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730만 관객을 끈 영화, <화려한 휴가>를 제작한 유인택씨의 영화 개봉후의 후일담을 읽고 깜짝 놀랐다. 아니, 놀라다 못해 내가 분해서 온몸이 떨릴 지경이었다. 영화 흥행만큼이나 다들 돈방석에 앉아서 달디단 휴식을 취하다 지금은 새로운 어떤 영화를 찍거나 물색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뭣이라? 
 

<화려한 휴가>로 4억이나 적자를 봤다고라?

아니, 무슨 계산법이 그렇디야? ‘빠르네 빠르네’ 사채이자도 아니고 뭘 어떻게 계산했기에 730만 관객을 얻고도 4억이나 적자를 봤단 말인가. 사연인즉, 투자,배급사 씨제이와 8:2라는 말도 안 되는 수익배분 계약을 한데다, 추가로 든 제작비를 유대표 쪽이 떠안다 보니 그런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투자배급사인 씨제이는 영화가 흥행하면 8:2를 6:4로 변경해준다고 했다는데 구두약속이라 생깠다고. 아무튼, 8:2로 수익배분을 하니 투자,배급사인 씨제이는 수십억을 챙겨,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그 주인이 챙기는 중국 속담을 에누리 없이 증명했네그랴.

아무리 사업의 세계, 계약의 세상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게 비정하다 해도 럴수럴수 이럴 수는 없는 것이렸다. 제작자가 그 지경인데, 김지훈 감독은 물론 그 밑에서 스텝으로 일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은 또 어떨꼬?

좋은 영화, 흥행 영화를 만들었으니 보너스도 듬뿍 받았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영화도 아니고 <화려한 휴가>가 그런 대접을 받다니 <화려한 휴가>를 두 번본 관객으로서 너무 슬프다. 뿐인가 , 주변 사람들 꼬여서 보게 한것 까지 하면 10만원도 넘을 것이다.

‘윤리’가 씨가 먹히지 않는다면 관객인 우리가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정말이지 730만 관객 중 ‘끝다리 30만’ 명만 뭉쳐서 <화려한 휴가> 관람료를 유대표 앞으로 한번 몰아주면 안될까. 7000곱하기 30만 하면 21억이다. 21억이 너무 많으면 10만 관객만 7000원씩 내자.

그러면 7억인데, 7억도 많으면 적자 본 4억 만이라도 모금해서 전해주면 안될까.

아, 무엇보다 광주시민들에게 부끄럽고 광주 민주화혁명 원혼들과 생존해 계신 분들에게 면목 없다. 만원도 아니고, 7000원씩인데, 누가 이 총대 좀 메어주면 안될까나...

매년 새로운 소재로 다시금 태어나는 유대인 수난영화들을 볼 때면 부럽기 그지없다. 광주민주화혁명 또한 새로운 시각으로 매년 재해석되길 소망하던 내게 ‘4억 적자’는 정말이지 청천벽력이었다.  

 

 

(너무 황당한 주장일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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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내 인생의 영화
박찬욱, 류승완, 추상미, 신경숙, 노희경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얼마 전 <한겨레>에 연재되던 철학자 김영민 교수의 영화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본 영화도, 이분의 해석은 어찌 그리 찬란한지 그의 영화이야기를 읽고 나면 괜히 내 생각의 얕음에 주눅 들곤 했다. 

김 교수뿐 아니라, 철학자나 정신분석학자 그리고 영화감독들의 영화이야기를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왜 그들이 감동한 영화들 중, 내가 못 본 옛날 영화들이 그리도 많은지. 아니면 좋은 영화 다 놔두고 하필 <메멘토>처럼 여러 번 봐야 이해 될 그런 영화들만 분석하는지. 영화에 대한 해석은 평론가나 철학자들보다 누리꾼들의 소탈하면서도 때론 심오한 평들이 훨씬 좋고 쉬이 공감이 간다. 

