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둘째의 유치원 졸업식이 있었다. 그것은 한편으론 장장 4년에 걸친 유아교육에 안녕을 고함은 물론 또 덤으로, 월 환산 25만원이 넘는 원비를 더 이상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기에 무척 시원 통쾌했다. 

첫째의 경우는 유치원 졸업이 시원했다기보다 두려웠었다. 다가올 미지의 초등학교 생활에 큰애가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등하교 길의 횡단보도는 또 어떡하나 등 하나하나 다 걱정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번 둘째의 경우는 똑같은 초등입학을 앞두고 있어도 큰애 때의 경험이 있어 한결 여유롭다. 

아무튼 이래저래 둘째의 경우 모든 게 두 번째라 감정적으로 아주 느긋하고 다소 무심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무덤덤함에 경적을 확 울려주는 울림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둘째 담임선생님들(=두 분이 한반을 봄)의 눈물이었다.

 


둘째가 다닌 유치원의 경우, 졸업식이 끝난 다음 식의 최종 마무리로, 각반 선생님들이 자기반 아이들을 일일이 한 번씩 안아주면서 서로 작별을 고하는 순서가 있었다. 부모인 우리들은 이때 담임선생님에게 다가가 감사의 인사와 함께 사진기를 들이대면서 같이 사진 한 장씩 찍으면 되는 것이었다.

때문에 내 아이가 어디쯤 있나 눈으로 확인을 하고 두 분 선생님 쪽으로 갔는데 아니 이게 어인 일인가. 두 분 선생님은 아이들 안아주기 시작부터 눈물을 주룩 주룩 흘리고 계셨다. 이번 빼고 큰애 때까지 합쳐 합이 7번의 유아교육기관에서의 작별이 있었지만 이처럼 찡한 작별은 처음이었다. 

나는 '선생님 그동안 수고하셨고요, 고마웠어요' 하며 달뜬 목소리로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그 모습을 보자 목이 메여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얼떨결에 사진만 찍고 잠시 다른 학부모들과의 작별을 지켜보았는데 다들 선생님의 눈물에 찡한 감동을 받은 모습이었다.

그 눈물은 지난 1년 두 분 선생님들이 30여명 아이들을 사랑한 마음의 증거였던 것이다. 그냥 둘째다 보니 별 신경 안 쓰고 소식지도 늘 안 읽어보고 해서 각종 소소한 대금이나 준비물 따위를 마감임박이나 지나서 부랴부랴 내곤 했는데 이렇게 버스 떠나는 시점에서야 반성이 되다니. '진즉에 잘 할 걸. ㅠㅠ' 

 



아무튼, 이번 둘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끝으로 내 머릿속에서 '유치원'이란 세 글자는 완전히 지우리라 생각했는데 뜻밖의 두 담임선생님의 '주룩주룩' 눈물 땀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머지않은 장래 후배나, 조카들이 결혼을 하여 그 아이들이 유치원을 졸업했네 어쩌네 하면 아마 나는 필히 둘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떠올릴 것이리라. 그리고 말할 것이다.  

'그때 두 분 선생님들이 어찌나 눈물을 흘리는지. 그런데 그 눈물이 어찌나 감사한지. 그 반 아이들이 그러한 사랑 속에서 유치원 생활을 했다는 게 너무 고마워 지금 생각해도 다시 고맙네 .'  

그러고 보니 벌써 두 번이나 말했다, 며칠 전 이웃 아짐을 만났을 때도 그리고 어제 지인들이 놀러왔을 때 말이다. 그런데 새로운 사실하나 더 추가. 놀러온 지인들에게 둘째의 졸업식 두 담임선생님의 눈물을 얘기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둘째가 부언하였다.

"엄마, 그런데 있잖아. 우리 선생님, 졸업식 예행 연습하면서 안아 줄 때도 울었어."

"어머, 진짜?"

"응."

"연습인데두?"

