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세상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나 나와 영혼이 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이다. 어딘가에 있을 그런 사람을 찾아 헤매는 것이 책에서 책을 소개 받는 여행이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다. '나와 비슷한 생각'의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젠더감수성이다. 여자들 중에는 있겠지만 남자 중에서도 정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일 것 같았다. 예전에는 한국 남자 중에서는 이런 젠더감수성을 발견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 여성 이슈가 주목받으면서 등장하는 의견을 보다보니 간혹 한국 남자 중에도 있긴 있겠구나 싶었다.

읽는 내내 대한민국의 대구 출신 78년생 남자에게 어떻게 이런 생각이 깃들일 수 있었을까 궁금했다. 아무리 학문을 갈고 닦았다고 해도 보통 여자의 젠더감수성을 뛰어넘는 탁월한 시선이 놀라웠다. 자연스레 의심이 들었다. 그의 아내가 대부분의 내용을 쓰거나 구술하고 오찬호가 정리했다, 아니면 여성학 연구자급의 여성 작가가 공동으로 구성하고 오찬호가 정리하거나 대표한다, 그것도 아니면 뭘까. 한 많은 한국의 여성 한 명이 오찬호에 빙의하지 않고서 이런 개념이 어떻게 탑재될까.

이 책은 육아를 중심으로 결혼 전후, 육아, 학교 생활, 사교육을 관통하는 문제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한 이야기다. 결혼도 만만치 않지만 아이가 없다면 삶의 복잡성의 차원은 달라진다. 육아를 시작으로 이어지는 문제들을 겪다보면 한국 사회의 핵심적인 이슈들을 관통하게 된다. 보육시설, 경력단절, 공교육, 사교육, 부동산, 대학입시 등 아이가 없으면 이토록 심각하고 무시무시한 문제들은 그냥 옆동네로 날아가는 폭탄일 뿐이다. 본능에 따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어쩌다가 이런 엄청나게 힘겨운 프로젝트가 되었는지 안타깝다. 나도 어느새 이 터널 한가운데에 들어와 있지만, 기회가 된다면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 정말 간절하다. 깊이 생각하다보면 정말 극적인 대안을 내놓을 것 같은데, 실현할 용기가 있을지, 아니면 고민 끝에 알게 될 현실이 더 두려울테니 그냥 적당히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싶다. 아뭏튼 답답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여러 가지 진단이 있었지만 이 책은 저자가 이 대열에 있는 동료 부모로서 느껴져서 위로가 된다. 물론 이 책에선 위로보다 사회학적인 분석이 더 중요하다. 문제를 사적인 차원으로 다루는 것과 사회적인 맥락으로 분석하는 것은 다르다. 대안이 마땅치 않더라도 문제를 구조적으로 제대로 보아야 힘이 난다.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지만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으로 해석하여 내놓은 해결책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덕분에 나도 미처 느끼지 못하던 나의 한계와 문제도 몇 가지 느끼게 되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문제의식이 많고 저자랑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어 이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이렇게 책이라도 읽어야 그나마 삶을 지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그래’, ‘맞아 맞아공감만하고 덮을 수도 있었지만 이번 경우에는 마음속에 좀 더 걸리는 데가 있었다. 나도 모르는 몸 속의 어떤 질병을 짚어낸 느낌이라고나 할까.

능력주의, 서열주의가 내 안에도 생각보다 깊이 내재되어 있었다. 오래 신앙했던 종교의 영향으로 세속적인 가치관을 지양해야 할 것으로 배우긴 했으나 막상 나의 자녀도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떤 가치로 아이를 가르쳐야 하는가 하는 지점에서 이런 분열적인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내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느냐와 별개로 능력주의와 서열주의는 우리 사회의 기본 배경과 같은 것이라서 나 혼자 자유롭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학교 졸업장은 사회활동을 얼마나 하느냐에 관계없이 여러 가지로 보증이 되고 있다. 대학에서 나는 사실 배운 게 별로 없고 졸업을 했다고 해서 전공에 대해서 별로 관심과 지식도 없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일단 들어간 것 자체만으로 많은 것이 설명되었다.