하여간, 이름난 사람들이 무슨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는 난 별 관심 없었다. 근데 이 책의 제목에 낚였다. '내 인생의 영화'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책 뒤표지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으로 호객행위를 하니 더더욱 그 속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영화가 삶에 각인된 순간, 영화로 인해 삶이 뒤바뀐 역전의 찰나, 거기서 인생의 스파크가 일어난다. 영화라는 필터를 거친 삶의 찬란한 편린."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영화를 좋아했구나

<내 인생의 영화>(씨네21)에는 영화를 좋아하는 50인의 50가지가 넘는 영화들이 소개되어있다. 어려운 철학적 해석보단 쉬이 공감이 가는 소탈한 고백들이라 낚인 기분은 상쇄 되었다. 무엇보다 일단 소개하는 사람 수와 소개되는 영화의 가짓수가 많은 만큼 공감 가는 영화들도 확률적으로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살았어도 때론 경험의 빛깔이 나와 비슷한 분의 글을 만나면 저절로 '어머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런가 하면 내가 못해본 무용담을 소개한 분의 글은 부럽다 못해 살짝 질투까지 났다.

"보고 싶은 영화 개봉 날 첫 회에 봐야 직성이 풀렸고 '연소자 관람불가'도 학교 앞 만화방에 맡겨둔 사복, 가발, 털모자, 선글라스를 사용해 변장하면 만사형통이었다. <졸업> 역시 '불가' 영화였지만 매표소를 통과할 때 긴장감이나 가책을 느꼈던 것 같진 않다."(32쪽)

위는 누구일까? 다름 아닌, <송환>을 만든 김동원 감독의 추억이다. 나 또한 보고 싶은 영화는 예고편 보면서 찜해 놨다가 개봉 날  첫 회에 본다. 보긴 하는 데 내가 '첫 회'에 보는 것은 순전히 조조할인을 챙기기(?) 위함이 김 감독과 다르다면 다르달까.

음악 평론가 강헌씨는 영화광들이 선호하는 <대부2>보다 <대부1>이 훨씬 났다고 했다. 동지를 만난 기분이었다. 나또한 그와 똑같이 <대부1>에서 더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대부1>은 젊은 알파치노의 고뇌, 말론 브란도의 강한 인상, 그리고 조폭을 모시고 살기엔 어쩐지 아까워 보이던 지적인 변호사 로버트 듀발과 젊은 날의 다이안 키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영화전개가 세련됨은 두말 할 것 없고.

유시민 전 의원 '내 인생의 영화'는? 

"독일서 귀국한 직후인 98년 봄쯤일 게다. 어느 술자리에서 누가 물었다. 근자에 본 영화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느냐고. 이 영화를 거론했더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뜨악한 표정으로, 그런 영화가 다 있냐며 눈으로 물어온 건 20대. 보진 않았지만 괜찮은 영화라는 말은 들었노라고 비위를 맞춘 건 30대. 나이 마흔을 오래 전에 넘긴 선배만이 그윽한 눈길을 보내왔다."(160쪽)

도대체 어떤 영화? 유시민 전 의원이 '내 인생의 영화'로 찍은 영화는 어쩌면 그와 다소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였다. 이유가 뭘까. 사연을 읽어보니 영화도 영화지만 독일 유학 3년째 되던 해, '옆지기' 생일날 본 영화여서 더욱 특별한 영화가 되었다고 한다. 

아이까지 남의 집에 맡기고 부부가 함께 보러간 영화였다는데 우리나라완 달리 당시 독일에서는 이 영화가 별로 흥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영관에선 그들 부부 외에 할머니 한 분만 그 영화를 보았고, 그 후 조기 종영했다고 한다. 내가 기억하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우리나라에서는 대박은 몰라도 '중박'은 넘은 걸로 아는데 독일 사람들의 취향이 우리와 많이 다른가. 

