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
이소이 요시미쓰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p28 하지만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었다. 새틀라이트 캠퍼스가 무슨 말이냐며 당시 도쿄도의 담당자에게 전화로 거센 항의를 받은 것이었다. ... 하물며 빌딩 내에서 해도 된다고 허락했을 리 없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냐고 화를 냈다.

다행히 게이오대학에서 문제를 해결해 별 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학들이 도심의 건물을 빌려 사회인 교육과 대학원 수업을 함께 진행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는데 게이오대학과의 선구적인 시도가 그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p35 때마침 제삼의 장소The Third Palce’라는 용어가 등장해 사무실도 집도 아닌, 그것들의 중간 영역으로서의 카페가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거다 싶었다. 자신만의 제삼의 장소’, 마음이 편하고 행복을 불어넣는 장소를 만들자.

 

p49 조용히 내 말을 듣고 나서 그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꼭 같이 해보자고 격려해 주었다. 난생처음 나의 말에 귀 기울여준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이루 그와 함께 반년 동안 일본의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다. ... 당시 나는 52세로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나이였지만 용기 내어 많은 사람 앞에서 동네도서관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다. 그 자리에 있던 청년들 모두 한마음으로 격려하고 응원해주었다.

 

p56 배움에는 나이나 성별, 지위 따위 사회적 조건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런 차별없는 배움의 나눔을 실현하고 싶었다. 오랜 고민과 논의 끝에 저마다 책을 갖고 모여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을 싱행해보기로 했다. 책에 관해 각자 의견을 말하다보면 어떤 점에 공감했는지 알 수 있고, 서로의 흥미와 관심사도 알게 된다. ... 책을 매개로 하면 지위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을 사람 그 가체로서 받아들일 수 있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배움을 나눌 수 있다.

 

p63 동네도서관은 사람의 힘을 믿고 꿈을 향해 함께 나아가는 활동이다. 자신이 먼저 용기 내어 첫걸음을 떼면 반드시 함께하는 사람이 생긴다. 일단 시작할 용기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고 등을 밀어준다

 

p86 현재 일본에는 8만개가 넘는 절이 있다. 현대인의 생활과 밀접한 편의점의 수가 4만개라고 하니까 숫자상으로는 딱 두배다. 그런데도 평소에는 대개의 절이 문을 닫아놓아서 사람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커뮤니티와 사람간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절이 되도록 동네도서관과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p129 현대인의 생활환경은 대중을 철저히 이용자로 만들고 있다. 행정이나 기업에서 모든 시설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우리는 그 시설과 서비스를 그저 이용할 뿐이다. 이것은 언뜻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반대로 참여의식을 떨어뜨려 매사에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코스요리처럼 차례로 제공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선택만 하나 보니 싫증이 나기 때문이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 이용자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도서관으로 방향을 바꿨다.

 

p134 흔히 강연자를 초대하는 이벤트에서는 참가자가 많을수록 성공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참가자가 적으면 강연자에세 실례이고 이벤트도 실패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역시 주최자나 강연자의 일방적인 편견일 뿐이다. 참가자는 가능하면 강연자와 가까이서 토론하며 질문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하려면 사람 수가 적어야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모든 사람이 충분히 토론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남의 눈치를 보거나 우물쭈물하지 않고 질문할 수 있다. 참가자 수가 적으면 말하는 사람도 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부담없는 만남이 이루어진다. 높은 강단에서 많은 사람을 내려다보며 강연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 강연자나 사람 모으는 일에만 혈안이 되기 쉬운 주최자가 오히려 본래 소통의 믜미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p155 혼자 활동을 하면 불안하다. 동네도서관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과연 생각대로 실현될까, 의미 있는 일을 지속할 수 있을까 두려웠다. 개인으로 활동하는 사람끼리 연계해 서로를 인정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188 동네도서관에는 당연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참가하는데 보다 우선하는 것이 사람이다. 서로 책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가치관을 접할 수 있다. ... 자신이 가져온 책을 소개한 뒤 다른 사람이 그 책을 빌려 가 읽고 감상을 말할 때의 기쁨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 누군가 자신의 가치관을 공유할 때 느끼는 기쁨이다. 이 기쁨이 동네도서관이 늘어나는 원동력이다.

 

동네도서관이 세상을 바꾼다라는 책 제목을 접했을 때, 이거다, 싶었다. 언젠가 이사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큰 도서관 옆에서 살겠다는 바램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보니 내가 사는 주변에 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바램을 이루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수동적인 이용자나 서비스 수혜자의 자리가 아닌 운영자로서의 보람과 성취감, 나눔과 공유를 통한 연대감까지 맛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첫걸음을 내디디면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손을 내밀 것이라 한 말을 간직하고 싶다. 일본의 절처럼 많은 우리나라 교회들에도 이런 동네도서관과의 협업이 새로운 동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함께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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