"응..."

둘째의 이야기는 두 선생님에 대한 내 고마움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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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티비를 틀었다가 육아방송에서 '혈기 왕성'에 대한  강의를 보게 되었는데.... 아주, 귀에 쏙 들어왔다.

어찌나 쉽게 갈춰주는지...  더불어 내 상태가 그에 부합했기 때문에  더 다가 왔는지도 모르겠다. 인즉슨, '기'가 부족하면 손이 시원찮다는 것이었다.  손이붓거나, 손끝이 갈라지거나 , 윤기가 없거나등...  

그러면 어찌해야 하나?

손을 부지런히 움직이고 손 안마를 해서 손을 풀어주어야 한다고 .

손목을 꺾고 돌리고 손가락을 쫙 펴서 그 사이사이를 지압해주기도 하고 손마디마디 훓어주기도 하고등 ...  그방송을 보자 돈 드는 일도 아니니 생각날때마다 손운동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내손은 건조한것이 제일 문제인데... 그와 관련된 우스개 한토막. 얼마전 서점에 도서상품권 사러갔다가 도서상품권 장수를 확인하는 것을 포기했었다.

"도서상품권 00장 주세요."

장수가 좀 많았는데도 주인장은 잘도 헤아렸다. 얼추 맞는것 같았으나 그래도  한번더 확인하는 것 나쁠것 없다 싶어 나는 재확인에 들어갔다. 그러나, 손이 너무 건조해서 도저히 헤아릴수가 없었다. 새 도서상품권은 왜그리 물기를 잘 빨아먹는지 두어장 넘기고 침 한번 씩  묻히려니 손도 손이지만 혀끝에도 문제가 생길것 같았다.

해서,

"아이고, 못 헤아리겠어요. 그냥 가져갈게요." 하며 가져왔다.  

그리고 '혈'에 관해..

혈의 순항 정도는 발을 보면 알수있다고 하였는데....반사적으로 내발을 본 순간 아악~~~ 상상을 초월하는  건조주의보가 발바닥 전구간을 훑고 있었다. ㅠㅠ  


겨울에는 특히 더 심하므로  평소 발관리를 잘 해줘야 하는데 게을러서 어쩌다 한번씩 하기에 내 발은  말하자면 늘 건조주의보 상태로 겨울을 난다.. 그렇게 늘 건조주의보 상태니 겨울만 되면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오른쪽 다리와 허리주변이 찌릇찌릇 땡기기에 어서 봄이여 오라, 여름이여 오라 주문을 외곤 한다.

그런데 그 방송을 보고나니 주문을 욀게 아니라 발관리를 꾸준히 해야 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ㅎ)

시원시원 강의하는 강사님의 말씀중 특히 내 흥미를 끌었던 부분은 '굳은살'에 관한 것이었다.

즉, 새끼 발가락 밑 주변의 굳은살의 경우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생긴다나 ~~ 듣고 보니 그럴듯도 해 보였다. 난 내 발 구조상 그부분이 특별히 더 건조해서 굳은살이 생겼나 했는데 마음의 상처가 고여서 그렇게 딱딱한 옹이가 생겼다니..  '시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ㅋㅋ

그리고 엄마가 떠올랐다. 나의 엄니도 그부분 굳은살이 생겨서  어릴적의 나는 이따금씩 엄마가 가위로 그부분을 도려내는 것을 재미있게 본적이 있다.  

세월이 흘러 나 또한 도구를 가위에서 칼로 바꿔 한번씩 그부분을 도려내는데, 엉뚱하게도 상당히 재미있다. 엄마가 그리하는 것을 봐왔기에 그저 숙명이라 생각하며 한번씩 칼을 드는데 생살을 도려내면 아플테지만 굳은살을 도려내기에 시원하다.