어쨌건, 나도 이 영화에 관해서는 나름의 기억이 있다. 이 영화가 나올 당시, 라디오에서는 동명의 소설광고가 낭만적인 성우의 목소리로 광고되고 있었다. 성우의 목소리는 좋아도 책을 사볼 생각은 못했는데 우연히 친구들과 함께 자정쯤 이 영화를 비디오로 보고는 너무 감동한 나머지, 친구의 책꽂이에 꽂혀있던 동명의 소설을 밤새워 다 읽고는 '너무 멋있네, 어쩌네' 했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추억을 주고 웃음을 준 영화, 힘들 때 힘이 되어 준 영화 등 다양한 영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손석희는? 노희경은? 공지영은? 김지운·박찬욱 감독은 어떤 영화가 '내 인생의 영화'였을까? 답은 이 책에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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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언저리. 한 친구로부터 문자가 왔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자신이 일 년 동안 산 책을 쭈욱 헤아려 보았는지.

‘결산을 해보니 50권을 훨씬 넘네. 고마워. 다 니 덕이다.’

친구의 문자를 받고 보니 문득 나도 궁금해졌다. ‘난 지난 해에 몇 권의 책을 샀을까.’ 친구에게 축하한다는 답문을 보내며 당장 나도 헤아려서 보고하겠다고 하였다. 지난해는 책을 별로 사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유 없이 설레면서 몇 권일까 궁금해졌다. 내 아무리 책을 안 샀더라도 친구 정도야 샀겠지. 암.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흐미, 그 권수가 너무도 적었다. 친구와 비슷해도 평소 책사보기를 강조한 내 체면이 말이 아닐 것인데 이건 비슷도 아닌 한참 모자랐다. 40권도 안 되는 36권. 시중에서 산 책 몇 권을 보태면 간신이 40권 턱걸이 할까.

나는 이 초라한 성적이 믿기지 않아 혹시 헤아림에 착오가 있은 건 아닌가 하며 다시 세어 보았지만 많지도 않은 권수가 틀릴 리가 있나. 좌우지간, 권수가 적건 말건 친구에게 당장 답문은 보내야 하는데 50권은 언감생심 40권도 '될똥 말똥'이라고 문자를 보내려니 내가 꼭 사기꾼이 된 것 같아 뒷골(?)이 당겼다. 

인즉슨, 친구와 난 일 년에 두 번, 방학 때면 애들 데리고 2박 3일씩 서로의 집을 오가는데, 이런저런 수다 끝에 내가 친구에게 늘 하게 되는 말은 ‘책이나 사라’였다. 삶의 불확실성과 불가항력, 혹은 아이들 교육과 이런저런 당면 문제들이 주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고 또 그 해법을 찾기엔 책만큼 좋은 게 없다며 강조했다. 그래놓고서 내 성적이 이러하니...

‘나한테는 해마다 한 수레는 못 읽어도 반 수레는 읽어야 되는 것처럼 말해놓고 그게 뭐야.’ 

친구의 지청구가 눈에 선했다. ‘음메, 기죽어’ 때문에 그럴듯한 변명거리를 찾던 중 옳거니, 그것은 다름 아닌 지지난해 즉, 2007년의 구매량을 세어 보는 것. 2007년엔 지난 해 보다는 더 산 것 같은 기억이 있기에 기대를 하며 계산 들어갔다. 1,2,3....30,40,50....80,90....96. 디브디도 좀 포함해서 총 96권이었다. 

사실 친구가 ‘책 문자’를 보내오지 않았다면 그런 계산은 해보지 않았을 것인데 한번 헤아려보니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돈 있으면 사고 없으면 말고, 기분 내키면 사고 안 내키면 안 사고가 아닌, 이제부터는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권수 만큼은 꼭 사보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한해 책 값으로 얼마를 쓸까

 

한 해 동안 산 책 권 수를 헤아리고 나니 문득, 남들은 일 년 동안 몇 권의 책을 사는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누군가의 물음에 강준만 교수는 도서구입비로 ‘월 200만원’을 넘게 쓴다고 하였던가. 고정 독자를 가진 강교수는 그동안 쓴 책의 양으로 보자면 인세로는 학계에서 나름 재벌(?)이 아닐까 생각했더랬는데 책값만 월 200만원이라니. 강교수는 그렇고, 다른 교수님네들은 월 도서구입비로 얼마를 쓸까. 학자 아닌 일반인들은 또, 얼마를 쓸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은?