또 이 책에서 지적한 문제적 사례가 나와 비슷하다. 한때 생태적인 문제에 관심이 생겨 귀농, 자연주의를 꿈꾸며 대안을 찾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실제로 서울을 떠나 이사를 하려는 단계에서 다른 문제가 생겨 포기한 적이 있지만 그 후로도 대안학교를 고민하고 지금도 이런 책을 찾아 들만큼 고민이 계속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경쟁 대오에서 나와서 그들과 거리를 두는 것 또는 또다른 프리미엄이 될만한 남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이라는게 또다른 프리미엄이 아닌 다같이 사는 사회를 위한 제대로 된 고민이었나 싶다. 나 혼자 흐름을 바꿀 수 없으니 많은 걸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 마음도 있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면, 주변에 휩쓸리지는 않으면서 어떻게는 나의 독특한 방법으로 아이를 뛰어나게 만들어봐야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었음을 고백한다.

워킹맘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에 대한 분석도 빼놓지 않았다. 워킹맘 –이 단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란 단어만 들으면 숨이 막힌다. 구구절절 다시 거론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고 여전히 똑같은 현실에 너무 답답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은 많았지만 생각할수록 숨이 막히니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했었던 시간이었다. 간혹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관련 문제가 뉴스가 되면 우리 아이는 이제 그 시기를 지났다는 사실이, 마땅한 어린이집을 찾아 심하게 마음 졸였던 기억과 함께 이제 더 이상 그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게 된다.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는 한 가운데에 있었던 시간, 아이에게는 어린 시절이라는 그 빛나는 시간이 이 사회에서 워킹맘으로 살면서 어려움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 억울하다. 물론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의 삼십대, 아이의 유년기 그 소중한 시간은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을까.

'사랑하지만 불평등한 가족' 그래 이거다. 좋은 사람들이지만 왠지 불편한, 그래서 불만이 느껴져도 그러면 안된다고 나를 자책하게 되는 복잡한 감정의 원인이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들인데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되지, 했었던 장면이 있다. 어떤 이야기들은 이렇게 선명한 워딩으로만도 많은 것을 설명한다. 해결은 되지 않더라도 답답함이 해소된다. 정확한 사실 규명은 이렇게 중요하다. 공들여 뽑았을 소제목 몇 개를 더 나열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1장 결혼

결혼은 탈각의 대상이 되었다 / 남편은 놀라운 말을 했다 / 남자는 권위를 권리라 했다

2장 임신과 출산

가장 악질적으로 남용되는 말 '모성' / 산후조리원은 좋고도 나쁘다

3장 육아서

모든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육아서 / 육아서에 사회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생물학적 남녀 차이를 강조할수록 사회적 남녀차별은 정당화된다 / 서로를 존중하면 평등한 것일까? / 사랑이 넘치는 불평등한 우리집

아빠효과는 아빠때문이 아니다 / 엄마는 아빠처럼 육아를 못하는 것일까 / 남자는 태초에 그렇게 설계되었을까? / 떡잎부터 남녀를 가르는 육아서는 백해무익하다

4장 육아

자연과 함께했으니 우리 아이는 특별할 것이라는 착각 / 보통 사람을 죄인 만들지 마라 / 거대 자본에 길들여진 부모들, 길들여질 자녀들 / 스팩터클의 사회는 진화한다 / 일하면서 아이 잘 기를 수 없는 이상한 사회

5장 사교육

사교육 무용론은 옳지만 정당하지는 않다 / 왕따를 참고 버티도록 해주는 놀라운 마약 / 피해자가 사라진다

6장 사랑?

공부 못 한 사람들의 실체를 알려주겠다는 사람들 / 타자의 욕망에 길들여지는 자녀들 / 고정관념을 가르치는 화기애애한 아빠캠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43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만성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절약형질 가설이라고 부릅니다. ... 이 가설에 따르면 태아기의 영양 결핍이 성인기 당뇨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것은 태아 입장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임산부인 어머니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영양분이 부족할 때 태아는 생명체로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 한정된 영양분을 어떻게 사용하는 것이 살아남는 데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해 답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태아는 뇌와 같이 살아남는 데 필수적인 기관에 먼저 영양분을 사용하고 당장 내 생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췌장과 같은 기관을 발달시키는 데에는 영양분을 적게 사용합니다. 설사 그 선택이 먼 훗날 당뇨병을 유발해 수명을 단축시킨다 할지랃 지금의 생존을 위해 먼 훗날 발생할 수 있는 성인병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 우리 모두는 특정한 시대에 특정한 공동체에서 특정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로애락의 다양한 경험을 하지요. 그 경험들은 태아기의 굶주림처럼 우리가 인지하고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몸에 새겨져, 때로는 당뇨병의 원인이 때로는 우울증의 원인이 되어 우리 삶에 끊임없이 영향을 줍니다. 그렇게 오래전 사회가 남긴 상처가 인간의 몸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57