그런데 ,

엄마의 경우 나이가 들면 그 부분이 더 건조해지고 딱딱해져야 할텐데  언젠가 보니 굳은살이 많이 줄어있었다. 나는 깜짝놀라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굳은살이 많이 줄었네?"

"그러게 , 나이들면 더 늘어날텐데 언제부턴가 살이 살아나는지 굳은살이 줄더라."  

"거참 신기하네!"  

혈기왕성 강사님의 논리를 따르자면 내 엄마의 경우 마음의 응어리가 어느정도 해소되었기에 줄어든 것일까. 따지고 보니 나도 예전 보다는 굳은살이 조금 줄어든것 같기도 하다. ㅎㅎ...

우좌간, 건강하려면 기와 혈이 막힘없고 잘 돌아야 하는 바 .... 평소 손발을 많이 움직여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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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파이언스>

요즘이라고 말하기에는 시간이 좀 흘렀나. 언제였더라. 지난 연말이었나 연초였나 ...
아무튼, <디파이언스>(저항, 항거), 좋은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가 극장에서 돌아가고 있을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폭격하는 바람에 영화는 본의아니게 욕을 얻어먹지 않았나 싶다.

나또한 영화를 보면서 욕을 했다.

'아니, 이렇게 고생을 했던 넘들이 왜 왕년의 가해자들 보다 더한 가해자가 되어 아무 죄없는 사람들에게
폭탄을 퍼붓고 난리야! 폭격하지마! 시풀, 승질 뻗쳐서 정말!'

그럼에도 개인적으론 유대인 수난영화가 다각도로 계속 조명되길 바란다. 디파이언스는 그런의미에서 새로운 감각으로 잘 그렸다고 본다. 전혀 저항한번 못해보고 가스실로 , 강제노동으로 살다 무참히 죽은게 아니라 나름 항거하며 파르티잔으로 200여일 산속에서 버티다 해방이 되었으니. 먹을 거리가 부족한 공동체 생활의 버거움, 그 와중에도 사랑은 삭트고 아기는 태어나고 질투는 분노로 터져나오고....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는 내가 처음으로 본 유대인 수난 영화였다. 말로만 듣던 히틀러의 만행이 저런것이었구나, 유대인들이 너무 불쌍했다.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를 보고는 유대인의 후손인양 독일군을 저주했다. 그리고 <인생은 아름다워>를 보고는 저 힘든 상황속에서도 저렇게 웃음을 잃지 않고 희망을 얘기해주는 주인공에게
짝짝짝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유대인에 대한 연민은 그 세편으로 족했다.
<글루미 썬데이><케논인버스><블랙북><버드가의 섬>...등을 볼때면 영화속의 유대인들에게는 충분히 연민을 느끼나 그만만큼 오늘날 유대인들에게 증오를 느끼게 되었다.  <뮌핸>을 보고는 단지 연기를 했을 뿐인데 에릭바나가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스라엘의 행태가 꼴보기 싫으니 유대인 영화 더이상 만들지 말라'에는 반대다.
계속 만들어야 한다. 계속보면 과거의 유대인에게는 연민을 느끼지만 그 반대로 오늘날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더 분노하게 되므로.... 알파치노가 열연했던 조폭영화속 조폭들은 영화에서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지만 반대로
그 영화들은 현실의 조폭들을 몰락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하였던가.

그러니 유대인 수난영화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계속 만들되. 영화의 마지막 자막에서 꼭 부연설명 한줄을
끼워넣었으면 하는 것이 내 바램이다. 과거에 이렇게 수난을 당했던 그들이건만 오늘의 그들은 과거의 그들 못지 않게 악랄하다라고 말이다. 더 하다고 말이다. 시간적으로 과거의 유대인 수난은 2차대전이 끝남과 동시에 끝났지만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수난은 60년을 넘기고도 아직도 진행중이기에 ... '60년' 이 숫자와 '현재도 진행중'이라는 글자를 꼭 넣어서 부연설명해 주길 바란다.