교수님네들의 평균은 얼마인지 나로선 모를 일이고 언젠가 교육방송에서 들으니 소위 책 벌레 소리를 듣는 일반인들의 경우 월 15~20만원을 쓴다고 하였던가. 사실 말이 쉬워 15만원, 20만원이지 다들 빠듯한 월급 받아서 책값으로 그렇게 지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내 경우는 한번 주문할 때 보통 6~8만 원 선에서 사곤 하는데도 버거워서 매달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마음먹고 다른 부분을 줄이자면 못할 것도 없지만 쉽지가 않다. 게다가 요즘은 물가가 비싸니 쓰고 남는 돈으로 책을 사려면 살 수가 없다. 때문에 책을 사려면 월급 들어오자마자 바로 사 버려야 한다. 그러지 않고 어영부영 하다보면 생활비의 바닥이 보이고 책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게 된다. 

마치며....

위에 언급한 친구는 지난해 처음 본격적으로 책을 사기 시작했다. 그전엔 일 년에 글쎄 서너 권이나 샀을까. 난 남의 집에 가면 책꽂이부터 살피는데, 친구의 경우 몇 년째  봐도 책 수량에 별 변동이 없었다. 그랬던 친구가 드디어 발동을 걸었으니 올 해는 한번 달려 볼 만 하렸다. 

‘그래, 올 한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함 해보자.’

과연 승자는 누가 될지.ㅎㅎ. 결론은, 책 사는 것도 습관인 것 같다. 자꾸 사다보면 더 사게 되지만 사지 않으면 일 년에 한권도 사기 힘든 게 책이기도 한 것 같다. 친구의 경우는 그 습관이 지난해 '딱' 붙어 버린 것이고. 아무튼, 책을 살 ‘배추잎’으로 볼 때는 내가 심히 불리하기에 정신 바짝 차려야겠다. 이왕이면 상품도 걸고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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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9-01-14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참 많이 사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사는 속도보다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 책 사기를 자제하고 있답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니 반납일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책을 읽게 되어서 요즘은 도서관을 많이 이용합니다.
님의 글을 읽고 저도 산 책을 계산해 보았어요. 알라딘에서만 70권. 아이들과 서점 나들이도 자주 가니 적어도 백권은 될 것 같네요. 책 모아두는 것 별로라서 읽고 좋은 것은 나누어 줘버리니 책이 많이 남아있진 않지만, 올해는 꼭 보관하고 싶은 책 말곤 더 적게 사자로 저는 목표를 정했답니다.도서관이라는 거대한 서재가 가까이 있으니...

폭설 2009-01-14 17:47   좋아요 0 | URL
저도 작년에 적게 산것은 묵은 책 다 보고 산다고.... ㅎㅎ 동네에 서점이 있으면 한두권씩만 사서 읽고 또사고 또사고 하면 되는데
넷으로 주문을 하니 자꾸 밀리더군요.^^

연체 이자 쌓이는 것 마냥 책도 밀리니 자꾸 버겁게 되고
읽는 속도는 더 느려지고..악순환이 되더군요.

혜덕화님은 작년에 많이 사셨네요.^^
우좌간 밀리더라도 언젠가는 읽게 될 것이니 좋은책 나올때마다
사두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미르비 2009-01-14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지, 이 느낌은...왠지 낯선 이 느낌은...^^
도서관파입니다. 가난합니다...ㅋㅋ [: 입에 달고 사는 말입니다^^]
거의 한 번 읽으면 다시 손 안 대는 편이라 잘 안 삽니다.
후훗- 그래서 서평 이벤트나 열심히 한다는~ ^^;;;
어떤 의미론 부럽고 또 어떤 의미론 반성이 되네요...
끄응...좋은 책 많이 읽고 멋진 분 되세요...
[: 왜 남에 거에 와서 주저리주저리 거릴까요?=ㅁ=;;;글쎄, 저도 잘...]

