를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3 책 읽기과 글쓰기

 

<독해력> P100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은 독서 뿐이다. 결국 글쓰기의 시작은 독서라는 것이다. 독해력을 글쓰기 뿐만 나이나 모든 지적 활동의 수준을 좌우한다. 눈으로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강연을 들을 때도 핵심을 잘 파악하지 못한다. 독해력을 체력과 비슷하다. ... 독해력이 부족한 사람은 글쓰기만이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요구하는 어떤 과제도 잘해내기 어렵다.

 

<모국어가 중요하다> 인류는 한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공동체에서 생활해왔다. 다중 언어는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생겨난 것이라는 것이다. 모국어라는 소프트웨어가 잘 장착되면 ‘언어’로 하는 활동에 문제가 없다. 저자가 독일에서 석사 학위를 받을 무렵 경제학과 동급생 중 논문 평가에서 최고점을 얻었다고 했는데 독일어 실력은 ‘부러진 언어’ 수준이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언어로서 논리적이고 창의적이며 전제에서 결론으로 가는 추론 과정에서 논리적 결함이 없는 것이지 문장이 매끄러운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교수를 채용할 때 영어 강의 능력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것은 학문을 다루는 교수의 자질과 무관한 것이므로 무척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번역서가 불편한 이유> 이 장의 핵심 내용은 번역은 단순이 단어를 옮기고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데 그치지 말고 원문의 분위기까지 제대로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번역을 잘 하려면 우리말을 잘 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그러나 독재정권 시대에서 뜻있는 출판사가 불온한 <공산당선언>을 어렵게 출판했다고 말하면서, 번역자 강유원 선생이 번역한 공산당 선언의 첫 단락을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언문의 분위기에 맞게 다시 번역하여 둘을 비교해 보라고 하고 있다. 몇십년이 지나고 시대도 안정된 지금 번역한 문장이 더 와닿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번역에 대한 비판 치고는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어 또 역시 마음이 불편한 대목이었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갓 태어난 아기의 뇌가 발달하려면 다양한 건강한 자극이 필요하다. 그래야 신경 세포가 생기고 처리할 능력도 생긴다. 이런 맥락에서 아이가 정확하고 합리적인 언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일상 언어는 한계가 있으므로 동화책을 읽어 주며 다양한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며 말로서 언어 체계를 잡아 나가면 글도 자리를 잡는다. 어느 정도 성장한 후에는 말과 글이 서로 상호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다.

 

<추천도서 목록을 무시하라> p123 시간은 있는 데 다른 할 일이 없늘 때는 무조건 책을 읽었다.

p124 가장 좋은 독서법은 아이들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고정 100선’이니 ‘OO추천 청소년 필독서 50선’이니 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마시라. ... 책을 재미있게 읽을 아이는 거의 없다. 어린이 독서는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독서를 생활 습관으로 만들고 자신이 읽은 것을 활용해 무엇이든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면 된다. 많은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독서 교육의 목표는 아니다. 재미를 붙이기만 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자기 나름의 독서 이력을 만들어간다.

 

 

4 전략적 독서

 

<독해란 무엇인가> 독해는 텍스트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해가며 읽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저자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맥락에서 쓴 글인지도 알아야 한다.

 

<글쓰기에 유익한 독서법> p134 그렇다면 아무 책이나 그저 많이 읽기만 하면 될ᄁᆞ? 그렇다, 무슨 책이든 많이 읽으면 독해력이 좋아진다. 하지만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책을 골라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렇다면 왜 어떤 책은 다른 책보다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유론≫과 ≪코스모스≫> p145 자유론에서 밀은 단 하나의 질문을 다루었다. 어떤 경우에 국가나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 개인의 자유와 관련한 중대한 쟁점을 철학적으로 높은 수준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더 놀라운 점은 그 훌륭한 내용을 사횡 대한 기초 지식과 평범한 수준의 독해력만 있으면 누구나 어려움 없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썼다는 것이다. 밀은 아무리 심오한 철학이라도 지극히 평범한 어휘와 읽기 쉬운 문장에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p149 비록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책은 언론에 하루가 멀하 하고 등장하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과 그것이 야기한 정치적, 윤리적, 사회적 논쟁을 이해하는 데 충분한 기초 지식을 제공한다. 여러 번 읽으면 책이 담고 있는 모든 개념, 어휘, 개념의 상호 관계,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대한 해석, 간결하고 품위 있는 문장을 한꺼번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책 한 권이 때로는 기적이라 해도 좋을 만한 정신적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전략적 도서 목록> ...

 

 

5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못난 글 알아보기>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이 인용되었는데, 불과 작년에 발표된 정부의 담화문이라고 하기엔 내용과 형식 모두 이건 아니다 싶다. 어법 수준 미달, 내용 없음, 등 기본이 없다. 우리나라 국민인게 왠지 부끄러워지기까지 하다. 못난 글로 인용될만하다.

p175 글쓰기도 노래와 다르지 않다. 독자의 공감을 얻고 마음을 움직이는 글이 잘 쓴 글이다. ... 기본을 지키기만 하면 최소한 못나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다.