2.<발키리>

어떤이는 예고편만 화려하다고도 하던데 나는 이 영화도 좋았다. 영화를 본후 며칠이 지나도 영화의 잔상이 남았고 실로 몇년만에 톰크루즈가 새롭게 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화가 영어아닌 독일어로 말해졌더라면 사실감이 들었을텐데, 독일사람들 이 영화보면 제대로 감정이입이 될까 싶었다.

(<게이샤의 추억>에서 게이샤들이 오네에상(언니)오까아상(엄마) 따위만 일본어로 하고 나머진 죄다 영어로
하는 것을 보고 처음으로 미국영화보는 유럽사람들의 고뇌를 알았다. ㅋㅋ... 러시아 황제도 영어, 프랑스 루이 14세도 영어를 쓰니 얼마나  코미디냐 말이다....그렇긴 하나 뭐 이젠 너무 익숙해서 자국어들 보다 영어가 더 편할지도 ㅎㅎ..)

이 영화를 통해 안 사실, 히틀러 암살계획이 공식적으론 10여회, 비공식 집계로는 40여회라던데 암만, 그런 시도가 없었다면 말이 안되쥐. 독재하면 결국은 암살이 따른다는것을 오늘날의 독재자들이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다들 이 영화 봤나 모르겠네..^^

3. <피아노, 솔로> <비발디>

대구 동성 아트홀에서 두 영화는 상영되었다. 그런데 그 뒤를 대기하고 있던 <워낭 소리> 때문에 조기 종영 되었다.
괜찮은 영화들이었는데 ....쩝.

원래는 <비발디>가 목적이었으나 <비발디>가 2회차이고 <피아노, 솔로>가 1회차라 나가는 김에 두편 다 보게 되었는데 <피아노, 솔로>에서 다량의 눈물을 쏱고 말았다. 내가 재즈를 알았더라면 더 감동했을텐데 재즈에 흥을 못 느끼는 사람이라 음악에 대해서는 그냥 보통이었는데 천재 재즈음악가의 불운한 삶과 그것을 바라봐야 하는 그 가족들의 안타까움에서는 너모 안되서 주룩주룩~~~

재즈를 좋아하고 '쳇 베이커(전설의 재즈 음악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 꼭보시길... 이 영화 주인공께서 쳇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주자 였다는데.... 무엇보다 주인공 역을 맡은 남자배우. 이름을 까먹었는데 .
워매, 살다살다 이렇게 잘난 배우는 진짜 처음이오.^^

이 배우에 비하면  톰크루즈가 아무리 잘나봐야 기럭지가 짧을 뿐이고, 클린튼 이스트우드가 아무리 좋은 영화 많이 만들어봐야 이젠 너무 할배라 그의 젊었던 과거가 떠오르지 않을 뿐이고,
제임스 맥어보이가 아무리 떠오르는 감수성이라 해도 화무십일홍이라면.
( 이 배우, 잠깐, 검색해서 이름을 올려야 겠다.)

이름하야 '킴 로시 스튜어트' 이탈리아산. 41세. 188센티...(워매~~)

미켈란 젤로가 잠시 환생하여 이분을 조각해놓고 돌아 간듯한 완벽한 외모. 게다가 독립영화감독으로서 칸인가에서 본선에 오르기도하는 등 아주 장래가 촉망되는 감독이자 배우라는데.. 암만. 충분히 그런배우. 그러고도 남을 배우.
이런 배우와 공간상의 거리는 있지만 동시대를 살면서 늙어간다니 저절로 엔돌핀이... ㅋㅋ

<비발디>는 고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봐둘영화. 비발디의 음악은 비발디가 죽고 200년(?)도 더 지나서야 비로서 악보가 발견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늘에서도 그 긴세월 기다리느라 지겨웠을터.
그래도 행님, 그만큼 더 사랑 받잖아요.^^ '빰빰빰 빠라빰~~빠라빰빰빰 빠라빰~~~'

4.워낭소리

설명이 필요없네. 대박은 필연일세.