폭설 2009-01-15 10:47   좋아요 0 | URL
멋진 사람 될께요.^^ 예전 어느 출판인이 1만 독자, 1만 저자 시대를 꿈꾼다고 했었는데 참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저자는 높고 소수, 독자는 낮고 다수가 아닌 누구나 저자이자 독자인 세상이 좋은 세상인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선 격려차원에서 돈내고 책을 사보는 것도 좋은것 같아요.^^
도서관에 깔리는 책들도 도서관들이 저자에게 기증하라 하지 말고
좀 사주고...^^


 


 





며칠 있으면 이제 이해도 마지막이네... 참으로 사연많은 한해였다.
나라밖은 밖대로 안은 안대로....

개인적으로 올 한해는 '살다 살다 주식에 흥미를 느낀'  뜻밖의 해였다.
시작은 삼양라면 주식을 사면 찌라시 박멸에 도움이 될수 있다고 해서,
게으르고 소심한 내가 할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  동참했는데,
동참하고 보니 뜻밖에도 그 세상이 너무 흥미로웠다.

해서 호기심 충족차원에서 한국경제티비를 시청하게 되었다.
이전엔 뭐 저런 채널도 다 있나하며 단 몇초도 머물기 힘들었던 곳을 매일 한두차례씩 들렀다.
예전엔 '대박타임' 어쩌고 하는 프로 제목을 보고는 '제목 한번 상스럽기는...'
'대박은 커녕 쪽박이나 차지마라'하면서
지나쳤는데 세상에 내가 한때나마 그프로 애청자가 될줄이야.

뿐인가, 서점엘 가면 예전에 역시 경멸하며 지나치던 주식으로 몇억벌었어요, 하는 류의
책들을 막 펼쳐보고는 하였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거기까지.
나의 주식공부는 구구단 졸업하고 사칙연산 수준에서
흥미를 잃고 만 단계라고나 할까. ㅎㅎ

여고시절, 쌍곡선 배울때 열심히 했으면  좀더 그래프들이 흥미로울 수 있었을까.
수학적으로 무딘 나,
엘리엇 파동이니, 볼린저 벤드니 , 양초모양이 거꾸로니 옳게니...
그리고 별 매력적이지 못한 각종 용어들....아 머리아퍼...ㅋㅋ

때문에 주식세상은 그냥 영화보듯이 구경만 하기로 하였다.
몇해전, 영화에 빠졌을때, 영화를 자주보다 보니 자동으로 나름 체계적으로
영화를 보게 되었었던바.

감독별로, 배우별로, 혹은 연대별로, 장르별로....또는 나라별로.... 그렇게 영화를 보면
뭔가 정리가 되고 영화에 대한 시야가 일목요연 트이는 느낌이어서 좋았는데,

그 경험을 주식을 구경하면서도 써먹었다.
현대가의 주식들은 가격이 이렇고 엘지가의 주식들은 저렇구나.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가들은 이렇고,
식품을 만드는 회사의 주가들은 저렇구나.
....
세상만 넓은게 아니라 주식시장도 넓구나.

그리고, 예전엔 '개미들 곡소리 난다.'는 표현의 의미에 그렇게 무수한 사연이
있는 줄 몰랐는데 경제티비의 주식상담 코너를 보니 사연들은 다들 왜그렇게 절절한지...

노후자금을 몽땅 넣었다가 반을 까먹었네.
자식이 벌어다 준 돈 관리하던 엄마, 은행이자보다 더 번다해서 역시 몽땅 투자했는데
손해를 봐, 잠을 못자는데.. 자식은, 남편은 이 사실을 모르네....알면 난리나네...ㅠㅠ.
.
.
.
결론은,

칼로 흥한자 칼로 망하듯, 주식으로 흥한자 주식으로 망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칼든 자, 칼로 다 망하고 주식든 자 주식으로 다 망하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나...
칼을 들어도 의사처럼 들면 사람을 살리듯이
주식을 든자도 투자할 회사의 장래성을 면밀히 따진다거나
자신의 욕망을 절제할줄 안다면 삶의 활력소가 될것이니.

그러나, 산 높은것만 알았지 골 깊은것 미쳐 생각 못하기 쉬운것이 인간임에랴.

