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아주 화초에 미쳤던 적이 있었다. 꽃집이란 꽃집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항상 구경을 했고 이름 모를 화초를 발견하면 집에 와서 책을 뒤졌다. 책에도 없으면 사진을 찍어 꽃에 관한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에 문의하기까지 하였다.

지금은? 내게 언제 그런 시절도 있었나 싶게 화초에 덤덤하다. 화초 이름도 반절은 까먹어 버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겨울엔 베란다에서 벌벌 떨고 있는 화초들에게 아무런 ‘방한복’도 주지 않고 퉁명스럽게 통고하였다.

“너희들, 이번 겨울에 알아서 살아남으면 내년 봄에도 거둬주고 스스로 못 살아남으면 그냥 그것으로 끝이여. 알겄냐?”

화초고 사람이고 강하게 키워야 살아남는지, 한 해 더 전에는 보온을 해줘도 죽더니만 지난 겨울에는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아도 다들 살아주어서 보호자로서 조금 미안하기도 하였다.

아무튼 화초에 대한 이즈음의 내 마음은 그냥 10년 묵은 친구처럼 새로울 것은 없고 그저 덤덤하였다. 없으면 안 되나 떨림 증상은 전혀 없었다. 그랬는데, 아이들 방에 놓을 화초가 없어 간만에 꽃집엘 들렀다가 다시금 내 마음에 불을 댕기는 풀을 발견하고 말았으니. 

 


  
▲ 스파티 필름 잎이 얼마나 넓은지 우아하기 이를데 없어...^^
 
스파티 필름

아, 바람(?)이 이렇게 해서 나는 것일까? ‘더 이상의 떨림은 없어’ 마음이 확고했는데, 눈앞에서 너울거리는 넓고 푸른 잎을 가진, 같은 화초 수십 개를 동시에 바라보자니 '쌔앵~' 잠자던 바람기가 확 도졌다.

자세히 보니 신품종 ‘스파티 필름’이었다. 기존에 봐 왔던 스파티 필름은 잎이 좁았고 좀  넓은 것이 있기는 했으나 이처럼 넓지는 않았다. 모르긴 해도 이 봄 꽃집의 여왕이라면 단연 이 스파티 필름이 아닐까 싶은데, 내 눈에만 그런가?

 


  
▲ 스파티 필름 가격은 7천원이었다.^^
 
스파티필름

하여간 이 스파티 필름 덕분에 스파티 필름 뿐 만 아니라 다른 화초들까지 다시금 좋아졌다. 해서 수시로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을 주고받는다. ‘어여, 내 마음이 느껴지니?’ 하면서.(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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