보통 동성아트홀에서 영화를 볼때면 많으면 20명 적으면 두세명 이었기에 표를 사도 좌석 번호를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아 그런데, 살다살다 동성아트홀이 그렇게 붐빌줄이야! 함께 본 첫째아이에게 동성아트홀을 소개하기를
'관객이 별로 없고 극장도 작지만 영화는 아주 우수한 그런 극장'이라 했는데 본의아니게 거질말 쟁이가 되었다.

"엄마, 관객이 없기는 뭐가 없노. 이렇게 많구마는."
"글쎄..  이 극장에 이런 날이 올줄은 꿈에도 몰랐다. 완전 잔치집이고만."

정말이지 내 일처럼 기뻤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자세도 좋았다. 미리 연습이라도 한듯 추임새를 넣는데
연습도 없이 어떻게 그렇게 혼연일체의 화음을 넣는지...강추!

송아지 팔아 공부한 사람들은 더더욱 강추~~~

5.<체인질링>

이 영화를 보면서 , 어떻게 1920, 30년대의 미국 상황과 오늘날 우리의 상황이 완벽하게 겹쳐질수가 있는지 놀랐다.
7,80년의 시차도 거뜬히 뛰어넘어주는 오늘날 우리 상황에 가심이 답답. 아이고오!

경찰.
자신들의 오류를 숨기기 위해 죄없는 시민을 정신병원에 감금하질 않나. 엄마가 병원에 입원했다면서
아이를 차에 태워 유괴해가는 살인범의 수법은 긍께 이때부터 태동했었네..ㅠㅠ

그러나, 살인자가 아무리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또 권력기관이 그 권력으로 시민을 짓누른다고 하여도 어둠이 빛을
이길수 없듯 언젠가는 드러나기 마련. 모두들 권력앞에 설설기는듯 하지만 그 서슬 속에서도 용기있는 자는 꼭 나오게 마련이고 그 용기에 하나둘 모여드니 옛사람 말대로 '권불십년'  그 이상 가기어려워라. 또, 살인자는 결국 꼬리가 밟히게 되더라.

<체인질링>은 전국민이 봤으면 하는 영화다. 그리하여 '정의'가 이기는 것을 영화로라도 느낄수 있었으면...
아, 이렇게 봄이 오듯 '정의' 또한 '강물처럼 흐르는'세상이 빨리 왔으면..... 마음의 촛불도 부처님은, 하느님은 굽어봐 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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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2-04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인상적인 영화 이야기에요. 얘기해준 영화들 다 보고 싶네요. 디파이언스는 배우가 맘에 안 들어서 별로 안 땡기지만, 특히나 피아노 솔로! 이탈리아산..ㅋㅋㅋ 웃겨요.^^

폭설 2009-02-05 10:49   좋아요 0 | URL
저도 디파이언스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구체적으로 전혀 멋있지 않은 그 립술이 부담스러워 저어했는데 보고나서는 다니엘씨에게 급호감을 갖게 됬어요.

급호감은 좀 후했나... ㅋㅋ 영화를 잘 살렸어요. 착한 통솔력, 고뇌하는 두목의 모습... 잘 표현했어요. 무엇보다 <블러디 다이아몬드>의 에드워드 즈윅감독의 작품이니 작품이 좋아서 더 빛났던것도 같아요.^^


마노아 2009-02-05 20:35   좋아요 0 | URL
블러드 다이아몬드 엄청 인상 깊었어요. 그 감독이에요? 그렇다면 생각을 좀 고쳐 먹어야겠어요!