왜 사람들은 그 원인의 그물망이 마치 처음부터 주어진 것인 양 생각하는가?”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의 사회적 환경은 주어진 고정물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토대 위에서 형성된 것인데도, 왜 질병의 원인을 항상 개인 차원의 고정된 요인으로만 가정하는지 질문한 것입니다. 유전적 요소인 가족력조차도 환경적 요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질병 발생에 영향을 주는데, 질병의 원인을 개별적으로 개인 차원에서만 고려할 때 우리가 놓치는 점이 무엇인지 묻는 것이지요. 어떤 이가 박테리아에 노출되어 결핵에 걸리고 또 다른 이가 흡연 때문에 폐암에 걸린다고 이야기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243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있었습니다. ... 외부에서 온 연구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 몇 년 뒤 의대를 졸업하고 공중보건의사로 충남 논산훈련소에서 4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근무지를 선택할 때, 저는 교도소 근무를 선택했습니다. 제가 근무한 곳은 만 23세 이하 재소자가 있는 소년교도소와 재판을 앞둔 성인 재소자가 머무는 구치소였어요. 교도소에서 의사로 일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일이었습니다.

 

 

301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마도 제가 했던 활동들이 제게는 마치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같은 것들이기 때문 아닌가 싶어요. 예를 들면 의과대학 본과 1학년 겨울방학 때, 산업재해를 당한 분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한달 동안 지원상근을 한 적이 있는데요. ... 손가락 열 개가 온전히 있는 사람이 저 하나뿐이었어요. 그때 느꼈던 묘한 낯섦 같은 거요. ... 산업재해를 당한 후 유일한 직업이 되어 버린 우유배달을 하러 가야 한다고 아무 말 없이 오토바이를 끌고 새벽에 나가던 그 뒷모습에서 느꼈던 삶의 끈질긴 생명력 같은 거요. ...

그 아이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아이들보다 하루만 더 살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그 모든 것을 온몸으로 감당해내는 부모들을 보면서 느꼈던 무언가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경험들이 저를 살아 있게 하는 것 같아요. 저는 세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지만, 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그런 경험들을 계속하고 그것들에 대해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간직할 수 있기를 또 길러나갈 수 있기를, 그것이 가능한 삶을 살았으면 하는 욕심이 훨씬 커요. 어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것이지요.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어찌 보면 지극히 이기적인 것’ ... 이것이 이 분 삶의 내러티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질병의 사회역학이라는 학문의 의미와 지금 한국 사회에 처져 있는 거미줄에 대한 고민과 함께 나는 어떤 지향점을 갖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해 준다.

그리고 깊숙이 숨어 있던 나의 내러티브를 불러내고 있다.

나는 부르심을 따라 살고 있는가, 그 뜻을 되새기며 살고 있는가를 고민하게 만든다.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게 될 것 같은,

이 책을 내 놓은

동아시아의 밝은 눈에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해진 미래 -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
조영태 지음 / 북스톤 / 201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산율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평균 수명도 늘어나면서 급속도로 노화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인구학자로서 의미있는 분석과 진단을 설명한 책이다.

투자, 자녀교육(일종의 투자)에 있어서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삼으라고 한다. 얘를 들면 한떄 소형아파트가 전망이 좋을거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었는데, 이 책의 견해에 따른면 1인가구가 늘어난다고 해도 아파트를 구입할 만큼 소득이 받쳐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소형아파트가 생각만큼 투자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줄어드는 학생수를 초중고 학교급별로, 교사 수와 연계하여 설명하는 걸 읽다보면 인구 급감이 실감이 난다. 장래에 교사를 지망하는 청소년이라면 진지하게 고려해볼 만한 대목이다. 학생수 급감과 긴밀하게 연관된 문제가 대학입시인데, 대학이 어떻게든 존속하려면 요즘 대두대는 평생학습 개념을 잘 연계하여 성인학습자들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경계선에서 - 오래된 믿음에 대한 낯선 통찰
레베카 코스타 지음, 장세현 옮김 / 쌤앤파커스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p.150

책임의 개인 전가...

책임의 개인화가 작동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지도자들은 복잡하고 위험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위협을 바로잡아야 할 책임을 다른 개인에게 전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면 뿌리 깊은 사회적 결함을 해결하기 위한 관심과 자원, 노력은 뒷전으로 밀리고 고발에만 치중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끈질기고 위협적인 문제들은 모두 시스템적이다. ... 진실을 이야기하자면 불행히도 우리는 아직 복잡하고 거대한 시스템적 문제를 사고하고 해결할 효율적 수단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복잡성에 마비되기보다는 차라리 더 간단한 이유, 믿음, 행동을 택하는 것이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복잡하고 뿌리 깊은 것임을 이미 알면서도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p.164

내 개인적 선택이 우리 앞에 닥친 위험한 문제들을 정말로 악화시킬지 끊임없이 의문이 든다. 나는 올바른 행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지만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문제도 해법도 너무 다면적이고 복잡해 보인다. 사실상 모든 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기분이 든다. 죄책감도 느낀다.