 

<우리글 바로 쓰기>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총 5권)를 소개한다. 못난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익히는 데 효과가 있다고 하며 백신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p180 백신을 접종하면 하루 이틀 아프거나 미열이 난다. ... 이 책을 읽으면 한동안 독서와 글쓰기가 불편해진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오고, 책을 읽는 중에 자꾸 화가 나거나 글을 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못난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체득하려면 그 정도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 만약 이오덕 선생님이 외국의 유명한 대학교에서 문학이론이나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은 분이었더라도 이렇게 했을까? 혹시 초등학교 교사였다고 해서 그러는 것은 아닐까?

 

<중국 글자말 오남용> p187 지식을 뽐내려고 한자말을 남용하는 것, 민족주의적 언어미학에 빠져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는 토박이말을 마구 쓰는 것, 둘 모두 피해야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 일본어에서는 ‘の(노)’-‘~의’ 라는 뜻-가 무척 많이 자유롭게 쓰이는 데 이것이 우리말에서도 같은 방법으로 어법에 맞지 않게 사용되고 있다. 피동문- ‘~지다’- 남용, 불필요하게 복수형을 나타내는 ‘들’을 붙여 쓰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자신이 30년 전에 쓴 <항소이유서>를 고쳐 가며 불필요한 일본말, 서양말을 들어내고 고치는 모범을 보여 주었다. 확실히 불필요한 외국어 투의 단어와 표현을 걷어내면 읽는 사람의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에 와 닿는 글이 되는 것 같다.

 

<단문 쓰기> 단문이 좋다. 두말하면 잔소리.

 

<거시기 화법> 요즘에는 ‘부분’이란 단어를 ‘거시기’와 비슷하게 남발한다.

 

<우리말의 무늬> 2014년 말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의 한 단락이 인용된다. 우리말의 무늬, 어울림, 결이 무시된 표현들이 정말 여러 군데다. ‘정치적 숙고를 촉발시키고’를 ‘아름다운 꼬락서니’만큼 결이 없는 표현이라 지적했다. 유일한 반대 의견인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소수 의견 중 한 대목도 실렸다. 해산 결정문과 다르게 자연스럽고 매끄러운 글이다. 인용문들의 결에서 느껴지는 것은 이 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고 거슬릴 수도 있다고 본다.

 

 

6 아날로그 방식 글쓰기

 

<글쓰기 근육> p224 스물일곱 살부터 서른 살이 될 때까지 2년 남짓,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작은 스프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면서 뇌리를 스치는 모든 생각을 적으려고 노력했다.

p230 ... 여유가 있을 때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제대로 된 문장으로 쓴 다음 컴퓨터 문서 디렉토리에 차곡차곡 쌓아두면 좋다. 가끔씩 서너달 전에 쓴 것을 읽어보면 열에 아홉은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문장이 유치하고 묘사가 서툴고 논리가 엉성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축하할 일이다. 글이 늘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짧은 글쓰기> 짧은 글은 경제적이므로 어렵다. 글의 길이는 필요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독자의 취향에 맞춰야 한다는 것과 연습이다.

 

<군더더기 없애는 법> p236 짧은 글쓰기가 어렵다. 짧은 글을 쓰려면 정보와 논리를 압축하는 법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압축 기술은 두 가지다. 첫째, 문장을 되도록 짧고 간단하게 쓴다. 둘째, 군더더기(접속사, 관형사, 부사)를 없앤다.

 

<소통의 비결> p244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책은 싫다. 지나치게 길고 복잡한 문장도 싫고 전문가라야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용어도 싫다. 따로 검색해야 알 수 있는 이름과 학설을 아무 설명 없이 나열한 글도 싫다. .. 그래서 그렇게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예수님과 공자님 같은 인류의 스승들이 ‘네가 싫어하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다른 정보가 없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텍스트를 쓰려면 철저하게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

 

 

7 글쓰기는 축복이다

 

<사는 만큼 쓴다> p261 기술은 필요하지만 기술만으로 잘 쓸 수는 없다. 잘 살아야 잘 쓸 수 있다. 살면서 얻는 감정과 생각이 내면에 쌓여 넘쳐 흐르면 저절로 글이 된다.

p261 (땅콩회항 사건..) 그런데 은폐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등석에는 부사장 말고도 탑승자가 한 사람 더 있었다. 그 승객은 모바일 메신져로 자기가 본 상황을 친구에게 전했다.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 메신저 글들이 나중에 조현아 부사장의 항공 안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가 되리라고는 쓴 사람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알려진 메신저 내용과 참고인으로 검찰에 나와 증언한 내용을 보면 그 승객은 세상을 대하는 나름의 원칙이 있었던 듯싶다. .. 그 메신저 글은 목격자의 내면에 있는 가치관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p264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해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가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그런 삶과 어울리는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논리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옮은지 고민해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글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시대이지만 글 쓰는 능력은 살 수 없다. 글 쓰는 능력으로 표현되는 인격도 살 수 없다.

 

<글쟁이의 정신승리법> p274 중국 글자에 집착한 나머지 독자적인 문자를 만드는 것을 극력 반대한 기득권층과 지식계급의 저항을 물리치고 1446년 훈민정음을 반포했다.

p275 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은 문명이 선사한 축복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껏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는 시대의 축복을 받아들이고 특권을 즐겨야 한다.

 

8 시험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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