폭설 2009-02-06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보고나시면 분명 다니엘씨가 다시 보일거예요. ㅎㅎ
 

얼마 전 730만 관객을 끈 영화,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유인택씨의 영화 개봉후의 후일담을 읽고 깜짝 놀랐다. 아니, 놀라다 못해 내가 분해서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영화 흥행만큼이나 다들 돈방석에 앉아서 달디단 휴식을 취하다 지금은 새로운 어떤 영화를 찍거나 물색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뭣이라? 
 

<화려한 휴가>로 4억이나 적자를 봤다고라?

아니, 무슨 계산법이 그렇디야? ‘빠르네 빠르네’ 사채이자도 아니고 뭘 어떻게 계산했기에 730만 관객을 얻고도 4억이나 적자를 봤단 말인가. 사연인즉, 투자,배급사 씨제이와 8:2라는 말도 안 되는 수익배분 계약을 한데다, 추가로 든 제작비를 유대표 쪽이 떠안다 보니 그런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투자배급사인 씨제이는 영화가 흥행하면 8:2를 6:4로 변경해준다고 했다는데 구두약속이라 생깠다고. 아무튼, 8:2로 수익배분을 하니 투자,배급사인 씨제이는 수십억을 챙겨,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그 주인이 챙기는 중국 속담을 에누리 없이 증명했네그랴.

아무리 사업의 세계, 계약의 세상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게 비정하다 해도 럴수럴수 이럴 수는 없는 것이렸다. 제작자가 그 지경인데, 김지훈 감독은 물론 그 밑에서 스텝으로 일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떨꼬?

좋은 영화, 흥행 영화를 만들었으니 보너스도 듬뿍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영화도 아니고 <화려한 휴가>가 그런 대접을 받다니 <화려한 휴가>를 두 번본 관객으로서 너무 슬프다. 뿐인가 , 주변 사람들 꼬여서 보게 한것 까지 하면 10만원도 넘을 것이다.

‘윤리’가 씨가 먹히지 않는다면 관객인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이지 730만 관객 중 ‘끝다리 30만’ 명만 뭉쳐서 <화려한 휴가> 관람료를 유대표 앞으로 한번 몰아주면 안될까. 7000곱하기 30만 하면 21억이다. 21억이 너무 많으면 10만 관객만 7000원씩 내자.

그러면 7억인데, 7억도 많으면 적자 본 4억 만이라도 모금해서 전해주면 안될까.

아, 무엇보다 광주시민들에게 부끄럽고 광주 민주화혁명 원혼들과 생존해 계신 분들에게 면목 없다. 만원도 아니고, 7000원씩인데, 누가 이 총대 좀 메어주면 안될까나...

매년 새로운 소재로 다시금 태어나는 유대인 수난영화들을 볼 때면 부럽기 그지없다. 광주민주화혁명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매년 재해석되길 소망하던 내게 ‘4억 적자’는 정말이지 청천벽력이었다.  

 

 

(너무 황당한 주장일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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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박찬욱, 류승완, 추상미, 신경숙, 노희경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한겨레>에 연재되던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영화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본 영화도, 이분의 해석은 어찌 그리 찬란한지 그의 영화이야기를 읽고 나면 괜히 내 생각의 얕음에 주눅 들곤 했다. 

김 교수뿐 아니라,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 그리고 영화감독들의 영화이야기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그들이 감동한 영화들 중, 내가 못 본 옛날 영화들이 그리도 많은지. 아니면 좋은 영화 다 놔두고 하필 <메멘토>처럼 여러 번 봐야 이해 될 그런 영화들만 분석하는지. 영화에 대한 해석은 평론가나 철학자들보다 누리꾼들의 소탈하면서도 때론 심오한 평들이 훨씬 좋고 쉬이 공감이 간다. 