이것이 바로 개인이 복잡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짊어질 때 일어나는 일이다. 시스템적 문제에 우리가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실제보다 엄청나게 과장되어 있다. 실패한 제도, 지도자, 전문가의 책임을 평범한 개인에게 전가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결과다.

 

p.362

우리는 문명 붕괴의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슈퍼밈의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경계하고, 벤처자본 모델을 이용한 완촤책의 실시로 시간을 벌고, 우리의 두뇌를 활용하여 침체되어 가는 인식 능력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인식 한계점에 대응하여 자연이 준 해결책인 통찰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신경과학은 장차 현대인의 생존을 좌우할 열쇠를 쥐고 있다.

 

p.376

일본 정부는 두뇌 훈련이 점증하는 복잡성에 대항할 필수적인 무기임을 확신하고 다음 세대를 무장시키는 데 사용할 새로운 인식 도구를 개발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3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두뇌 훈련을 통해 일본인이 세계 경제에서 인식 능력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두뇌 훈련이 알츠하이머병과 치매 등 노화로 인한 각종 인식 질환을 방지하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안전장치라고 생각한다. 일본 정부는 알고 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곧 모든 분야와 모든 산업에 걸쳐 유효한, 갖아 중대한 사회경제적 강점을 확보하는 것임을 말이다.

 

p.376

펠레그리니와 홈스의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휴식 직후에 학습 능륙이 높아지며 쉬지 않고 장시간 공부하기 보다는 단시간 집중해서 공부할 때 더 큰 효과를 얻는다. 일본과 대만에서 실시된 몇몇 유사 연구에서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학습을 하고, 학습 시간 사이 사이에 휴식이 자주 있을 때 교육 결과가 보다 성공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

런던 골드스미스대학의 조이딥 바타차리아 박사에 따르면 통찰적 사고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뇌의 우측 반구에서 발생하는 알파파다. 알파파는 마음의 자유로운 방랑을 촉진함으로써 우리의 뇌가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에 반응하도록 한다.

 

p.386

신체 운동은 두뇌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갖추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 온종일 컴퓨터, 텔레비전, 비디오 게임 앞에만 앉아 있는 아이는 울퉁불퉁한 길에서 걷거나, 바깥에서 놀거나, 다른 아이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얻는 인식 효과를 전혀 누릴 수 없다. 연구에 의하면, 주로 앉아서 생활하며 한정된 종류의 일만 거듭 반복할 경우, 뇌는 새로운 회로를 형성하기보다는 기존의 동일한 회로에만 계속 의존하려 든다. 이와 같으 생활방식은 뇌로 향하는 혈액 공급량을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새 회로를 만들어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는 데 미숙해지게 한다.

...

운동이 통찰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우선적이고 명백한 이유는 운동을 하며 뇌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 운동은 새로운 뇌세포의 생성을 촉진하는 동시에 학습과 기억을 담당한느 영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 결국 몸과 뇌를 모두 단련할 수 있는 우리 일상에서의 최선의 길은 익숙지 않은 감각 경험을 가미한 신체운동을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날마다 똑같은 트레드밀 위에서 걷는 것보다는 인근에서 달리기를 하거나 울퉁불퉁한 오솔길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다는 얘기다. 또한 회사 체육관만 가서는 더 이상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밖으로 나가서 걷거나 배드민턴 혹은 농구 같은 운동을 잠시 하는 편이 인식 기능에 더 큰 자극을 준다. 그렇게 해서 활성화된 새로운 신경전달물질은 통찰적 사고가 이루어질 여건을 조성한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책을 추천하는 말들과 헌사가 앞뒤로 빽빽하게 달려 있는 책이다. 뒷표지에는 도널드 트럼프 (기업인)의 추천사도 달려 있다. 나도 어딘가에서 추천하는 말을 듣고 구입한 책인데, 나름 현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겨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미국인답게 현대 문명에 대해 지구적인 걱정과 염려를 담고 있기도 하다.