하여간 흥미로운 세계였다.

처음엔 아주 살짝,'나도 한탕?'하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으나,
사는 연습 몇번 , 파는 연습 몇번 해보니 이것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해서 원래의 목적대로 라면주만 계속 갖고 있기로 했다.
내주제에 주식이 웬말이냐?

그저 주식의 세계가 얼마나 '비정'한지 구경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할 뿐이다.

....
하여간, 2008년 한해가 저문다.
내년엔 또 어떤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비관적 전망들을 보면 무섭다.

그러나, 매일 매일 떠오르는 저 태양처럼 무수한 절망속에 희망또한 하나쯤은 떠오르리라.

모두들,
가는 해 마무리 잘 하시고,오는 해 좋은 일 많이 있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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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덕화 2008-12-28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리없이 내리는 눈처럼 님의 서재를 들렀다 갔답니다.
처음 인사드리네요.
눈에 파묻혀 오도가도 못하고 갇혀버리는 세상,
저도 꿈꾼답니다.
한 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받으시길..._()_

폭설 2008-12-29 16:1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9년이 어떻게 전개 될지 참 걱정이네요.
 
2009 공황전야 (확장판) - 한국경제의 파국을 대비하라
서지우 지음 / 지안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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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돌이켜 보면 지난 몇 년 우리나라는 국민 전체가 부동산투기꾼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직접 투기에 뛰어든 사람, 기회를 노리며 구경한 사람, 투기에 뛰어들 돈이 없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며 툴툴거린 사람 세 종류로 나뉠 것이다.
 

내 경우, 아파트 값이 뛴다는 소식이 들릴 때 마다 남편에게 구박을 받았다. 요는, 내가 협조를 안 해주기에 매번 물 좋은 아파트를 놓친다는 것이었다. 융자도 싫고 집에 너무 많은 돈이 묶여 생활이 쪼들리는 것도 싫고....등등 나름 이유가 있었는데, 남편은 남편대로 요새 융자 안 끼고 집사는 사람 어디 있으며 설사 집에 돈이 묵인들 그 집이 어디가나.

 

결론은, 막차를 탈 생각도 없었지만 만약 막차를 탔더라면 정말 큰일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엔 주공과 민간 두 곳, 즉 세 곳의 건설사가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좁은 평형의 주공만 속도를 내고 있다.

 

다른 두 곳은? 한 곳은 중대형 500세대인데 50채 분양율로 집을 짓다가 중단한 상태이고 또 한 곳 역시 중대형 1500세대인데 낮은 분양율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사 관계자가 입주자들의 계약금을 횡령한 사건이 터져 뉴스에 오르내리니 지붕 올리고 창문 달 일이 까마득해 보인다.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소위 ‘다복회’와 ‘조희팔의 다단계’는 일부가 얽혔지만 ‘부동산 담보 대출’은 전국의 새 아파트 수만큼 얽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바. 이 암울한 경제 상황에서 해결의 실마리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현 경제 위기는 ‘금융위기’

 

서지우의 <공황전야>(지안)는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쉽고도 적확하게 설명해준다. 저자에 의하면 현 경제 위기는 외환위기가 아닌 ‘금융위기’이고 그것은 많은 부분 ‘은행과 건설사가 합작하여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전국의 수많은 반반한 땅과 또, 산을 깔아뭉개고 그토록 많은 아파트를 지어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알고 보니 은행들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쉽게 말하면, 은행이 ‘물주’로서 건설사와 청약자 양쪽 모두에게 돈을 빌려주어 아파트가 올라가게 뒤에서 조종 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즉, ‘은행들은 땅 살 돈이 없는 시행사에 땅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빌려주면서 대신 청약자들의 중도금과 잔금을 자신들의 은행에서만 대출 할 수 있게 독점 계약’하도록 요구하였다. 이때 청약자에겐 청약자의 부동산을 담보(=모기지)로 대출을 해 주기 때문에 떼일 염려가 거의 없기에 ‘BIS 자기자본비율’도 어기고 외국돈 까지 빌려 대출을 해주었다.