하여간, 이름난 사람들이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난 별 관심 없었다. 근데 이 책의 제목에 낚였다. '내 인생의 영화'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책 뒤표지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호객행위를 하니 더더욱 그 속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가 삶에 각인된 순간, 영화로 인해 삶이 뒤바뀐 역전의 찰나, 거기서 인생의 스파크가 일어난다. 영화라는 필터를 거친 삶의 찬란한 편린."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영화를 좋아했구나

<내 인생의 영화>(씨네21)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50인의 50가지가 넘는 영화들이 소개되어있다. 어려운 철학적 해석보단 쉬이 공감이 가는 소탈한 고백들이라 낚인 기분은 상쇄 되었다. 무엇보다 일단 소개하는 사람 수와 소개되는 영화의 가짓수가 많은 만큼 공감 가는 영화들도 확률적으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살았어도 때론 경험의 빛깔이 나와 비슷한 분의 글을 만나면 저절로 '어머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가 하면 내가 못해본 무용담을 소개한 분의 글은 부럽다 못해 살짝 질투까지 났다.

"보고 싶은 영화 개봉 날 첫 회에 봐야 직성이 풀렸고 '연소자 관람불가'도 학교 앞 만화방에 맡겨둔 사복, 가발, 털모자, 선글라스를 사용해 변장하면 만사형통이었다. <졸업> 역시 '불가' 영화였지만 매표소를 통과할 때 긴장감이나 가책을 느꼈던 것 같진 않다."(32쪽)

위는 누구일까? 다름 아닌, <송환>을 만든 김동원 감독의 추억이다. 나 또한 보고 싶은 영화는 예고편 보면서 찜해 놨다가 개봉 날  첫 회에 본다. 보긴 하는 데 내가 '첫 회'에 보는 것은 순전히 조조할인을 챙기기(?) 위함이 김 감독과 다르다면 다르달까.

음악 평론가 강헌씨는 영화광들이 선호하는 <대부2>보다 <대부1>이 훨씬 났다고 했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또한 그와 똑같이 <대부1>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대부1>은 젊은 알파치노의 고뇌, 말론 브란도의 강한 인상, 그리고 조폭을 모시고 살기엔 어쩐지 아까워 보이던 지적인 변호사 로버트 듀발과 젊은 날의 다이안 키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전개가 세련됨은 두말 할 것 없고.

유시민 전 의원 '내 인생의 영화'는? 

"독일서 귀국한 직후인 98년 봄쯤일 게다. 어느 술자리에서 누가 물었다. 근자에 본 영화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이 영화를 거론했더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뜨악한 표정으로, 그런 영화가 다 있냐며 눈으로 물어온 건 20대. 보진 않았지만 괜찮은 영화라는 말은 들었노라고 비위를 맞춘 건 30대. 나이 마흔을 오래 전에 넘긴 선배만이 그윽한 눈길을 보내왔다."(160쪽)

도대체 어떤 영화? 유시민 전 의원이 '내 인생의 영화'로 찍은 영화는 어쩌면 그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다. 이유가 뭘까. 사연을 읽어보니 영화도 영화지만 독일 유학 3년째 되던 해, '옆지기' 생일날 본 영화여서 더욱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까지 남의 집에 맡기고 부부가 함께 보러간 영화였다는데 우리나라완 달리 당시 독일에서는 이 영화가 별로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영관에선 그들 부부 외에 할머니 한 분만 그 영화를 보았고, 그 후 조기 종영했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박은 몰라도 '중박'은 넘은 걸로 아는데 독일 사람들의 취향이 우리와 많이 다른가. 

어쨌건, 나도 이 영화에 관해서는 나름의 기억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 라디오에서는 동명의 소설광고가 낭만적인 성우의 목소리로 광고되고 있었다. 성우의 목소리는 좋아도 책을 사볼 생각은 못했는데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자정쯤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보고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친구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동명의 소설을 밤새워 다 읽고는 '너무 멋있네, 어쩌네' 했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추억을 주고 웃음을 준 영화, 힘들 때 힘이 되어 준 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손석희는? 노희경은? 공지영은? 김지운·박찬욱 감독은 어떤 영화가 '내 인생의 영화'였을까? 답은 이 책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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