문명의 복잡성을 분석하고, 슈퍼밈이란 틀로 현상을 진단한다. 제시한 다섯 개의 슈퍼밈은 자유선택이라는 환상, 상관관계의 오류, 책임의 개인화, 사일로식 사고의 한계, 경제우선주의에만 매몰된 오류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문명은 위기 가운데에 있고 그 해법으로 통찰을 제시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통찰이란 진화론적 관점에서 지금보다 통찰을 이룬 좀더 다른 사양의 인간인 것처럼 느껴진다. 진화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전제 하에 뇌과학 등에서 인식의 한계를 넘는 길을 탐구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두뇌훈련이 조금씩 폭을 넓히고 있다고 하는 소식은 조금 놀랍다.

흥미롭게 읽을만한 대목은 많이 있다. 통찰을 나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위에서 인용한 것들은 한번쯤 생각해 볼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p28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새틀라이트 캠퍼스가 무슨 말이냐며 당시 도쿄도의 담당자에게 전화로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이었다. ... 하물며 빌딩 내에서 해도 된다고 허락했을 리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화를 냈다.

다행히 게이오대학에서 문제를 해결해 별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학들이 도심의 건물을 빌려 사회인 교육과 대학원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게이오대학과의 선구적인 시도가 그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p35 때마침 제삼의 장소The Third Palce’라는 용어가 등장해 사무실도 집도 아닌, 그것들의 중간 영역으로서의 카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거다 싶었다. 자신만의 제삼의 장소’, 마음이 편하고 행복을 불어넣는 장소를 만들자.

 

p49 조용히 내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꼭 같이 해보자고 격려해 주었다. 난생처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이루 그와 함께 반년 동안 일본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 당시 나는 52세로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나이였지만 용기 내어 많은 사람 앞에서 동네도서관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있던 청년들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다.

 

p56 배움에는 나이나 성별, 지위 따위 사회적 조건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차별없는 배움의 나눔을 실현하고 싶었다.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저마다 책을 갖고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을 싱행해보기로 했다. 책에 관해 각자 의견을 말하다보면 어떤 점에 공감했는지 알 수 있고, 서로의 흥미와 관심사도 알게 된다. ... 책을 매개로 하면 지위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을 사람 그 가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다.

 

p63 동네도서관은 사람의 힘을 믿고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활동이다. 자신이 먼저 용기 내어 첫걸음을 떼면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이 생긴다. 일단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등을 밀어준다

 

p86 현재 일본에는 8만개가 넘는 절이 있다.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편의점의 수가 4만개라고 하니까 숫자상으로는 딱 두배다. 그런데도 평소에는 대개의 절이 문을 닫아놓아서 사람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커뮤니티와 사람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절이 되도록 동네도서관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p129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대중을 철저히 이용자로 만들고 있다. 행정이나 기업에서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우리는 그 시설과 서비스를 그저 이용할 뿐이다. 이것은 언뜻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참여의식을 떨어뜨려 매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선택만 하나 보니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 이용자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도서관으로 방향을 바꿨다.

 

p134 흔히 강연자를 초대하는 이벤트에서는 참가자가 많을수록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참가자가 적으면 강연자에세 실례이고 이벤트도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역시 주최자나 강연자의 일방적인 편견일 뿐이다. 참가자는 가능하면 강연자와 가까이서 토론하며 질문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 수가 적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토론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남의 눈치를 보거나 우물쭈물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다. 참가자 수가 적으면 말하는 사람도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부담없는 만남이 이루어진다. 높은 강단에서 많은 사람을 내려다보며 강연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강연자나 사람 모으는 일에만 혈안이 되기 쉬운 주최자가 오히려 본래 소통의 믜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p155 혼자 활동을 하면 불안하다. 동네도서관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과연 생각대로 실현될까,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끼리 연계해 서로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88 동네도서관에는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가하는데 보다 우선하는 것이 사람이다. 서로 책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가치관을 접할 수 있다. ...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한 뒤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빌려 가 읽고 감상을 말할 때의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 누군가 자신의 가치관을 공유할 때 느끼는 기쁨이다. 이 기쁨이 동네도서관이 늘어나는 원동력이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 언젠가 이사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큰 도서관 옆에서 살겠다는 바램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내가 사는 주변에 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바램을 이루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수동적인 이용자나 서비스 수혜자의 자리가 아닌 운영자로서의 보람과 성취감, 나눔과 공유를 통한 연대감까지 맛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첫걸음을 내디디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 것이라 한 말을 간직하고 싶다. 일본의 절처럼 많은 우리나라 교회들에도 이런 동네도서관과의 협업이 새로운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