 

때문에 정석으로 하자면 예금대비 대출비율(예대율)이 80~90%가 정상인데 투기에 눈이 멀어 그 비율을 훨씬 넘고 말아 이 사태가 왔다는 것이다.

 

즉, 이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 은행 예대율이,

2004년........ 100%

2006년........ 110%

2008년 현재........ 141%라고 한다.

 

이에 반해, 일본은 예대율이 약 77%, 아시아 평균은 88%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1997년 IMF 구제 금융을 받던 시기엔 예대율이 100~110%이었다고 한다. 예대율 하나만 보더라도 IMF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은 공포의 사실이고 이 예대율을 정상수준으로 돌리지 못하는 한 은행의 파산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이 파산하면 그 기업(99년 대우그룹)만 망하지만 은행이 파산하게 되면 그 파장은 경제 전반으로 파급되어 상상이상의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1930년대 공황도 실은 은행 파산 때문이었는데 2008년 현재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80%가 부실화 가능성이 예측’되고 있다니 그 잠재된 폭발력을 생각자니 소름이 끼친다.

 

그렇다면 금융위기의 해법은?

 

저자는 이러한 금융위기의 해법으로 먼저 ‘고금리 정책을 통한 은행의 건전성 확보’를 주문하였다.

 

"....단기간의 고금리 처방은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과도한 예대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고금리가 몇 달 동안만 유지 되도 예금은 급속도로 들어오게 되고 대출은 급속도로 줄어들게 되니 예대율 문제는 몇 달 안에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고금리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업종은 건설업, 그 다음이 음식료업이다. 한국이 자랑하는 전자, 자동차, 제철, 중공업, 기계, 화학 등 일반 산업 부분의 경우는 정부의 발표대로 건전성이 유지되고 있으며, 워낙 부채비율이 낮아 고금리에도 버텨낼 수 있을 정도로 현금 흐름이 양호한 편이다."(본문 371~372쪽)

 

물론 고금리로 가자면 이해가 많이 걸린 가계대출자와 기업들은 당장 아우성 일 테지만 문제는 지금의 은행상황이 금리를 낮춘다고 해서 대출을 해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삼척동자가 봐도 예대율이 141%인데 무슨 돈이 있어 대출을 해주겠는가. 때문에 저자는 우선 고금리로 예금을 받아 즉, 유동성을 확보하여 정말 살아날 기업에만 돈을 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지금은 위기상황. 그러나 분명 길은 있을 것이다. 10년 전에는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도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고금리정책, 벤처기업육성 등)을 개척하여 무사히 그 위기를 탈출하였다. 때문에 지금은 그때의 그 지혜를 복기하면 얼마든지 해법을 찾을 수 있고 또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좋은 정책을 얼마든지 시도해 볼 수 있을 텐데 일단 부동산 값은 유지하고 보자는 이기심이 일을 그르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저자는 앞서 얘기한 대로 고금리정책을 통한 은행 건전성 확보 후, 제일 먼저 ‘IT와 에너지관련 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통한 기술혁신을 주문하였다. 그리고 '신상품개발, 새로운 산업창출, (4대강 물길 정비인지 뭔지가 아닌) 공공서비스부분 확충으로 일자리를 만들 것' 등의 해법을 제시하였는데 지극히 타당해 보이는 이 해법들을 정책당국자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무리

 

끝으로, 이 책은 나처럼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초보에게는 아주 친절한 경제학 입문서이다. 쉬운 설명으로, 한국경제 전반의 흐름과 1929년 대공황부터 1990년 일본 부동산거품 붕괴의 역사는 물론, 현재의 미국 경제 위기가 왜 세계경제 위기가 되었는지 소상히 파헤쳐주기에 무척 흥미롭다

 

하여간,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무 주식, 무 펀드, 무담보대출이라는 ‘3무’를 가진 자가 아닐까 싶은데 ‘3무’가 아닌 ‘3유’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모두가 알 것인데 그 눔의 '본전' 생각에 망설이다 계속 미끄러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무튼, 난세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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